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호 붕어 떼죽음 원인, 독성물질 아닌 '복합 요인'

유창재 2026. 6. 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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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부, 국립환경과학원 정밀조사 결과 발표... 저층 빈산소·산란기 면역저하 등 연쇄 작용

[유창재 기자]

 김은경 기후에너지환경부 물환경정책관이 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립환경과학원이 실시한 '소양호 붕어류 폐사 원인 정밀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유창재
지난 4월 강원도 소양호 상류를 뒤덮었던 붕어류 떼죽음의 원인은 외부 독성물질 유입이 아닌 호수 저층의 산소 부족과 산란기 면역력 저하, 세균 감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정부의 정밀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립환경과학원이 실시한 '소양호 붕어류 폐사 원인 정밀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폐사로 소양호 인근 49개 어가가 조업을 중단할 정도로 파장이 컸던 만큼, 정부는 관계기관과 전문가, 지역 어민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원인 규명에 나섰다. 조사 결과는 단일 원인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여러 환경적 요인이 겹친 복합 재난에 가까웠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20일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서 죽은 붕어가 하얀 배를 드러낸 채 물 위에 떠 있다. 이날 국립환경과학원과 원주지방환경청 등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기관 관계자들은 어민들과 함께 집단 폐사가 나타난 소양호 상류 곳곳을 둘러보며 수질을 측정했다.
ⓒ 연합뉴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호수 바닥의 용존산소 농도가 2.0mg/L 이하로 떨어지는 '산소 부족(빈산소 현상)'이었다. 호수 바닥에 쌓인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산소가 대량 소비되면서 저층 수역이 산소 부족 상태에 빠진 것이다.

특히 올해 봄철에는 높은 수위와 유독 높았던 기온, 적은 강수량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표층과 저층의 물이 섞이지 않는 '성층현상'이 심화됐다. 이로 인해 저층의 산소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빈산소 상태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산란기'라는 시기적 취약성이 겹쳤다. 4월 산란기를 맞아 면역력과 체력이 떨어진 붕어 성체들이 자연 수계에 흔히 존재하는 에로모나스균에 감염되면서 폐사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에로모나스균은 평소 자연 담수 환경에 존재하는 세균으로, 일반적으로는 어류를 집단 폐사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환경 스트레스를 받은 개체에서는 비늘 탈락과 출혈성 병변 등을 일으키며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에 발견된 폐사체 대부분은 호수 바닥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성체 붕어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저층 빈산소 환경과 산란기 면역력 저하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이외에 바닥 퇴적물 사이의 물(공극수)에서 미량(0.003~0.022㎎/L) 검출된 황화수소 역시 붕어들에게 추가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발표했다.

"중금속·농약 등 외부 오염물질 원인 아닌 것 확인"

일부에서 제기됐던 중금속이나 농약 등 외부 독성물질 오염 가능성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부장은 "(40개 항목 측정 결과 모두) 검출되지 않거나 기준치 이내"라며 "건강보호기준, 호수의 수질환경 기준은 모두 기준치 이내로 먹는 물 안전에도 영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사단은 붕어류가 주로 저층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생태적 특성을 고려할 때, 이 같은 황화수소가 직접적인 폐사 원인은 아니더라도 추가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빈산소 환경→산란기 체력 저하→세균 감염→추가 환경 스트레스'가 연쇄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정리된다.
 지난 4월 초부터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 붕어 집단 폐사 현상이 나타나 내수면 어업에 종사하는 인제지역 어민들이 한 달 넘게 붕어 조업에 나서지 못하는 피해를 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20일 어민들이 붕어 폐사체를 수거하는 모습.
ⓒ 연합뉴스
기후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세 가지 재발 방지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소양호 상류 유기물 유입을 줄이기 위해 고랭지밭 경작구조 개선과 주민참여형 최적관리기법(BMPs) 보급, 가축분뇨 공공처리 확대 등을 추진한다. 특히 조사에서 유기물 농도가 높게 확인된 38대교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고농도 퇴적 유기물 제거 작업도 실시할 계획이다.

또 피해 어민들의 생계 회복을 위해 어업용 자재 지원을 확대하고, 한국수자원공사는 붕어 산란지 조성 등 어업 재개를 위한 기반시설 지원에 나선다. 아울러 앞으로 유사한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원인 규명이 가능하도록 대응 매뉴얼을 개선하고, 저층 용존산소와 산화환원전위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필요할 경우 물순환장치 가동 등을 통해 저층 빈산소를 사전에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김은경 물환경정책관은 "지난 금요일(5일) 어민 대표, 관계기관, 강원대 연구진 전문가들과 함께 조사 결과와 대책을 논의했다"면서 "지역과의 논의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이번 대책이 현장에서 실효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지방환경청, K-water, 어업계, 인제군과 함께 현장 소통 체계를 구축해 지속적으로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희송 기후부 물관리정책실장도 "이번 폐사는 특정 물질에 의한 오염사고가 아니라 저층부 빈산소화와 여러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상류 배출원 관리와 퇴적 유기물 제거 등 근본 대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를 입은 어민들이 하루빨리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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