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원룸 4곳서 노쇼사기 ‘비밀기지’ 운영…휴대전화 303대·유심 1969개 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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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경찰청, 10~20대 4명 구속 송치
전북 지역 원룸 4곳에 대규모 통신 장비를 설치해 노쇼(No-show) 사기 조직의 범행을 도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해외에서 건 전화를 ‘010’으로 시작되는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주는 불법 중계기를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9일 “해외 노쇼 사기 조직이 건 전화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주는 ‘중계기’를 운영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로 A씨(20대) 등 관리책 4명을 검거해 전원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중엔 10대도 포함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도내 원룸 4곳에서 휴대전화 303대와 라우터(인터넷 연결장치) 8대, 유심(휴대전화 가입자 정보가 담긴 칩) 1969개를 설치해 중계기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계기는 해외에 있는 사기 조직이 전화를 걸면 이를 국내 이동통신망으로 우회시켜 피해자 휴대전화에 국내 번호가 표시되도록 만드는 장치다. 해외에서 건 전화라도 수신자에겐 일반 ‘010’ 번호로 보여 사기 여부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원룸 밀집 지역에서 불법 중계기가 운영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노쇼 사기 ‘비밀 기지’로 쓰인 원룸 4곳을 급습해 관리책들을 검거하고 범행에 사용된 휴대전화·유심 등을 압수했다. 조사 결과 사기 조직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관리책을 물색했다. A씨 등은 “집에서 휴대전화만 관리하고 유심을 교체해 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에 넘어가 범행에 가담했다고 한다. 일부는 지인까지 끌어들였다. 이들은 중계기 구실을 하는 휴대전화가 방전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경찰 신고 등으로 정지된 유심을 새것으로 갈아 끼우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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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쇼 사기 5건, 피해액 1억4000만원
범행에 쓰인 휴대전화는 모두 타인 명의로 개설됐고, 택배·퀵서비스로 전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머문 원룸 중 일부는 사기 조직이 빌려 줬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노쇼 사기 5건이 이들이 관리한 중계기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액은 약 1억4000만원이다.
노쇼 사기는 공공기관·군부대·대기업 등을 사칭해 식당이나 업체에 대량 주문을 한 뒤 “특정 물품을 대신 구매해 달라”거나 “선입금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수법이다. 전국 곳곳에서 군부대를 사칭해 수백만원어치 음식을 주문하거나 관공서 직원을 사칭해 단체 주문을 넣은 뒤 잠적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전화나 문자로 관공서·군부대·대기업 명의의 대량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기관 대표 번호로 직접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선입금이나 대납을 요구하면 사기 가능성이 높은 만큼 즉시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유성민 전북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2팀장은 “중계기 관리는 단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피싱 범죄의 핵심 인프라를 제공하는 중대 범죄”라며 “범행을 지시한 조직과 통신 장비 공급책 등 배후 세력까지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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