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인당 국민총소득 대만·일본에 추월당해…고환율 어쩌나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년 연속 3만6000달러대에 머물렀다. 원화 기준으로는 소득이 늘었지만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달러 기준 국민소득은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 그 사이 대만과 일본은 한국을 다시 앞질렀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국민계정 확정 및 2025년 국민계정 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GNI는 원화 기준 5257만원으로 전년보다 4.6% 증가했다. 하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3만6963달러에 그쳐 전년 대비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1인당 GNI는 한 나라 국민이 국내와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지표다. 국민의 평균적인 소득 수준을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주로 달러 기준 수치가 활용된다. 원화 기준 소득이 늘더라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로 환산한 1인당 GNI는 크게 늘지 못한다.
한국의 1인당 GNI는 2014년 처음 3만달러를 넘어선 뒤 꾸준히 증가해 2021년 3만7898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22년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3만5000달러대로 내려왔고, 이후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째 3만600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은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일본과 대만을 앞섰다. 2024년 기준으로는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가운데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6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흐름이 바뀌었다. 대만의 1인당 GNI는 4만626달러로 추정되며 처음으로 4만달러를 넘어섰다. 일본도 3만8000달러대로 올라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한국은 대만과 일본에 밀려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가운데 7위로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약진에는 반도체 경기 호황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와 글로벌 반도체 업황 개선 속에서 대만 경제의 핵심 산업인 정보기술 제조업이 강한 성장세를 보였다. 일본의 경우 엔화 약세에도 통계 기준년 개편 등으로 경제 규모 추정치가 커진 점이 1인당 GNI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한국은 성장률 둔화와 고환율 부담이 겹쳤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1.1%로 집계됐다. 2024년 성장률 2.2%의 절반 수준이다. 제조업 성장세가 둔화됐고 건설업 부진도 컸다. 건설투자는 9% 넘게 줄었고, 수출 증가율도 전년보다 낮아졌다.
다만 국민소득 전체가 나빠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실질 GNI는 2.1% 증가해 실질 GDP 성장률을 웃돌았다.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국민이 실제 벌어들인 소득은 국내 생산보다 더 빠르게 늘었다. 문제는 달러 환산액이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원화 기준 증가분이 상당 부분 상쇄되면서 국제 비교 지표인 달러 기준 1인당 GNI는 거의 오르지 못했다.

가계의 체감 소득을 보여주는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원화 기준 1인당 PGDI는 2917만7000원으로 전년보다 4.1% 늘었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2만515달러로 0.2% 감소했다.
올해 1분기 명목 GNI 증가율 11.0%가 연말까지 유지된다고 단순 가정하면 인구 변화가 없을 경우 1인당 GNI는 약 5835만원까지 올라간다. 이를 지난해 연평균 환율인 1422.23원으로 환산하면 달러 기준 4만1029달러 수준이다.
다만 올해 들어 이어지는 고환율 국면이 변수다. 1분기 평균 환율(1466.90원)이 연말까지 유지되면 1인당 GNI는 3만9780달러로 낮아지고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경우에는 3만9000달러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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