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구자철·박주호 ‘다 괜찮은데...체코 키가 걸린다’

한국 축구대표팀 출신 기성용(37·포항)과 구자철(37·제주 어드바이저), 박주호(38·해설위원)가 한자리에 모였다. A매치 합산 226경기, 월드컵을 2차례 이상씩 누볐던 세 사람이 바라본 북중미 월드컵은 역대급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묘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셋은 JTBC 월드컵 중계에 앞서 프리뷰쇼에 나선다.
박주호는 “해볼 만한 상대라서 잘만 준비한다면 한 번도 못 했던 조 1위도 바라볼 수 있지만 어설프게 준비하면 꼴찌로 떨어지는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2018년 월드컵 멕시코전(1-2패)을 경험한 기성용은 “멕시코는 이르빙 로사노 등이 뛰던 2018년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 남아공도 한국의 이전 월드컵 상대인 알제리나 가나에 비해 스타도 없고 해외파도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장신 선수가 즐비한 체코는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기성용은 “2018 월드컵 스웨덴전(0-1패)에서 세트피스 때마다 불안했다. 체코를 상대하는 후배들도 1m90㎝짜리 4명이 페널티박스로 들어오면 위압감을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성용은 “스쿼드의 신구 조화와 밸런스는 좋다. 다만 전술이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바뀌어 불안감이 있다. 황인범(페예노르트)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대체할 선수가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박주호는 “김민재(뮌헨)의 파트너가 누가 될지 궁금하고, 깜짝 발탁된 이기혁(강원)이 잘 뛸 수 있을지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했다.
새 규정도 잘 활용해야 한다. 전·후반 각각 22분부터 3분간 진행되는 수분 보충 시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에 대해 박주호는 “농구 작전타임처럼 감독이 전술을 바꿀 수 있고, 경기가 플랜대로 안 풀리면 전반 20분 만에 선수를 과감히 교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인종차별 방지를 위해 상대와 언쟁 중 입을 가리면 퇴장당하는 규정에 대해 박주호는 “바젤 시절 동료였던 모하메드 살라(이집트)한테 입을 가리고 ‘잘 잤어?’ 안부를 묻는 것조차 안 되는 셈이다. 우리가 A조인 만큼 본보기성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월드컵 첫 출전 선수는 ‘데뷔 패치’를 오른쪽 가슴 위에 달고 뛴다. 박주호는 “차에 붙이는 초보운전 스티커 같다”고 했고, 기성용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지만 월드컵 첫 출전인) 엘링 홀란(노르웨이)도 달아야 한다”며 웃었다.
기성용은 오현규(베식타시)를 기대했다. “FC서울 시절 수원 삼성 소속 현규와 맞붙었을 때 대성할 것 같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 긴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주호는 프랑스의 마이클 올리세(뮌헨)를, 기성용은 일본의 사노 가이슈(마인츠)를 주목할 선수로 꼽고 “박지성 형을 보는 듯 엄청난 활동량을 지녔다”고 극찬했다.

구자철은 “일본은 2002년 월드컵 이후 100년 대계를 세우고 독일 축구를 거의 유사하게 가져왔다. 지난 3월 웸블리에서 잉글랜드를 꺾는 등 FIFA 랭킹 10위권 팀들을 연달아 잡았다”고 했다. 기성용도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가 부상을 당했는데도 베스트11이 너무 강력하고 우리와 선수층 차이가 많이 난다. 패스도 아기자기하고 피지컬도 좋아져 몸싸움에도 두려움이 없다. 자철이 말대로 일본의 우승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고 거들었다.
우승 후보로는 구자철이 마인츠 시절 은사 토마스 투헬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과 함께 일본도 꼽았다. 기성용은 스페인을, 아르헨티나계 스위스 출신 아내를 둔 박주호는 아르헨티나를 각각 꼽았다. 득점왕 후보로는 해리 케인(잉글랜드)·킬리안 음바페(프랑스)·홀란을 지목하면서, 홀란이 2019년 U-20 월드컵 조별리그 때 온두라스에 9골을 몰아넣었던 것처럼 약팀을 상대로 몰아치기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34세 이재성(마인츠)은 물론 손흥민(LAFC)에게도 라스트 댄스가 될 수 있는 대회다. 기성용은 “최고참급인 데다 대표팀 상황을 고려하면 중압감이 엄청날 텐데 안타까워서 더 응원하게 된다”고 했다. 박주호는 “이강인(PSG)의 얼리 크로스를 이재성이 헤딩으로 떨궈주고 손흥민이 마무리하는 그림을 상상해본다. 그게 1차전 결승골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멕시코시티=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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