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 다가오면 휴직자 급증… 본업 팽개친 선관위 직원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방선거나 대통령 선거, 총선 등 전국 단위 선거가 다가올수록 직원들의 휴직이 늘어나는 양상이 수년째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6·3 지방선거 본투표일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도 이러한 선관위 조직의 전반적인 기강 해이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관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이내에 치러진 지선, 대선, 총선 등 7차례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선거 6개월 전 대비 한 달 전 선관위 휴직자 수가 수십명씩 늘었다.
지난해 6월 21대 대선 6개월 전만 해도 선관위 휴직자 수는 127명이었지만 대선 한 달 전 휴직자 수는 145명으로 18명 늘었다. 올해 6·3 지방선거에서도 선거 6개월 전 164명이던 선관위의 휴직자 수는 한 달 전 181명으로 17명 증가했다. 이에 앞서 2024년 22대 총선에서도 선거 6개월 전 146명이던 선관위 휴직자는 선거 한 달 전 169명으로 23명이나 늘었다.

특히 전국 단위 선거가 두 차례 있었던 2022년에는 그야말로 ‘휴직 러시’라고 할 만큼 선거일 직전 휴직자가 급증했다. 2022년 3월 20대 대선 6개월 전 111명이던 선관위 휴직자 수는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198명으로 87명(78.4%)이나 늘었다. 대선 3개월 뒤 치러진 지방선거(제8회)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지방선거 한 달 전 휴직자 수가 220명까지 치솟았다.
주된 휴직 사유는 ‘육아휴직’이었다. 선관위가 채현일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선관위 전체 휴직자 176명 가운데 124명(70.5%)이 육아휴직을 택했다. 육아휴직은 자녀가 만 8세까지는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데, 이런 제도를 업무량이 많아지는 선거철 회피 수단으로 활용했을 수 있다.
선관위는 2023년 8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선거 기간 휴직 자제’ 공문을 보내거나 휴직 예정자 실태를 사전 파악해 ‘예정 없는’ 휴직자에 대해 타 시·도 발령 등 인사상 불이익까지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선거가 있는 해 휴직자가 늘어나는 현상이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선관위가 그동안 헌법상 독립기구라는 이유로 감사원 감사 대상 등에서 제외된 점이 이런 행태를 키웠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선거가 임박할수록 휴직을 하는 행태가 수년간 반복됐다는 건 조직적인 도덕적 해이”라며 “조직 문화가 완전히 타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도 “군인이 전시에 휴가를 허용하지 않듯 선관위도 선거 기간에는 출산휴가를 제외한 통상적 휴가나 휴직 등에 제한을 둬야 한다”며 “기관 스스로 자정이 안 된다면 선관위를 굳이 상시 조직으로 둬야 하는지 의문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헌 이찬희 김다연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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