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으면 그만둬"... 10시간 일하고 최저임금도 못 받는 대리기사들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대리운전 기사, 배달라이더, 학습지 교사가 직접 펜을 들었습니다. 민주노총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870만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기자말>
[이창배]
얼마 전 한 대리운전 기사가 자신이 일하던 업체로부터 영구 배차제한을 당했습니다. 어떤 잘못을 저지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하루 종일 일하고도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을 받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일인지 물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낮은 운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결과는 일할 기회 자체를 잃는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대리운전 기사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한 법인 대리운전 업체에서 일일기사로 일하는 법인기사입니다. 10시간 동안 운전대를 잡은 후 그가 받는 수입에서는 중개수수료 2만 4천 원, 프로그램비, 관리비, 보험료 등 각종 비용이 공제되어 있었고,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시간당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너무 억울해서 회사에 항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냉정했습니다. "누가 하라고 했냐", "싫으면 그만두라"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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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대리기사에게도 최저임금 적용하라"고 요구하며 일인시위 중인 이창배 위원장 |
| ⓒ 민주노총 |
이러한 동료 대리운전 기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종종 이런 생각이 듭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이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존중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대리운전 기사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회사가 주요 노동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해도 항의조차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최근 사측은 관리비 대신 중개수수료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노동조건을 더욱 후퇴시키고 있습니다. 사측은 동의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하지만, 동의하지 않으면 사실상 일을 할 수 없는 구조에서 이루어진 동의가 과연 진정한 동의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동조합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와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쟁점인 보수와 수수료 체계에 대한 논의는 번번이 벽에 부딪힙니다. 회사는 운임과 수수료, 보수 체계와 같은 문제가 경영권 사항이기 때문에 교섭 대상이 아니라며 논의조차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보수는 노동자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노동조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체교섭에서 이에 대해 논의하지 않겠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임금 빼돌린 업주 고발했더니… "근로자 아니라 혐의 없다"
이 문제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이 제대로 존중되고 있는지에 관한 문제이며, 대리운전 기사의 인권에 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노동조합은 관리비 명목으로 기사들의 임금 계좌에서 돈을 빼내 회사 운영비로 사용한 업주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했습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대리운전 기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대리운전 기사들은 법과 제도 사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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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리운전기사, 배달라이더, 학습지교사를 비롯한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이 5월 27일 직접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최저임금법 위반 진정을 냈다 |
| ⓒ 민주노총 |
그래서 대리운전 기사들은 고용노동부에 대리운전 산업의 대표 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와 대표적 법인업체인 ㈜청방 등을 상대로 최저임금법 위반 진정을 제기합니다.
대리운전 기사들이 더는 생계 때문에 아파도 핸들을 놓지 못하는 현실이 계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더 많은 수입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장시간 노동을 하고, 과로에 시달리며 속도전을 펼치다 죽거나 다치는 현실도 계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노동자가 건강과 안전을 포기하지 않아도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번 진정이 대리운전 기사의 최저임금 및 적정 보수 적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창배는 민주노총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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