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뷰 터진 ‘니가 좋아’…마성의 오정세 “1등보다 3등 좋다” 왜

나원정 2026. 6. 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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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정세가 2000년대 발라드 가수 최성곤(사진)을 연기한 코미디 영화 ‘와일드 씽’이 개봉(3일) 첫주말 흥행 2위에 오르며 화제를 낳고 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코미디 영화 ‘와일드 씽’(감독 손재곤)에서 배우 오정세(49)가 연기한 ‘발라드 왕자’ 최성곤의 뮤직비디오가 연일 화제다. 최성곤의 극 중 가상 가요방송 출연 영상과 함께 그의 간판곡 ‘니가 좋아’ 뮤직비디오가 각각 유튜브에서 150만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난 3일 영화 개봉 후엔 “주인공이 (오)정세 형 맞네” “‘니가 좋아’가 입에 맴돈다”는 관객 반응이 심심찮게 튀어나온다. 반복적인 멜로디도 귀에 꽂히지만, 그걸 부른 오정세의 목소리가 기대 이상으로 감미로워서다. 한쪽 눈을 가린 생머리 중단발에 크로마하프를 껴안은 최성곤의 ‘우유 빛깔’ 미모는 덤이다.

속 좁음, 얄팍함, 철없음,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음…. 이렇게 수식돼온 오정세의 새로운 확장이다.

대표적 다작 배우답게 그는 올해 들어 출연작만 4편이다. ENA 드라마 ‘클라이맥스’에선 암투극에 인간미를 더한 재벌 2세가 됐고, 지난달 22일 첫 방송한 MBC ‘오십프로’에선 기억 상실 후 살벌하게 착해진 남파 공작원을 연기했다. 최근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모자무싸)’에선 속 좁은 중견 감독 박경세 역할로 지질함의 미학을 넓혔다.

JTBC 드라마 ‘모자무싸’에서 영화감독 박경세(왼쪽부터, 오정세)와 앙숙 사이인 주인공 황동만(구교환). [사진 JTBC]

지난달 ‘모자무싸’ 종영 직후 서울 강남구 소속사 건물에서 만난 오정세는 영화 개봉 전부터 쏟아진 관심이 쑥스러운 듯 손사래를 쳤다.

최성곤 캐릭터는 “그 시절 발라드 가수들을 쫙 펼쳐놓고 여러 버전을 시도”하며 만들어갔다. 목소리 톤도 보컬 레슨을 받아가며 잡았다.

그 스스로는 “기본적으로 노래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영화에선 기술력(보정)의 도움을 받았지만 촬영현장에선 생목소리가 나가는데 표정은 (가창력) 최고여야 하니까 거기서 오는 (연기적) 딜레마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도 코미디가 제일 어렵고 더 예민하게 검토하게 된다는 그에게 ‘와일드 씽’은 “언제까지 뒷걸음질쳐야할까. 매를 맞더라도 일단 시도해보자” 결심한 시기에 만난 작품이었다. ‘이층의 악당’(2010), ‘달콤, 살벌한 연인’(2006) 등 손재곤 감독의 코미디 전작에 호감도 컸다.

그런가 하면 ‘모자무싸’에 사로잡힌 건 박해영 작가의 글(대본)이 가장 컸다. 그는 “‘영구 없다’는 대사조차 그렇게 슬픈 정서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KBS, 2019)에 이어 두 번째로 뭉친 차영훈 PD를 경세의 롤모델로 삼았다고 했다. “‘동백꽃 필 무렵’ 쫑파티 때 다들 신나하는데 감독님은 막 울면서 ‘고마워’하는 모습이 인간적이었다”고 돌아보면서다.

그는 “1등을 하려고 아등바등하던 박경세가 ‘나 3등만 할게’라고 하는 독백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1등은 부담스럽고 2등은 1등을 못해서 아쉽겠다는 위안을 많이 받을 것 같고요. 3등은 중심에선 조금 비껴나 있지만 일적으론 성취감을 느낄 만하지 않은가요.”

영화 ‘아버지’(1997)의 단역으로 데뷔한 이래 줄곧 “잘돼도 너무 높이 올라가지 않고, 좌절해도 너무 밑바닥 동굴까지 내려가지 말자는 주의”였다는 그다. 그저 “배우라는 직업이 좋아서” “가능한 오래 연기하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모자무싸’에서도 황동만(구교환)의 이 대사에 가슴이 두근댔다고 했다. “병들어 죽지 말고, 괴로워 죽지 말고, 낙엽 후두둑 떨어지듯 모두 다 늙어 죽기를.”

나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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