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역대 가장 강한 北지도자 됐다” NYT 분석

강창욱 2026. 6. 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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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지렛대로 ‘역대 최강’ 입지
북·러 밀착으로 식량·석유·무기기술 확보
中 시진핑까지 평양행… “김정은의 승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환영 연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렛대 삼아 집권 이후 가장 강한 입지를 구축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김정은의 승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고 김정은은 현재까지 북한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여겨지고 있다”고 해설했다.

이어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없었다면 이를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NYT는 김 위원장의 분위기가 코로나19 대유행 때와 크게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2020년 TV 연설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했다. 그는 “정말 죄송하다”며 “우리 인민들이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기에 나의 노력과 정성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고지도자를 무오류의 존재로 떠받드는 북한에서 이 같은 공개 사과는 이례적이었다고 NYT는 설명했다.

당시 북한은 코로나19와 식량난, 국제 제재가 겹치며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김 위원장은 국경을 닫고 중국과의 무역·밀수를 단속했다. 외국 영상물과 중국산 물품이 오가던 비공식 시장도 강하게 통제했다.

2023년 한국으로 탈출한 한 탈북민은 NYT에 “우리는 돈을 벌 수 없었다”며 “그는 인민들의 목을 조였다”고 말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김 위원장에게 뜻밖의 기회가 됐다고 NYT는 분석했다. 북한 군수공장은 러시아 전쟁 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다시 가동됐고, 북한 병력 약 1만6000명이 전쟁에 투입됐다. 노동자들도 러시아로 보내져 외화를 벌어들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평양체육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반대급부가 컸다. 러시아는 북한에 식량과 석유, 새로운 무기 기술을 제공했다. 러시아 관광객의 북한 방문도 이어졌다. 양국은 상호방위·협력 조약까지 체결했다.

NYT는 북·러 밀착이 과거 북한을 압박해온 국제 제재망을 흔들었고, 북한 최대 교역 상대인 중국을 향한 김 위원장의 협상력까지 키웠다고 해석했다.

경제 개선 조짐도 나타났다. 2024년 북한 경제는 3.7% 성장한 것으로 추정됐다. 8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평양과 지방 도시에 새 아파트가 들어섰고, 해안·스키·스파 리조트 개발도 진전됐다.

NYT는 평양의 네온사인이 예전보다 밝아졌고, 스마트폰 앱을 통한 쇼핑과 음식 배달도 늘었다고 전했다. 다만 평양 밖 지역의 빈곤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올해 노동당 대회에서 북한이 ‘영광스럽고 번영하는 새 시대’에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노동당은 주민들이 이제 ‘사탕과 총알’을 모두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 회복과 군사력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뜻이다.

NYT는 김 위원장이 더 이상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나 한국과의 화해보다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원하고 있다고 봤다.

펜타곤에서 한때 한반도 전문가로 일했던 한 인사는 “북한은 지난 30년 동안 지금 가장 큰 지렛대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도 이런 흐름 속에서 해석됐다. NYT는 시 주석이 북한을 찾은 것은 북·러 밀착으로 커진 김 위원장의 자신감을 의식한 움직임일 수 있다고 봤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와 가까워지면서 중국도 대북 영향력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생겼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기적적 전환’을 언급하며 대규모 주거 건설과 투자 확대를 과시했다. 그는 북한이 “더 이상 다른 나라의 위협에 취약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핵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확보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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