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개 업체 ‘밀가루 담합’ 과징금 끝이 아니다… 정부 보조금 환수 검토
‘경영안정자금’도 환수 검토 대상

정부가 밀가루 담합 업체들에 지급한 471억원 규모의 보조금 환수에 대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제분업체들의 대출 이자 일부를 지원한 경영안정자금도 환수 검토 대상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사건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정부 보조금 회수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 6월부터 2023년 2월까지 밀가루 가격 안정을 위해 투입한 보조금의 환수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총 546억원 규모의 보조금 가운데 공정위가 담합 사실을 적발한 7개 업체(대한제분·CJ제일제당·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가 받은 지원금은 471억원이다.
당시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밀 가격이 급등하자 가격 상승분 일부를 지원하는 보조금 사업을 시행했다. 밀가루 출하가격을 동결하거나 인상 요인의 10% 이내로 억제하면 밀가루 가격 상승분의 80%를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 이 업체들은 지원사업이 진행되던 기간에도 담합을 이어갔다. 업체들은 보조금 수령 전에 가격 인상을 합의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를 중대한 불공정행위로 보고 담합 사건 역대 최대 규모인 과징금 6710억4500만원을 부과했다.
업체들은 수천억원대 과징금에 더해 보조금 환수 부담까지 안을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본격적인 환수 여부 검토에 나섰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조금관리법상 ‘거짓·부정한 방법에 의한 수급’, ‘지급요건 미충족’ 등에 해당할 수 있다”며 “법률 근거가 확인되면 환수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조사업자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이미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공정위 의결서가 송부되면 환수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aT 관계자는 “아직 관련 선례가 없지만 사내 변호사가 요건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aT 검토를 토대로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다만 실제 환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의결서가 송부된 이후 본격적인 환수 절차를 밟을 수 있어서다. 공정위 의결은 이달 말, 의결서 공개는 7월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의견 제출과 이의신청 절차를 고려하면 공정위 의결 통지 후 최소 2개월 이상 걸릴 전망이다. 업계에서도 담합 사실과 별개로 지원 요건은 충족했다며 보조금 환수 조치에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농식품부는 현재 지원을 중단한 ‘제분업체 경영안정자금’도 환수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제분업체에 정책금리로 자금을 융자하고, 정부가 금융기관에 이자 차액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2024년부터 운영됐다. 농식품부는 공정위 조사 사실을 확인한 뒤 올해 담합 업체에 대한 지원 집행을 전면 보류했다. 지난해 지원액은 4개 업체(사조동아원·대한제분·한탑·삼화제분) 기준 약 22억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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