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은 북한과 소통하는 선교의 통로”

김용현 2026. 6. 10. 03: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직전 북한기독교총연합회장
정형신 뉴코리아교회 목사 인터뷰
정형신 목사가 최근 서울 강서구 뉴코리아교회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탈북민 사역과 북한 선교에 관한 철학을 밝히고 있다.


북한 땅에 복음을 전하겠다는 열망을 품었던 20대 청년은 정작 지척인 한국에 북한 주민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2007년 신학대학원에 입학한 그는 같은 학교 3학년에 탈북민 전도사 A씨가 재학 중이라는 소식을 듣자마자 한달음에 달려갔다. 청년은 간절한 마음으로 북한 사역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묻자 A씨는 “가르치려 하지 말고 배우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직전 북한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인 정형신(46) 목사는 최근 서울 강서구 뉴코리아교회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당시 그 답변이 내게는 큰 충격이었다”고 털어놨다. A씨 답은 정 목사가 탈북민 목회를 이어가는 데 원칙이 됐다.

정 목사는 대학 시절부터 북한을 마음에 품었다. 경영학 전공 후 한국대학생선교회(CCC) 활동을 하던 그는 1년간 중국 산둥성 선교지에 머물며 북한 유학생들을 처음 마주했다. 매일 가슴에 배지를 달고 줄지어 지나는 청년들을 보며 마음을 키웠다. 그가 신대원에 입학한 때는 국내 입국 탈북민이 갓 1만명을 넘긴 무렵이었다.

정 목사는 2007년 10월 A씨가 개척한 30여명 규모의 탈북민 교회 전도사로 부임했다. 이듬해 선임 전도사가 목사 안수를 받고 미국으로 떠나면서 정 목사는 28세 나이에 교회 담임이 됐다. 정 목사는 남남북녀(南男北女)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첫 사역지에서 함경북도 온성 출신의 부인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당시 한반도 최남단 역이 있던 전남 여수에서 자란 남편과 한반도 최북단에서 온 부인이 만났다”며 웃었다.

2011년 8월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새 교회를 개척했다. 1000명 가까운 탈북민이 살면서도 탈북민 교회가 없는 동네였다. 개척 멤버는 부인과 6개월 된 아들, 성도 3명이 전부였다. 자택에서 예배를 드리다 이웃 항의가 이어지자, 인근 상가 2층 50㎡ 공간으로 자리를 옮긴 곳이 지금의 뉴코리아교회다.

부인은 ‘코리아’라는 이름이 통일 이후에도 쓰일 것으로 보고 ‘새로움’을 더한다는 뜻으로 교회 이름을 제안했다. 15년간 일곱 번 상가를 확장한 교회는 현재 주일학교 아이들부터 80대까지 전 세대가 모인다. 성도 구성도 남북한 출신, 중국인과 대만인 등으로 다양하다. 정 목사는 “우리 교회는 새로 온 이에게 출신지를 묻지 않는다”며 “한번은 남한 성도가 옆 사람에게 고향을 묻자 ‘대구’라는 답을 ‘태국’으로 잘못 알아듣고, 북한 성도들이 함께 웃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하나님께서 탈북민을 보내신 이유는 이들을 통해 북한을 배우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은 북한에 남은 가족과 소통하며 남한 소식을 전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탈북민의 정착과 시혜적 지원에 초점을 맞춰왔던 기존 사역에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뉴코리아교회는 '북한 선교의 십일조' 감당을 목표로 삼았다. 탈북민 전체 규모 3만여명 중 강서·양천·마포·부천 지역 거주 탈북민 3000명을 10년 안에 모두 찾아가 복음을 전할 계획이다. 뜻을 같이하는 교회들과 방문 팀을 꾸려 매달 심방에 나선다.

탈북민 목회자 지원에도 힘을 쏟는다. 국내 탈북민 교회의 90%는 미자립 상태다. 뉴코리아교회는 자체 설립한 불씨선교회를 통해 애터미와 평강교회, 오륜교회 등과 함께 탈북민 목회자들이 일 년 중 최소 한 달은 온전한 사례비를 받도록 도우려고 한다.

정 목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등 동북아 정세 변화와 관련해 "정세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교회의 목적은 정치 지형을 바꾸는 게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복음을 전하는 데 있다"며 "북·중 밀착 같은 흐름 속에서 정작 그 영향을 받는 북한 주민과 탈북민들이 어떤 마음을 품게 되는지 한국교회가 더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코리아교회 예배당에는 북한 지도가 걸려 있다. 북한 출신 성도는 고향에, 그 외 성도는 마음에 품은 지역에 십자가를 그린다. 통일 이후 그 자리에 교회를 세우겠다는 다짐이다. 현재 지도 35개 지역에 115개의 십자가가 새겨져 있다. 정 목사는 "완벽한 준비를 기다리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야 한다. 북한 기독교인들이 핍박받는 상황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손해 보지 않는 선교는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