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공동 인식” “만족한 견해 일치”…한·미 동맹 견제할 새 ‘북·중 혈맹’ 떴다

정영교, 이유정 2026. 6. 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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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평양 금수관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중 정상이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글로벌 이슈에서도 함께 대응하는 새로운 동맹의 시대를 선언했다. 지난 8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요한 공동 인식을 달성”했다고 밝혔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만족한 견해일치가 이룩”됐다고 과시했다. 양국은 공통 이념인 사회주의와 전통적인 혈맹 관계를 수차례 강조하며 ‘북·중관계 발전의 새로운 장’을 여는 합의를 이룩했다고 강조했다.

시진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지난달 14~15일)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을 잇달아 만나 의견 일치를 이끌어 내면서 북·중·러 ‘3각 반미 연대’ 고리의 완결성을 만들어 낸 모양새다. 특히 양국 발표에서 모두 북핵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건 한반도 안보에 갖는 함의가 크다는 분석이다. 이는 곧 한반도에서 한·미 동맹 대(對) 북·중 동맹의 대립 구도가 형성될 우려가 더 커졌다는 의미일 수 있어서다.


“북·중 전략적 조정 강화 방안 논의”


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회담에서 “앞으로도 조중 친선을 가장 중대한 제1의 전략적 사업으로 견지”하겠다면서 “두 나라 관계를 사회주의 국가 간 관계의 본보기로, 변색할 수 없는 특수하고 진실하며 공고한 전략적 관계로 강화, 발전시키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평양 금수관 영빈관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발언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중국이 전날 신화통신 보도를 통해 “피로 맺어진 전통적 우의”를 강조하자 북한은 “그 어떤 국제 정세의 격변 속에서도 역사의 검증을 받은 조중친선 관계”라고 화답했다. 양측은 항일 투쟁, 6·25전쟁 참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관계의 역사를 짚으며 ‘반미 코드’ 형성에 공을 들였다.

북한은 “회담에서는 국제 및 지역 문제들에 대한 의견 교환이 진행되고 복잡다단한 세계정치 정세 속에서 조중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적 조정과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의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굳건히 고수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발전을 공동으로 수호할 데 대한 문제들이 논의되였으며 만족한 견해 일치가 이룩”됐다고도 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하는 진영 간 대결에서 사회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의 혈맹인 양국이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북·중 동맹을 통해 한·미 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까지 견제하겠다는 예고인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8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목란관 연회장에 입장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대만 문제, 본격 의제화한 듯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칭하며 가장 중시하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김정은은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우리 당과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입각해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중국 당과 정부의 정책과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 성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대만 문제에 대한 협력을 약속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시진핑은 “전통적인 중조친선을 매우 중시하는 중국 당과 정부의 확고한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중조 쌍방의 공동의 이익과 훌륭한 전략적 환경을 수호하려는 확고한 결심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만 유사시에 김정은이 대남 도발을 통해 중국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전날 중국 매체들이 북한과 외교·법 집행·군대 간 교류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시진핑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과 달리 북한 매체들은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시진핑의 군대 교류 발언을 두고 양국이 당·정을 넘어 군사 협력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는데, 김정은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파병으로 해외 군사작전의 위험성을 경험한 데다 원치 않는 구도에서 대만 분쟁에 휘말리는 데 대한 우려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는 김정은이 여전히 트럼프와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도 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8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목란관 연회장에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군사·법 집행 교류를 전면 누락한 이유는 중국이 자신들을 탐색하고 관리하려 하는 의도를 간파했기 때문”이라면서 “자국의 국방 자주성을 보호하기 위해 언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핵문제엔 “의도된 침묵”


북한이 헌법에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핵 무력 강화를 자신들의 ‘사회주의 위업’으로 선전하는 가운데 회담 결과 보도에서는 관련 언급이 전혀 없었다. 비핵화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이 ‘의도된 침묵’을 통해 사실상의 묵인 기조를 보이는 것”이라면서 “중국이 ‘조선식 사회주의 위업’ 전반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건 현재 북한의 핵무장 상태를 기정사실로 한 채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신호”라고 짚었다.

그간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러시아에 파병을 하는 등 중국의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돌발 행동을 할 때는 밀수 행위나 중국 내 북한 노동자 단속 등을 통해 북한 길들이기에 나서곤 했다. 하지만 시진핑의 이번 방북에서 북한으로부터 대만 문제 관련 협력을 약속받고 김정은을 진영의 일원으로 확실히 편입한 만큼 중국도 핵 문제에 대해서는 눈감아주는 것으로 ‘관리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이는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건설적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이재명 정부의 기대와는 차이가 큰 것으로, 향후 정부의 비핵화 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다만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한반도 문제를 미·중 관계의 하부구조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자국의 이익에 따라 언제든 관련 입장을 바꿀 수 있다”며 “미·중이 북한 비핵화를 논의한 상황에서 북·중 간에 관련한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밤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시진핑 주석 방북 환영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은 경제 협력과 관련한 시진핑의 ‘선물’도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시진핑은 “국경 통상구의 전면 재개통과 민항 항공편, 국제 여객열차 운행 재개를 계기로 인적 교류를 확대하고 쌍방향 교류를 실현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김정은의 역점사업인 ‘지방발전 20×10 정책’과 관광 사업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여기에는 양국 간 전면적 교류 재개를 통해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유입되거나 인적 접촉이 활성화될 경우 외부 정보 유입이 활성화할 수 있다는 북한 당국의 우려가 작용한 것일 수 있다. 이로 인한 주민들의 사상 이완이 체제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반영됐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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