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점프 그 남자, 얄미운 예언 “1위 멕시코, 한국 2위”

“일주일 전에 다리를 다쳤어요. 하지만 한국에서 오셨다니 점프 한 번 뛰어 드려야죠. 10살, 5살짜리 아들들도 할 줄 아는 기술입니다.”
8일(한국시간) 멕시코시티의 한 호텔에서 만난 콰우테모크 블랑코(53)는 배는 나왔지만, 28년 전 선수시절처럼 유쾌했다. 준비해 간 멕시코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건네며 그의 이름을 딴 전매특허 기술 ‘콰우테미냐’를 부탁하자, 그는 볼을 발목에 끼운 채 점프하는 포즈를 무려 14차례나 보여줬다. 다리를 다쳤다는 게 진짜인가 싶을 정도로 열심히 뛰었다.
블랑코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전에서 최성용과 이민성 사이를 두 발로 공을 낀 채 폴짝 뛰어 넘는 일명 ‘개구리 점프’ 드리블로 한국 팬들에게 악몽을 선사한 인물이다.


“멕시코 리그 시절 만든 기술인데, 연습 중 이걸 하다가 동료들에게 다리를 걷어 차이기도 했죠. 실전에서 쓴 건 한국전이 처음이었어요. 주어진 시간이 1~2초밖에 안 되는 고난도 동작”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당시 한국이 선제골을 넣고도 1-3 역전패를 당했지만, 경기 후 동네 운동장에서 이 기술을 따라 하지 않은 한국 학생이 드물었을 만큼 엄청난 화제였다. 블랑코는 “얼마 전 한국에서 유명하다는 걸 알게 됐다. 한국 팬들이 날 엄청 미워했다고 들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참 얄미운 동작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유야 어찌 됐든 기억해주는 한국 팬들에게 감사하다. 초청해주면 방문할 의사도 있다”고 했다.

은퇴 직후 2015년 정계에 진출한 블랑코는 쿠에르나바카 시장, 모렐로스 주지사를 거쳐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공을 발목에 끼우던 발이 이젠 선거판을 누비고 있는 셈이다. 19일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한국-멕시코 대결 얘기를 꺼내자, “지금은 배도 나왔고 스피드도 예전 같지 않지만 당장이라도 멕시코 대표팀 멤버로 개구리 점프를 선보이고 싶다”며 웃었다.
블랑코는 “한국 선수들이 매우 빠르지만, 홈 경기인 데다 고지대에서 한 달 반 훈련했다”며 멕시코의 2-1 승리를 점쳤다. 경기 장소인 과달라하라 스타디움(해발 1571m)에 대해선 “엄청 높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이 곳 멕시코시티(해발 2200m)가 더 높다. 페루와 볼리비아를 제외한 모든 원정팀이 고전했고, 처음 방문한 일반인도 두통으로 고생할 정도”라고 했다.

득점 예상자로 멕시코에선 라울 히메네스(풀럼)를 꼽으며 “크로스가 많이 올라온다면 큰 위협을 줄 센터 포워드”라고 했다.
한국의 손흥민에 대해선 “토트넘 시절부터 챙겨봤는데, 빠르고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는 선수다. 내가 감독이라면 우리 위험 지역을 활보하지 못하도록 밀착방어하겠다. 멕시코를 상대로는 제발 골을 넣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아기레 멕시코 감독에 대해선 “선수단 회식에 깜짝 방문해 큰 형님처럼 다가서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라면서 “현역 시절 자체 청백전 도중 심판을 보던 아기레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공을 멀리 뻥 차버렸더니 ‘직접 가서 주워 오라’며 불호령을 내려 급히 뛰어간 기억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아기레 감독에게 “한국전에서 절대 방심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했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독일과 포르투갈을 이긴 나라다. 2018년 월드컵 때 한국이 독일을 꺾어준 덕분에 멕시코가 16강에 오른 기억이 선명하다”고 했다.

인터뷰는 멕시코시티 내 소나 로사의 한식당으로 이어졌다. 블랑코가 불판 위에 삼겹살을 구우며 소주를 들이키자, 100여 명의 현지 손님들로 가득 찬 식당은 순식간에 팬미팅 현장으로 변했다. 유명인사인 블랑코가 “청포도, 구아바, 수박, 딸기 등 다양한 과일 향을 내는 한국 소주에 반했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한인 식당 주인이 소주 한 박스를 따로 챙겨주고, 음식값은 절반만 받았다.
블랑코는 “한국은 체코와 남아공을 잡을 수 있다”며 한국의 조 2위 통과를 예언했다. 그러면서 “멕시코인들은 ‘한국인은 멕시코인이나 다름없다’고 말하곤 하는데, 그 말처럼 사이좋게 32강에 진출했으면 한다. 순위는 멕시코가 조 1위, 한국이 조 2위”라며 손가락 두 개를 치켜들었다. 개구리 점프로 한반도를 약올렸던 사나이 치고는 제법 훈훈한 결말이었다.
멕시코시티=박린·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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