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투표용지 오면 전화 통보”… 선관위 지침에 없는 ‘즉흥 대응’ 논란
사무원들이 나중에 개별 연락하기도

6·3 지방선거 본투표일 당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일부 투표소에서 이뤄진 ‘유권자 휴대전화 번호 수집 및 투표용지 도착 시 연락’ 등 대응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식 지침에 없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례 없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투표소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임기응변에 나선 것이지만, 일부 유권자는 연락처를 남겨놨음에도 연락을 받지 못하는 등 혼선이 잇따르면서 주먹구구식 선거 행정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9일 국민일보에 “투표에 관한 기본 절차와 사례별 대처 요령 등을 담은 ‘투표 매뉴얼’에 선거사무원이 유권자의 연락처를 받아놓은 뒤 투표소에 와서 투표하라고 안내하는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투표소에서 일하는 선거사무원들은 선관위의 매뉴얼을 숙지하고 선거 업무에 투입된다.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등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바닥나자 선거사무원들이 현장에 있던 유권자들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남기면 추후 투표할 수 있도록 연락하겠다고 안내하는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유권자들에 따르면 당시에 연락처를 남기고 왔음에도 전화를 받지 못하거나 전화번호를 남기라는 안내조차 받지 못하는 등 유권자마다 선거사무원 안내가 일관되지 않은 정황이 포착됐다.
본투표일 오후에 가락2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한 장모(44)씨는 “먼저 도착한 유권자 20~30명에게는 선거사무원이 ‘전화번호를 남기면 5시30분까지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나처럼 멀리서 지켜본 사람한테는 그런 안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투표소를 찾았던 60대 한모씨도 “오후 4시쯤 전화번호를 적어두고 가면 전화로 투표가 가능할 때 알려준다고 해서 연락처를 남겨두고 집에 왔지만 전화는 없었다”며 “다시 투표소에 오지 않았더라면 투표를 못할 뻔했다”고 토로했다. 당일 송파구 한 투표소에서 일한 선거사무원도 “실제 사무원들이 유권자들한테 전화를 돌리는 모습을 봤다”며 “누가 결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무원들이 송파구 선관위와도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지난 8일 출범한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사실관계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투표소 차원의 대응에 대해 “위법 소지는 없는 것 같다”면서도 “어느 사무원이 어느 유권자의 전화번호를 받았는지, 어느 유권자에게는 전화했고 어느 유권자에 대해서는 연락을 하지 않았는지 등의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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