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의 자살 사망 책임, 한국 사회에 있다
[최민]
2024년 국가인권위원회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동안 제법 알려져 있던 산재 사망보다 훨씬 많은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사망하고 있었다.
2022년 한 해 동안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신고된 사망자 중에서 이주노동자의 수는 3340명으로 추산됐다. 이 중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사망은 137명으로 전체 사망의 4.1%였다. 사망 원인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가 남아있는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모두 합쳐도 214명, 전체 이주노동자 사망의 6.4%에 불과했다. 나머지 죽음은 원인을 알 수 없었다.
특히 자살은 138~173명으로 전체 사망의 최소 4.1%를 차지했다¹.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자살율을 가진 한국 정주 노동자보다도 높은 것이다. 안타깝게도 보고서가 발표되고 2년이 지난 지금도 이주노동자 자살은 계속되고 있으며, 관련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장님과 싸운 후 자살했다는 소문만… 통계가 필요하다
여전히 이주노동자 공동체에서 산업재해 외에 가장 자주 들리는 죽음 소식은 자살이라고 한다. 네팔 출신인 이주노조 위원장 우다야 라이씨는 "자살은 네팔이 많다고 알려져 있고, 정말 그렇게 느껴진다. 한 달에 한 명꼴로 자살 소식이 들린다. 지난달에도 있었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은 안 된다"라고 말한다.
미얀마 출신으로 수원이주민센터의 상임 대표인 킨메이타씨 역시 "돌연사, 자살 소식이 종종 공동체 SNS 등에 올라온다. 하지만 대부분 자세한 사정을 알 수는 없다. 대사관에서나 정보를 알겠지만, 발표하거나 단체들과 공유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지원과 조직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도 '소문'을 통해 자살 소식을 전해들을 뿐이다. 자살한 이주노동자의 국적, 나이, 이주 전 배경, 한국에서의 상황 등이 단순한 통계로도 남지 않는다. 그러니 구체적인 자살의 원인을 밝히려는 공식적인 노력이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적인 움직임도 없는 상황이다.
2020년부터 정기적으로 이주노동자 정신건강 조사사업을 진행해 온 (사)한국이주민건강협회 위프렌즈 이애란 사무처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제대로 된 자살 사망 원인조사가 꼭 필요하다. 이주노동자 정신건강 조사 사업 보고서를 펴내다가, 좀 더 직접적으로 자살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생각으로 2025년부터 지금 2년째 심리부검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심리부검은 정신과의사, 심리 상담가 등이 참여해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주노동자의 삶을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의 삶과 죽음의 경로를 그려보는 작업이다. 한 명의 자살에도 수많은 원인이 배경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런 원인 중 어떤 것들은 '촉발 요인'이 되어 자살 감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어떤 요인들은 우울감이나 절망감 등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간접적인 요인이 되기도 한다. 여러 사례를 모아 자살의 다층적이고 복잡한 원인과 경로를 분석하고, 이 중 적절한 개입 지점과 방법을 찾아 자살을 줄이는 것이 심리부검의 궁극적 목표다.
위프렌즈가 애를 쓰지만, 민간단체에서 감당하기 어렵다. 사례 취합부터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완료된 사례는 5건뿐이다. 해당 국적 이주민 공동체가 자살 소식으로 웅성웅성하다가도, 인터뷰하자거나 원인을 밝혀보자면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미 죽었는데 왜 얘기를 더 하느냐'는 문화적 터부나, 종교색이 강한 나라에서 자살이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낙인도 있는 것 같다는 게 이애란 사무처장의 생각이다.
"공동체를 통한 접근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문화적, 사회적 낙인이 있는 좁은 커뮤니티에 대한 두려움으로 당사자가 오히려 회사 내 다른 국적 동료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사례도 있었다. 유가족, 직장 내 동료, 고용주, 같은 국적의 친구들 등 최대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국가인권위 연구가 이주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여러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아직 가시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 공동연구원으로 국가인권위 연구에 참여했던 이주연 사회건강연구소 연구원은 무엇보다 이주노동자 사망 통계가 공식화돼야 한다고 본다. 지금 아예 없는 전체적인 사망 원인 통계가 필요하고, 이 중 자살은 특히 원인조사가 시급하다. "연구는 사회적 주목을 받았지만, 인권위에서 권고를 내놓지도 않았다. 보고서 발표 후에도 제도적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 점이 뼈아프다. 법무부, 노동부, 경찰청 등 여러 부처가 함께, 범부처 접근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주연 연구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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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노동자 사망의 사회적 결정요인 모식도. |
| ⓒ Lau 등의 연구, 2023, 일부 수정 및 |
자살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노동 관련 요인에는 산업과 직업, 업무의 물리적 환경이나 장시간 노동 등 노동 조건이 포함된다. 이주 관련 요인에는 법적 체류 자격, 언어 유창성 등도 포함하지만, 출신 국가와 이주한 국가의 특성도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 2021년 자료에 따르면 미얀마는 10만 명당 연령 표준화 자살률이 2.9명, 네팔은 11.1명, 한국은 20.6명으로, 한국이 어마어마하게 자살률이 높은 사회다. 이주노동자라는 취약성에 더해, 자살 문제가 심각한 한국사회의 특성이 한국에 사는 이주노동자들에게도 가중되리라 짐작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다.
취업 기간과 법적 지위 등 이주노동 정책은 노동 관련 요인과 이주 관련 요인 모두를 둘러싼 구조적 배경이다. 이애란 위프렌즈 사무처장이 보는 한국 내 이주노동자의 자살에서도 고용허가제라는 이주노동 정책은 매우 중요한 배경이 된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를 인권침해나 산업재해 등의 상황에 능동적인 대처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한국 생활에서 늘 존재하는 압박 요인이 된다." 이는 한국 거주 이주노동자 자살의 중요한 구조적 배경으로 이주 관련 요인과 노동 관련 요인을 모두 악화시킨다.
이주민으로서 겪는 관계 단절, 국내에서 고립 등은 중요한 이주 관련 요인이다. "이는 외로움 등 정서적 어려움의 원인일 뿐 아니라, 이주노동자가 부채나 작업장 내 갈등 등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대처할 자원이 없는 상태로 만든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고용허가제하에서는 제한된다. 장기간 체류로 한국 문화나 언어에 익숙해진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법적 지위가 스트레스 요인으로 불안과 우울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중에 특히 신체적, 정신적 학대나 괴롭힘이 발생하면 자살을 촉발하기도 한다.³ 2025년 2월 전남 영암의 한 돼지 축사에서 네팔 출신 20대 이주노동자 뚤시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농장에 온 지 1주일째부터 일을 못한다며 시작된 욕설과 괴롭힘은, 네팔로 강제 출국시키겠다는 협박과 동료들 앞에서 무릎 꿇리는 모멸적 대우로 이어졌고, 결국 그의 자살로 막을 내렸다.⁴ 2025년에 미얀마 출신 20대 노동자가 한국에 들어온 지 한 달 만에 사장과 심하게 말다툼한 뒤에 자살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하지만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말다툼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고, 산업재해로 처리되지 않았다. 2026년에도 연달아 보도된 이주노동자 폭행, 괴롭힘 사건들은 지금도 누군가에게 자살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주노동자 자살 줄이기, 대한민국 정부의 과제로
절박한 마음으로 문화와 언어가 전혀 다른 곳에 와서, 고용허가제라는 억압적 제도 하에서 대부분 생소한 일을 처음 배우며, 차별의 대상이 되는 한국 내 이주노동자는 매우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주노동자의 자살을 줄이기 위해 먼저, 정확한 현황 파악과 원인 통계, 심리부검 등을 통한 개입 지점부터 찾는 작업이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 개입 지점에는 고용허가제 등 제도의 변화, 이주노동자의 경제적 취약성을 완화하는 방안이나 약탈적 채무 관계로부터 보호 노력, 이주노동자 차별을 줄이기 위한 대책과 함께 이주노동자 정신건강 증진과 자살 예방을 위한 노력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정책 과제 역시 2024년 인권위 연구에서 이미 제시된 바다. 신설된 안전보건격차개선과가 이주노동자의 사고성 재해뿐 아니라 자살 등을 포함한 사망 전체, 정신건강을 포함한 건강 문제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관심과 더불어 대책 마련을 위해 역할하기를 기대한다.
1) 김승섭 외,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 2024, 국가인권위원회
2) Lau 등. Workplace mortality risk and social determinants among migrant worker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Lancet Public Health 2024; 9: e935–49.
3) Chiu MYL et al. Dying in a foreign land: a study of completed suicides among foreign workers in Singapore. Transcult Psychiatry 2022; 59: 63–77.
4) 전국 이주인권 단체 공동 성명, 28세 네팔 이주노동자 자살로 내몬 직장내 괴롭힘 사건을 규탄하며, 사업주 엄중 처벌, 노동행정 당국의 철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2025.4.3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6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최민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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