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상의 브랜드 스토리] “우주에 흔적 남기고 싶어서”… 마케팅 공식 깬 요즘 브랜드들

“가장 가벼운 친환경 운동화” 출발점
프라이탁, 업사이클링 세계에 알려
마이노멀, SNS 활용 중요성 보여줘
2000년대가 막 시작됐을 때였다. 유럽의 거리에서 ‘프라이탁(Freitag)’이라는 브랜드의 가방을 처음 보고 일종의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1993년 스위스의 프라이탁 형제가 만든 이 브랜드는 트럭의 방수 덮개(타프)를 재활용해 만든 가방으로 우리나라에는 2011년 공식 수입됐다. 프라이탁이 내게 주었던 문화적 충격의 포인트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업사이클링이라는 관점이었다. 무언가를 재활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업사이클링, 요즘은 특별할 것이 없는 개념이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화두였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던 세계적인 흐름과 맞물려 브랜드의 트렌드도 ‘나를 위한’에서 ‘우리를 위한’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이다.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를 기부하는 ‘원포원(One for one)’ 모델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던 ‘톰스(TOMS)’라는 운동화 브랜드가 탄생한 것도 2006년으로 21세기 브랜드 시장에는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키워드로 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프라이탁의 인기가 놀라웠던 또 하나의 관점은 다양성이었다. 색상과 패턴은 물론 마모 상태가 다른 타프를 재단해서 만들기 때문에 지구상에 똑같은 프라이탁은 존재할 수 없다. 모두가 자신만의 프라이탁을 소유하게 되는 브랜드의 개인화라는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20세기의 소비자들도 브랜드가 만들어 놓은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했지만, 프라이탁이 보여준 변화는 사뭇 다른 현상이었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자신에게 투영하는 동시에 차별화된 자신만의 것을 소유함으로써 ‘나’를 표현하는 도구로 브랜드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브랜드의 개인화 현상을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케이스티파이(Casetify)’라는 스마트폰 케이스 브랜드다. 2011년 홍콩에서 시작된 이 브랜드는 2000개가 넘는 디자인에 다양한 색상, 문구, 범퍼 타입 등을 골라 자신만의 케이스를 디자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브랜드가 정한 메시지나 이미지를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이미지로 차용하는 시대에서 브랜드가 제공한 재료를 바탕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시대로 변화한 것이다.

이전, 즉 20세기와 달라진 브랜드의 성공법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 중 하나가 ‘올버즈(Allbirds)’다. 올버즈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마케팅과 광고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1980~90년대에는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가 탄생하고 성장했는지 돌아보자. 이 당시 성공적인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기업은 대부분 마케팅이 핵심 기능을 수행했다. 시장과 소비자의 흐름을 분석하고 거기에 적합한 신제품을 기획하는 일이 브랜드를 만드는 출발점이 됐다. 그 제품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제조업체를 찾아 OEM 방식으로 생산하고 본사에서는 브랜드를 띄우기 위한 마케팅 계획을 수립해 어느 시점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이며 그 지점을 지나고 나면 얼마만큼의 수익을 창출하게 될지 예측했다. 그런 계획 아래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시장에 등장했다. 이런 공식을 깨뜨린 브랜드가 올버즈이다. 올버즈의 창업자 중 한 사람인 팀 브라운은 뉴질랜드의 축구 선수였다. 운동하는 내내 로고가 커다랗게 붙은 인조가죽 신발을 신는 것이 싫었던 그는 은퇴 후에 세상에서 가장 가볍고 친환경적인 운동화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고, 2016년 그 결심을 실행에 옮겼다. 올버즈는 뉴질랜드산 양모와 유칼립투스 등의 식물성 재료, 그리고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부자재 등으로 만들어졌다. 시장에서 이런 신발을 원하는지, 이런 제품으로 몇 년 만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지 등을 사전에 계획하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실천했을 뿐이다. 그가 인터뷰에서 했던 이야기처럼 ‘우주에 흔적’을 남기겠다는 생각으로 브랜드를 만들었다. 미국에서 첫 출시된 올버즈는 가볍고 친환경적인 신발을 기다려왔던 소비자들, 특히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어 실리콘밸리의 유니폼이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했다.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 미셸 오바마와 같은 유명인사들도 이 브랜드의 팬이 됐다. 내가 원하는 것으로 우주에 흔적을 만들고 싶어 개발한 브랜드가 (내심 그런 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세상 사람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은 것이다.
요즘 성공하는 브랜드의 또 다른 특징을 보여주는 사례가 ‘마이노멀((My Normal)’이다. 2018년 키토제닉과 저당이라는 카테고리를 개척하며 시작한 이 브랜드는 2025년 기준 연 매출 400억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했다. 마이노멀의 성장에는 건강한 삶을 원하는 사회적 흐름이 큰 역할을 했고, 그런 흐름을 제대로 읽은 신제품 개발 전략이 핵심적인 동력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브랜드만의 독특한 출발점이 없었다면 긍정적 환경요인이나 제품 전략 등은 힘을 발휘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대기업에서 일하던 창업자 이형진 대표는 자신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키토식을 실천하기 시작했고 건강식의 이점을 공유하기 위한 유튜브를 시작해 6개월 만에 1만명의 구독자를 모으고 블로그를 통해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일을 먼저 했다. 그리고 난 이후 첫 제품인 방탄커피를 출시했다. 이미 자신과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 즉 팬덤을 형성한 이후 낸 첫 제품은 빠르게 성장하며 알룰로스 등의 다른 제품군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렇게 몇 가지의 사례만 보더라도 21세기에 성공하는 브랜드들은 20세기와는 확연하게 다른 문법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개인의 개성이 중요한 시대가 됨에 따라 브랜드의 광고 메시지를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보다 자신의 성향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한 도구로서 브랜드를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건강이나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가치관이 브랜드 선택을 위한 중요한 기준으로 채택되는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21세기 브랜드 성공의 핵심적인 요인은 소셜미디어의 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브랜드의 특징이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후적 채널로도 사용되고 있지만,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 생각이 같은 소비자들을 동참시켜 브랜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더욱 큰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의 흐름에 관계없이 우리 삶에서 브랜드의 존재는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브랜드가 소비자와 관계를 맺는 방식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브랜드라는 이름의 배가 강줄기를 따라 항해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 강의 너비나 유속이 달라짐에 따라 항해법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KS'IDE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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