정치적 독립, 공영적 지배구조, 혁신 경영... YTN 정상화에 필요한 세 가지

최영재 2026. 6. 1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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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정상화 촉구' 특별 칼럼]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전 연합뉴스, YTN기자

[최영재 기자]

▲ YTN 마포사옥 YTN 마포사옥
ⓒ 이정민
"결론적으로 출범이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지 못한 YTN은 무도한 정권을 만나 졸지에 사적 기업에 매각되는 수난을 당하게 되었으나, 여전히 추후 정권교체 등의 계기로 공영적 정체성 회복의 기회는 열려 있다고 하겠다. 뉴스채널 YTN의 정치적 독립과 공정한 언론, 지속가능한 혁신 경영의 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필자의 책 <공영방송과 대통령 권력>(2024, 한림대 출판부), 제6장 'YTN 매각의 정당성과 뉴스채널의 미래'의 마지막 문장이다. 다행히 이 전망은 빗나가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시기인 2024년 2월 강행된 방송통신위원회의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처분에 대해 법원은 2025년 1심에서 취소 판결을 내렸다. YTN 매각 과정의 위법성과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사법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새롭게 구성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과거 승인 처분의 위법성을 사실상 인정했다. 나아가 YTN 문제를 주요 현안으로 다루며 정상화 논의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유진그룹은 상법상 권리와 사유재산권, 거래 안정성을 내세워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정권교체 이후의 환경 변화에 대응해 중립적 이사회 구성과 저널리즘 책무 강화를 내세우며 YTN 지키기에 나서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YTN 노조와 학계, 시민사회는 유진그룹의 인수 과정이 지닌 부당성과 불법성, 그리고 인수 이후 드러난 보도 자유와 편집 독립 훼손 사례를 지적하며 YTN의 공영적 지배구조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 제기는 단순히 과거 매각을 되돌리자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핵심은 YTN을 특정 정권이나 특정 자본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된 공적 뉴스채널로 다시 세울 수 있느냐에 있다.

YTN의 우여곡절 공영적 정체성 역사

YTN의 공영적 정체성은 출범 당시부터 복합적이고 모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YTN은 1993년 8월 종합유선방송 종합보도 분야의 유일한 프로그램 공급업체로 선정되었고, 1995년 3월 1일 국내 최초의 24시간 보도전문채널로 개국했다. 당시 모회사였던 연합통신은 국가 기간통신사로서 방대한 취재망과 보도 역량을 갖추고 있었고, 지배주주 역시 KBS와 MBC 등 공적 성격의 방송사들이었다. 이런 점에서 YTN은 처음부터 사적 상업방송이라기보다 국가 뉴스 인프라의 일부로 출발했다.

그러나 그 공영성은 정치적 독립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니었다. 청와대, 공보처, 공영방송, 연합통신으로 이어지는 후견 구조 속에서 YTN은 정부의 뉴미디어 정책과 케이블TV 산업 육성 전략의 산물로 탄생했다. 초기 YTN의 공영성은 독립적 공영성이라기보다 국가 주도 산업정책과 권력의 보호 아래 형성된 후견적 공영성이었다.

이러한 구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 개국 초기 케이블TV 보급 부진과 과도한 투자 부담으로 YTN은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고, 1998년 말 누적적자는 1300억 원을 넘어섰다. 연합통신이 더 이상 증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YTN은 도산 위기에 몰렸고, 김대중 정부 시기 한전KDN, 한국담배인삼공사, 한국마사회, 한빛은행 등 공기업과 금융기관의 증자를 통해 회생했다. 이 과정에서 YTN은 연합통신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공기업 지배구조를 갖춘 뉴스채널로 재편되었다.

시장 논리만으로 존속하기 어려웠던 보도전문채널을 공적 자금과 공기업 지분을 통해 살려낸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공영적 지배구조의 강화인 동시에 정치권력에 대한 의존의 심화이기도 했다. YTN은 공적 뉴스채널로 살아남았지만,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제도적 장치를 갖추지는 못했다.
 2008년 11월 18일,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YTN 조합원들이 아침 집회에 참석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그 결과 YTN의 역사는 공영성과 정치 종속성이 끊임없이 충돌한 역사로 전개되었다.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정권은 YTN 사장 선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고, YTN 구성원들은 재정적·정책적 지원과 맞바꿔 이러한 낙하산 인사 구조를 감내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낙하산 인사는 더 이상 관행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대선 캠프 출신 인사를 사장으로 내려보내자, YTN 내부의 저항은 폭발했다.

노조와 기자들은 정치권력의 노골적 개입에 맞서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노종면 노조위원장 등 6명이 해고되고 다수 기자들이 중징계를 받았다. 해직기자 사태는 3249일 만에 해결되었다. 이 사건은 YTN이 정치권력의 후견 아래 성장한 뉴스채널이면서도, 동시에 그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언론인들의 저항을 축적해 온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YTN의 공영적 정체성은 정치권력의 외부 개입만으로 훼손된 것은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해직기자 복직과 함께 YTN 내부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정치화가 진행돼 정치적 균형과 공정 보도 원칙이 흔들렸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대선 국면의 편파 보도 논란은 YTN의 공적 신뢰를 훼손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빌미 삼아 '공공기관 운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YTN 지분을 사적기업 유진에 매각해 버렸다. 그러나 30년 동안 공영적 지배구조 아래 국가 대표 뉴스채널 역할을 수행해 온 YTN을 사적 자본에 넘기는 일은 단순한 자산 매각이 아니라 공적 뉴스 인프라의 해체에 가까운 일이었다.

YTN 정상화의 세가지 과제
 2008년 11월 20일 서울역 앞 광장에서 열린 '두번째 YTN과 공정방송을 생각하는 날' 문화제 참가자들이 우비를 입은 채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그렇다면 YTN 정상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단순히 매각 이전의 소유구조로 되돌아가는 일이 아니다. 첫 번째 과제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 그리고 사내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공영적 지배구조를 제도화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과정에서 제기된 졸속 심사, 절차 생략, 부실한 승인 신청 문제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위법하거나 부당한 절차가 확인된다면 그에 따른 행정적 조치를 통해 소유구조 변경 승인을 최종적으로 무효화하고, YTN의 새로운 공적 체제 수립을 지원해야 한다.

독립적 지배구조 형성을 위해서는 방송문화진흥회법, 뉴스통신진흥법 등을 참고해 YTN 지분을 공적으로 소유·관리하는 별도의 공적 기구 설립도 검토할 수 있다. 동시에 불편한 진실이지만, YTN의 지배구조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뿐 아니라 특정 사내 세력의 권력화로부터도 독립되어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공정 언론의 회복이다. YTN은 24시간 뉴스전문채널로서 한국형 CNN 모델을 구현하며, 속보성과 객관적 시사정보 제공을 통해 한국 방송저널리즘의 중요한 축을 형성해 왔다. 특히 한국 언론이 정파적 편향과 낮은 신뢰의 위기를 겪는 가운데, YTN은 공영적 뉴스채널로서 포털의 뉴스 상품화와 종합편성채널의 선정적·정파적 경쟁을 견제하는 균형추 역할을 해 왔다.

뉴스채널의 공영성은 단순한 소유 형태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공론장을 지탱하는 제도적 장치다. 따라서 YTN 정상화는 보도국장 임명동의제, 공정방송위원회, 편집권 독립 규범 등을 정관이나 법령 수준에서 제도화함으로써 대주주나 경영진, 특정 사내 세력이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 보도 체계를 확립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세 번째 과제는 지속가능한 경영 혁신이다. 공영적 지배구조와 공정 보도의 회복만으로 YTN의 미래가 자동으로 보장되지는 않는다. 24시간 보도전문채널은 민주주의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뉴스 인프라이지만, 세계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내며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미국의 CNN과 FOX 뉴스는 예외적인 상업적 성공 사례로 거론되지만, 특히 FOX 뉴스식 민영 뉴스채널 모델은 정치 양극화와 제도 불신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따라서 YTN의 경영 혁신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시청률 경쟁이 아니라 공공 뉴스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이어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 AI 기반 뉴스 제작, 국제방송, 과학·재난·공공정보 서비스, 지역·시민 의제 보도 등 공영적 콘텐츠 영역을 강화하면서도 새로운 수익 모델과 조직 혁신을 결합해야 한다. YTN 정상화의 궁극적 목표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독립되고, 저널리즘적으로 공정하며, 경영적으로 지속가능한 새로운 공영 뉴스채널 모델을 만드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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