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시계의 메커니즘을 드러내다 [더 하이엔드]

서지우 2026. 6. 1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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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Hermès)는 지난 4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스&원더스 제네바’에서 기계식 시계의 구조를 드러낸 ‘스켈레톤 다이얼’ 제품을 주로 선보였다. 브리지, 기어 트레인 등 무브먼트 주요 부품과 그 움직임을 그대로 노출해 기술적 완성도와 조형미를 동시에 보여주는 식이다.
특히 올해 에르메스가 선보인 스켈레톤 모델들은 단순히 다이얼을 비워낸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에르메스 H08 스켈레트’의 경우 쿠션형 케이스 형태에 맞춰 설계된 무브먼트가 특징이며, ‘아쏘 사마르칸드’는 오픈워크 구조를 통해 승마 유산을 고스란히 드러낸 제품이다. 이 중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도 얇은 두께를 구현한 ‘슬림 데르메스 스켈레트 룬’은 에르메스의 시계 제작 공력을 보여준다. 세 모델은 동일한 스켈레톤 워치이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와 해석을 보여준다.

에르메스 H08 컬렉션은 '무와 무한대 사이의 시간'이라는 철학을 담은 라인이다. 올해 에르메스는 H08 컬렉션에 스켈레톤 다이얼을 갖춘 '에르메스 H08 스켈레트'를 추가했다. 사진 에르메스

에르메스 H08 스켈레트(Hermès H08 Squelette)
2021년 등장한 ‘에르메스 H08’ 컬렉션은 ‘무(無)와 무한대 사이의 시간’이라는 철학을 담은 라인이다. 원형 다이얼과 정사각형에 가까운 쿠션형 케이스를 결합해 독창적인 실루엣을 완성했고, 티타늄을 앞세운 산업적 소재와 생동감 있는 색 조합으로 기존 럭셔리 스포츠 워치와는 다른 감각을 제시했다. 숫자 0과 8을 결합한 듯 둥근 형의 아라비아숫자 인덱스 폰트 역시 에르메스 H08 컬렉션을 위해 새롭게 디자인됐다.
올해는 기존 디자인 언어를 유지하면서도 메커니즘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에르메스 H08 스켈레트’를 통해 기계식 시계의 구조적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컬렉션 최초의 스켈레톤 모델이자, 날짜 기능을 제외한 첫 ‘타임 온리’ 모델이다. 케이스는 지름 39㎜의 티타늄 소재다. 새틴 브러시드 가공 후 DLC(Diamond-Like Carbon, 탄소를 이용해 금속 표면에 다이아몬드와 유사한 특성의 박막을 입히는 기술) 코팅 처리를 거쳐 매트한 질감의 블랙 케이스를 완성했다.
다이얼을 감싸는 베젤 역시 검은 톤의 세라믹으로 완성했다. 다이얼은 분을 알리는 미니트 트랙만 남기고 스켈레톤 처리해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드러낸다. 중앙에는 모든 구동 장치를 지지하는 X자형 구조의 브리지가 자리 잡았다. 그 결과 아라비아숫자 인덱스는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에르메스 H08 스켈레트의 무브먼트 'H1978S'는 케이스에 맞춰 쿠션형으로 만들어졌다. 중앙에 모든 구동 장치를 지지하는 X자형 구조의 브리지가 자리 잡고 있다. 사진 에르메스

에르메스는 오토매틱 무브먼트 ‘H1978S’를 새롭게 개발했다. 처음부터 스켈레톤 시계 제작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덕에 모양 역시 케이스에 맞춰 쿠션형이다. 무브먼트의 뼈대 역할을 하는 메인 플레이트와 브리지는 금속 표면에 얇게 검은색 막을 입힌 티타늄으로 제작했고, 부품을 고정하는 주얼 장식에 투명한 루비를 사용해 차분하고 현대적인 인상을 완성했다. 파워리저브는 60시간이다.
에르메스 H08 스켈레트는 두 가지 모델로 선보인다. ‘블루 잔지바르’ 버전은 인덱스와 시침·분침 곳곳에 푸른색으로 포인트를 줬고, ‘그레이’ 버전은 모노톤으로 구성해 절제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쏘 사마르칸드는 브랜드의 승마 유산을 고스란히 담은 컬렉션이다. 올해는 크리스털 공방 생-루이와 협업해 12시부터 4시 방향까지 말의 형태를 따라 다이얼을 오픈워크 처리했다. 사진 에르메스

아쏘 사마르칸드(Arceau Samarcande)
브랜드의 승마 유산을 고스란히 담은 컬렉션이다. 아쏘는 1978년 선보인 에르메스 최초의 시계 컬렉션으로 둥근 케이스와 비대칭 러그, 질주하는 말을 연상시키는 기울어진 아라비아숫자 인덱스가 특징이다.
올해 모델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크리스털 공방 생-루이(Saint-Louis)와의 협업으로 완성했다. 12시부터 4시 방향까지 말의 형태를 따라 다이얼을 오픈워크 처리해 내부 무브먼트를 드러냈고, 여기에 크리스털 글라스를 더했다. 무브먼트를 고정하는 나사 중 하나에는 푸른색을 입혀 말의 눈을 표현했다. 지름 38㎜의 케이스는 화이트 골드와 로즈 골드 두 가지로 구성됐다. 화이트 골드 버전은 보랏빛 다이얼만으로도 강렬한 존재감을 준다. 화이트 다이얼을 탑재한 로즈 골드 버전의 경우 말 모티프 테두리와 베젤에 다이아몬드를 촘촘하게 세팅해 화사한 느낌을 준다.

아쏘 사마르칸드 로즈 골드 버전은 말 모티프 테두리와 베젤에 다이아몬드를 촘촘하게 세팅했다. 9시 방향 슬라이드 레버를 당기면 차임이 울린다. 사진 에르메스
아쏘 사마르칸드의 케이스백을 통해 말이 마차를 끄는 '뒥 아틀레' 모티프를 새긴 로터의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에르메스

스켈레톤과 더불어 이 시계에는 미니트 리피터 메커니즘을 담았다. 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이 메커니즘은 극소수 브랜드만 제작할 수 있다. 케이스 9시 방향에 있는 슬라이드 레버를 당기면 시간·15분·분 단위로 차임이 울리며, 백케이스를 통해 해머가 공(gong, 소리 내는 부품)을 타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회전하며 동력을 축적하는 로터에는 말이 마차를 끄는 장면을 표현한 ‘뒥 아틀레(Duc Attelé)’ 모티프를 새겼다. 이러한 기능을 담은 무브먼트는 에르메스가 자체 제작한 스켈레톤 오토매틱 칼리버 H1927이며, 파워리저브는 48시간이다.

슬림 데르메스 스켈레트 룬 티타늄 버전. 미니트 트랙과 문페이즈 카운터를 제외한 다이얼 대부분을 과감하게 드러냈다. 사진 에르메스

슬림 데르메스 스켈레트 룬(Slim d’Hermès Squelette Lune)
2015년 첫선을 보인 슬림 데르메스는 그 이름처럼 얇은 두께를 앞세운 간결하고 우아한 디자인이 특징인 컬렉션이다. 올해 선보이는 ‘슬림 데르메스 스켈레트 룬’은 미니트 트랙과 문페이즈 카운터를 제외한 다이얼 대부분을 과감하게 도려낸 모델이다. 6시 방향에는 한 쌍의 반구로 하늘 위 달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중 문페이즈 디스플레이가 있다. 에르메스는 2021년부터 해당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이며 라인업을 확장해왔다.

슬림 데르메스 스켈레트 룬 플래티넘 버전. 얇고 균형 잡힌 비율이 돋보인다. 6시 방향에 이중 문페이즈가 놓였다. 사진 에르메스

케이스 크기는 지름 39.5㎜, 두께 8.8㎜로 슬림 데르메스 컬렉션 특유의 얇고 균형 잡힌 비율을 유지한다. 케이스는 매트한 질감을 가진 티타늄과 광택감이 느껴지는 플래티넘 소재 두 가지다. 48시간의 파워리저브 갖춘 자체 제작 오토매틱 무브먼트 H1953를 시계의 심장으로 썼다.

서지우 기자 seo.ji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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