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국 중 8위' 혹평했던 ACGA, 한국 지배구조 개혁에 이례적 공개 감사서한

이규선 기자 2026. 6. 1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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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억원 금융위원장 "뜻깊은 서한 받게 돼 보람"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아시아 태평양 지역 기업지배구조를 평가하는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가 한국 정부와 한국거래소, 국회에 공개 서한을 보내 최근 1년간의 지배구조 개혁 성과를 이례적으로 호평했다.

불과 3년 전 한국을 12개국 중 8위로 평가하며 "개혁 로드맵이 없다"고 혹평했던 기관의 태도 변화인 만큼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다만 당시 ACGA가 핵심 과제로 짚었던 의무공개매수제도 등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온전한 합격점을 받기까지는 과제가 남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CGA는 전일 아마르 길(Amar Gill) 사무총장 등의 명의로 한국 국회와 정부에 공개 감사 서한을 발송했다. 특정 국가의 정부와 국회를 수신인으로 삼아 감사 서한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999년 설립된 ACGA는 아태 지역 12개국의 지배구조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현황을 격년으로 평가하는 비영리 독립기관이다. 글로벌 대형 기관투자자를 포함해 105개 회원사가 속해 있으며, 이들의 총 운용자산은 40조 달러에 육박한다.

ACGA는 서한에서 "한국 당국이 지난 12개월 동안 기업지배구조 개혁에서 이룬 상당한 진전을 높이 평가하고자 서한을 보낸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방한 당시 면담했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국회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등을 일일이 명시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글을 올려 "현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뜻깊은 서한을 받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화답했다.

이 위원장은 "한국이 추진한 지배구조 개혁이 자본시장 선진화 의지를 글로벌 투자자에게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는 게 ACGA의 평가"라며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상법 개정·주총 당일 공시 등 '합격점'

ACGA는 서한에서 상법 개정과 주총 의결권 당일 공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명확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강화 등 상법 개정안을 두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자본시장을 향한 한국의 의지를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명확하게 보여준 조치"라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방한 당시 ACGA가 제안했던 주총 의결권 행사 결과 당일 공개를 금융위가 수용해 내년 주총 시즌부터 즉각 시행하기로 한 점을 높이 산다"면서 "투자자 투명성을 크게 높이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추진과 ESG 공시기준 초안 발표 등을 묶어 "공시 품질 개선과 이사회 책임 강화, 자본시장 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라고 호평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비롯해 공시 인프라를 지원해 온 한국거래소의 역할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3년 전엔 "로드맵 없다" 혹평…의무공개매수 법안은 과제

이번 서한이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불과 3년 전 ACGA의 냉혹한 평가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ACGA가 발간한 'CG Watch 2023' 보고서에서 한국은 종합 점수 57.1점으로 12개국 중 8위에 머물렀다. 태국과 중국, 필리핀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사실상 최하위권이었다. 당시 보고서는 한국의 지배구조 정책을 두고 "일관된 로드맵이 없고 파편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3년 만의 태도 변화이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있다.

가장 큰 과제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다. ACGA는 앞선 보고서에서 해당 제도의 입법 지연 시 점수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ACGA 역시 서한 말미에 "앞으로도 이사회 독립성과 실효성 강화, 전체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기업 의사결정 등 과제를 해결하는 데 계속 지원하겠다"며 당부를 남겼다.

연내 발간 예정인 'CG Watch 2025' 보고서에서 한국의 순위가 오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금융당국과 거래소의 발 빠른 정책 대응이 실제 지배구조 평가 순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ACGA]

kslee2@yna.co.kr<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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