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저 수험생 안경 이상한데?”… 잡고 보니 AI 글라스 커닝

이찬희 2026. 6. 1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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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기사 등 국가기술자격 시험서
감독관 눈썰미 3명 적발·경찰 고발
토익시험서도 2건… 챗GPT 쓰기도
사용금지 대상에 없어 개선 추진 중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글라스를 착용한 채 국가기술자격시험을 치르려던 수험생이 전국에서 잇따라 적발돼 수사를 받게 됐다. AI 기술이 활용된 웨어러블 기기가 확산하면서 시험 부정행위 수법도 진화하는 모습이다.

9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달 실시된 정기기사 컴퓨터기반시험(CBT) 과정에서 스마트글라스를 착용한 수험생 3명을 서울과 전남 목포, 대전에서 적발해 시험을 무효 처리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적발 시점은 지난달 24일 등이며 응시 종목은 전기기사와 산업기사 등이다.

스마트글라스는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로 음성 명령을 통한 정보 검색이나 통화, 사진·영상 촬영 등이 가능하다. 최근 출시된 일부 제품은 생성형 AI와 연동돼 질문하거나 대상을 촬영하면 정보를 렌즈(디스플레이)에 표시해 준다.

적발된 수험생들은 모두 현장에서 안경의 형태를 수상하게 여긴 감독관에게 발견돼 퇴실 조치됐다. 공단은 스마트글라스 내부에 저장된 정보와 부정행위 활용 경위, 조직적 커닝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부정행위가 적발된 시험 문항들은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폐기했다. 해당 시험은 문제은행 방식으로 운영돼 해당 문항만 폐기하면 된다는 것이 공단의 설명이다. 이와 별도로 지난달 16일 인천에서는 국가기술자격시험 응시자가 시험 도중 스마트폰으로 챗GPT를 사용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국가기술자격법 시행규칙에는 전자·통신기기 사용 금지 규정이 있지만 스마트글라스가 금지 대상 기기로 명시돼 있지는 않다. 공단 관계자는 “법령상 스마트글라스를 금지 기기로 명문화하고 전자·통신기기 소지만으로도 부정행위자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파탐지기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토익(TOEIC) 정기시험에서도 스마트글라스를 이용한 부정행위 시도 사례가 2건 적발됐다. 응시자들은 시험 시작 전 감독관에게 적발돼 문제 유출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글라스를 활용한 시험 부정행위는 해외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24년 와세다대 입학시험에서 응시자가 문제를 촬영해 지인들에게 전송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답을 구하는 방식의 부정행위를 시도하다 적발됐다. 중국은 대학입학시험 등에서 스마트글라스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학입학자격시험(SAT)을 주관하는 칼리지보드도 지난 3월부터 스마트글라스를 시험장 반입 금지 품목에 포함했다.

전문가들은 AI 기기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휴대전화 반입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춘 기존 시험 감독 방식으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향후 수능 등 대규모 국가시험에서도 AI 웨어러블 기기를 악용한 부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만 일관된 관리 기준이 부족하다”며 “이에 대비한 시험관리 체계나 제도적 장치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희 기자 becom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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