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년 된 대구애락원, “초기 개신교 의료선교 사적으로 보존해야”
손산문 목사, “복음·교육·의료 선교 전략지로 그 의의 커”
역사위, “총회 사적 지정해 유산 보존해야”
대구애락원 측과 ‘총회 산하기관 지위 확인’ 분쟁 중
대법원 판결 남아…선결 과제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정훈 목사) 내부에서 한국 개신교 초기 의료선교의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던 대구애락원을 총회 사적으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현재 총회 산하기관 지위 등을 놓고 대구애락원 측과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인만큼 소유권 확보가 선결 과제로 떠올랐다.
예장통합 총회역사위원회는 9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그레이스홀에서 ‘대구애락원의 역사와 현안’을 주제로 제110회기 한국교회사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한국기독교유산협의회가 주관했으며, 예장통합 노회역사위원회 임원과 한국기독교유산협의회 회원 등이 참석했다.
포럼에서는 대구애락원의 역사적 가치를 살피며 이를 체계적으로 보존,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됐다. 대구애락원은 1909년 미국 북장로회 의료선교사들이 시작한 한센인 돌봄 사역에서 출발했다. 초기 미 북장로회 대구선교지부 의료선교사였던 우드브리지 존슨(1869~1951)이 한센인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고, 뒤를 이은 아치볼드 그레이엄 플레처(1882~1970) 선교사가 한센인들을 위한 독립 공간을 마련하며 전문적인 치료 사역을 전개했다.



총회역사위원회 전문위원인 손산문 목사는 “대구애락원은 한국 개신교의 의료선교가 사회적 약자에 도달한 가장 이른 자취 가운데 하나이다”며 “근대 의료 복지 인권사가 교차하는 살아있는 장소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제가 운영한 소록도와 달리 대구애락원은 선교사들이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 정신에 따라 운영한 시설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며 “단순 의료기관이 아니라 선교 초기 한국교회가 추진했던 ‘복음·교육·의료’ 중심의 선교 전략이 실제로 구현된 장소이며, 근대 의료사·사회복지사·선교사 연구를 위한 중요한 역사 현장이다”고 부연했다.
손 목사는 특히 대구애락원이 과거 주요 한센인 선교시설이었던 부산 상애원, 광주 애양원과 달리 유일하게 당시 부지와 건축물을 비교적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초기 한센인 의료 선교를 기억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는 의미다. 또 현재 남아 있는 건축물 3동은 2004년 국가 차원의 근대문화유산 조사에서 그 보존 가치를 인정받은 건물들로, 유형 문화유산 자체가 당시 역사를 증언하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에 손 목사는 “유형의 유산은 그 안에 담긴 역사성을 구체적으로 증언할 뿐 아니라 과거의 역사를 현재화하는 중요한 기반”이라며 “대구애락원을 국가유산 및 총회 사적으로 지정해 보존과 복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목사는 총회 차원의 사적 지정의 근거로 1995년 재단법인 미국예수교북장로파 대한선교회 유지재단이 예장통합에 법인 설립자 권한을 양도한 점 등을 들었다. 나아가 총회 차원의 정확한 학술 연구와 체계적인 보존 계획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대구애락원을 둘러싼 갈등을 넘어 한국교회의 소중한 역사 유산으로 보존하고 미래 세대에 계승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실제적인 협의체도 구성됐다. 지난 5월 총회역사위원회를 중심으로 행정, 사적 현장을 아우르는 사단법인 한국기독교유산협의회가 창립됐다. 국가유산청에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된 이 협의회는 예장통합 총회 사적의 효과적인 보존과 유기적인 활성화를 도모하고, 사적의 미래 발전을 위한 공동 학술·교육·탐방 프로그램 개발 등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기독교유산협의회 사무총장인 윤재현 목사는 이날 “그동안 총회 사적 지정은 총회역사위원회가 주도했지만, 보존과 활용은 각 현장이 개별적으로 추진해 왔다”며 “유기적인 보존과 활용 체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협의회를 통해 총회 지정 한국기독교사적지를 연계하고, 메타버스 기반 사이버 탐방 플랫폼 구축, 현실 순례 프로그램 연계, 학술·교육·탐방 콘텐츠 개발 등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현재 대구애락원 측이 예장통합의 설립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며 ‘총회 산하기관 지위 부존재 확인’을 법원에 청구한 상태라 실질적인 보존과 활용을 추진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애락원대책위원회 전문위원 김병구 장로에 따르면 1·2심 법원 모두 대구애락원이 예장통합 총회 산하기관이라는 취지로 판단했으며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김 장로는 “현재 11명 안팎의 원생 대부분 80대인 만큼 하루속히 대구애락원을 총회 사적으로 보호, 보존해 그 역사를 후손들에 물려줄 것을 연구하고 고민할 때이다”고 호소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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