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중국의 무책임한 ‘북핵 묵인’

송세영 2026. 6. 1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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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영 베이징 특파원


북한 비핵화를 위한 20년간의 국제공조가 와해될 위기다. 러시아에 이어 중국까지 북핵을 묵인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 김정일 정권이 2006년 10월 9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지하 핵실험장에서 첫 핵실험을 한 이후 20년간 제재를 추가하고 강도를 높여가며 비핵화를 압박해 왔다. 미국 등 서방이 주도한 제재안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도 동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러시아와 중국은 1969년 유엔총회 결의를 통해 탄생한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수혜국이다. NPT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에 대해서만 핵무기 보유를 허용한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NPT 체제를 부정하는 셈이 된다.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의 빌미가 되고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에 나서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두 나라가 한때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체제에 적극 참여했던 이유다. 북한도 당시 핵보유국이 될 의사가 없다며 협상을 통한 해결을 희망했다.

2019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무위로 돌아간 뒤 북한의 태도가 돌변했다.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며 핵보유국 인정을 요구했다. 중·러와의 관계 악화와 국제적 고립 심화가 뒤따랐지만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상황이 역전됐다. 1만명 이상의 병력과 무기를 지원받은 러시아가 북핵을 용인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4년 3월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자체 핵우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폭탄 발언을 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NPT 평가회의에서 “북한은 결코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문구를 합의문 초안에서 삭제시켜 북핵을 방어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중국은 아직 공식 입장에 변화가 없다. 미 백악관은 지난달 14~15일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 직후 내놓은 팩트시트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북한 비핵화 목표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 발표문엔 이런 내용이 없었지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 질문에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입장과 정책은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해 미국 측 발표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8일 평양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핵을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이날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게재한 기고문이나 환영연회 인사말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석 취임 후 처음 평양을 방문한 2019년 북핵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언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입장 변화가 감지된다.

북·러 간 밀착을 견제해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비핵화를 의제로 삼으면 러시아 쪽으로 등을 떠미는 셈이 된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 다자주의를 옹호하고 NPT 체제를 수호하려는 중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크지 않다. 결국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게 침묵이지만 이는 북핵 묵인과 다를 바 없다. 북한이 이 같은 변화를 근거로 추가 핵실험에 나선다면 중국은 동북아 안정을 위태롭게 한 책임을 져야 한다.

중국은 지난달 미·러 정상을 잇달아 베이징으로 불러들여 존재감을 과시했다. 스스로 자부하는 대로 ‘국제질서 안정의 근원’ ‘책임 있는 대국’이라면 두루뭉술 넘어가지 말고 북핵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게 마땅하다.

송세영 베이징 특파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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