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정해진 미래…영끌·빚투족 비상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결정해나갈 것이다.”
한국은행 금통위가 지난 5월 28일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명시한 문장이다. 금리를 연 2.5%로 여덟 차례 연속 동결하면서도 향후 금리 인상을 암시한 셈이다. 6개월 후 금리 전망을 가늠하는 점도표에선 위원 다수가 3%대를 제시했다. 시장은 이미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선반영하는 분위기다. 5대 은행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연 7%를 넘었다. 증시 신용공여 잔고도 37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장기간 지속돼온 저금리 기조가 흔들리며 다시 긴축의 시대가 다가오는 모습이다.
점도표가 바뀌었다
석 달 만에 금리 인상 전망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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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과 5월 한국은행 점도표에서 금리 인상 전망치 변화다. 2월에는 금통위원 7명의 전망치 21개 중 16개가 2.5% 동결에 몰렸고, 인상 전망은 단 1개였다. 5월 28일은 달랐다. 21개 중 19개가 인상을 가리켰다. 3%에 10개, 2.75%에 7개, 3.25%에 2개가 찍혔다. 동결 전망은 2개로 확 줄었다. 한 분기 만에 점도표의 무게중심이 2.5%에서 3%로 0.5%포인트 올라간 것이다. 점도표가 가리키는 6개월 후는 11월이다. 위원 다수가 연내 두 차례 인상을 내다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금리 인상 요구가 나왔다. 5월 금통위 회의에서 장용성 위원과 유상대 부총재는 기준금리를 즉시 2.75%로 올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직전 4월 금통위는 만장일치 동결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란 평가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성장, 환율, 부동산 등 지표에서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게 나타났다”며 금리 인상의 방향성이 정해졌음을 시사했다.

이르면 7월 인상 시작할 듯
남은 건 인상 시점이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언제, 얼마나 올릴까.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는 1·2·4·5·7· 8·10·11월에만 열리기 때문에 가장 빠른 다음 회의는 7월 16일이다. 증권가에선 이르면 이때 1차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본다. 근거는 고물가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전월(2.6%)보다 0.5%포인트 뛰었다. 2024년 4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상승세도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2월 2%, 3월 2.2%, 4월 2.6%, 5월 3.1%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김명실 iM증권 애널리스트는 “특히 전월비 상승률이 연속적으로 0.5%를 기록하며 상당히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전년 기저효과에 의해 높아지는 기술적인 부분을 넘어, 실제 가격 수준 자체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단기적으로는 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류 가격이 전년 대비 24.2% 오른 영향이 크다. 하지만 근원물가도 올랐다는 점에서 물가 상승이 대외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식료품(농산물 등)과 에너지(유가 등)는 날씨·전쟁·계절 같은 외부 요인에 따라 단기간에 급등락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변동성이 큰 항목들을 빼고 산출한 근원물가는 우리 경제의 실질적인 물가 체력을 나타낸다. 지난 5월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비 2.5%,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역시 2.5%를 기록했다. 두 지표 모두 4월 2.2% 수준에서 상승한 수치다.
물가 상승 기조가 뚜렷해지자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을 기존 2.2%에서 2.7%로 대폭 올렸다. 시장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고 속속 금리를 먼저 올리고 있다. 고정형 주담대 기준 지표인 금융채(은행채 AAA) 5년물 금리는 5월 중순 4.2%대를 돌파했다. 2년 만의 최고치다. 국고채 3년물도 금통위 직전 3.7%대를 넘었다.
결과는 즉각 대출금리에 반영됐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연 7.01%를 기록했다. 7%를 넘은 것은 2022년 10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변동형 주담대 상단도 6%대로 올랐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주담대 상단은 7.5%에 근접한다는 게 은행권 전망이다. 연내 두 차례 인상이 현실화하면 8%도 가시권에 들어온다.
빚투 잔고 37조원 ‘뇌관’
반대매매에 증시 변동성 커질 수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영끌해서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한 빚투족이다.
부동산의 경우, 2020~2021년 저금리 시절 연 4%대 혼합형 대출로 집을 산 차주들이 특히 취약하다. 5년 만기 갱신 시점에 현재 금리(연 7%대)를 그대로 적용받기 때문이다. 3억원을 연 4%에 30년 만기로 빌린 차주의 월 상환액은 약 143만원이다. 금리가 7%로 갱신되면 200만원으로, 연간 684만원을 더 내야 한다. 5억원 대출자라면 연간 1116만원, 7억원이면 1572만원의 추가 부담을 지게 된다.
증시 신용공여 잔고도 위험 수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28일 기준 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7조1840억원, 코스닥은 9조8846억원, 합산 약 37조원으로 사상 최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랠리 속에 레버리지 투자가 급증한 결과다.
신용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에 증권사 가산금리가 더해진다. 차입 비용은 실제로 연 8~10%에 달하는 경우도 많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이 비용도 올라간다. 증시가 흔들리면 대규모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며 지수를 추가 하락시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머니 무브’ 힘 받을까
“긴축 유지 장기화” 전망 솔솔
물론,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유인도 없지 않다. 중동 전쟁 종식으로 인한 유가 급락 변수가 대표적이다. 수십조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금리 인상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김명실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다시 ‘언제 인하하나’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높은 금리가 지속되는가’를 거래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시장은 7월 인상 이후에도 긴축 유지 기간 장기화, 정책금리 경로 상향 가능성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거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머니 무브’를 유도하려는 정부 정책 기조를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기대수익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규제 강화와 공급 확대뿐 아니라, 금리 인상 카드 역시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이를 고려할 때 통화 정책은 상대적으로 긴축적인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노승욱 기자 noh.seungwook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3호(2026.06.10~06.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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