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엔 언제 볕 드나… 하반기 ‘정책 랠리’가 분수령
투자 열풍 반도체 투톱에만 집중
국내 주식 ‘K자형 양극화’ 심화

‘77.60% vs -1.52%’.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상승률 차이다. 코스피가 9000선에 근접하며 역사적 기록을 세우는 사이 코스닥은 제자리걸음 하다 급기야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지난주 ‘검은 금요일’에 이어 8일 ‘검은 월요일’ 충격이 잇따른 영향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29%, 코스닥은 9.08% 빠졌다. 코스피가 5000을 넘길 때 힘겹게 쌓아 올린 천스닥(코스닥 1000)마저 무너졌다. 코스닥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오른 것도 없는데 빠지는 건 왜 커플링(동조화) 되는 거냐”며 푸념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외 증시에서 인공지능(AI) 투자 광풍이 불었지만 ‘훈풍은 비껴가고 태풍은 같이 맞는’ 그림이 반복되면서 코스닥 투자심리는 바짝 마르고 있다.
올해 국내 증시 주도주는 확실히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였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146.46% 올랐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주가 상승률은 193.55%이다.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돌아오면서 미래 이익을 반영한 기업 가치가 높아지자 투자 수요가 몰렸다.

증시 수급 자체도 쏠렸다. 지난달 903조8657억원에 달했던 코스피 거래대금 가운데 43%에 육박하는 387조4273억원이 삼전닉스에서 나왔다. 지난달 27일에는 49%까지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 거래대금은 전달 309조7470억원에서 280조190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주가 성적표도 코스피는 28.45%였던 반면 코스닥은 -9.86%였다. 삼전닉스가 코스피를 끌어올리는 사이 코스닥은 시장의 관심에서조차 멀어지는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됐다.
삼전닉스의 폭등은 AI 밸류체인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 규모가 급증하며 서버용 고용량 DDR5 D램과 기업용 대용량 SSD(데이터저장장치) 물량 선점 경쟁이 치열해졌다. 수요는 급증, 공급은 부족해지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했다. 국내 증시에서 AI 시장 확대 최대 수혜주가 됐다.
AI 수혜주인 만큼 ‘AI 버블론’ 도전을 수시로 받는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잊을 만하면 AI 버블론이 튀어나온다. 코스닥이 AI 버블에 따라 가장 먼저 소외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동성이 풀렸던 2020년 초반 코스닥 바이오주로 막대로 자금이 쏠렸지만 거품이 꺼지며 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떠안았다. 2000년 닷컴 버블 당시에도 장중 2900선까지 치솟았던 코스닥은 1년도 안 돼 500선까지 주저앉은 바 있다. 투자자들은 버블 위험에서 안전한 ‘확실한 수익성’에 집중하게 됐고, AI 열풍도 그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다.

미국에서는 AI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종목이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추론하는데 필요한 두뇌와 근육을 만드는 대표적인 하드웨어 기업은 엔비디아·AMD·마이크론 등이다. 인프라 영역인 클라우드는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 AI 서비스 분야에서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팔란티어테크놀로지가 대표 기업으로 주목받는다. 하드웨어가 칩을 공급하면 인프라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짓고 소프트웨어가 이를 활용해 소비자 지갑을 열게 만드는 구조다.
반면 국내 산업 구조는 하드웨어에 치우쳐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메모리 투톱과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핵심이다. 미국처럼 AI 인프라나 소프트웨어 밸류체인 쪽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없어 투자자로서는 결국 삼전닉스로 선택지가 제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달리 이번 호황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에 직결된 소수 소부장 기업에만 낙수효과가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시장은 새로운 투자 선택지에 목마른 상황이다. 증시 데뷔를 앞둔 AI 반도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다.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은 AI 추론용 반도체 전문 팹리스(설계) 기업이다. 비용이 많이 들고 전력 소모가 큰 엔비디아의 그래픽저장장치(GPU)를 대신할 수 있는 차세대 가성비·고효율 AI칩 개발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모두 이르면 내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코스닥 시장 상장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 본격화될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방안에 희망을 걸고 있다. 7월이면 상장폐지 기준이 강화된다. 코스닥 상폐 시가총액 기준이 현재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상향된다. 1000원 미만 동전주도 상폐 대상에 오른다. 이르면 10월부터 코스닥 승강제도 도입될 전망이다.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스탠다드·관리군 총 3개 리그로 나눠 운영하는 것이 골자다. 우량기업은 키우고 좀비기업은 솎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 애널리스트 출신 개인투자자는 “삼전닉스가 오른 데는 실적도 있지만 상법 개정 등 정책 기반도 있었다고 본다”며 “코스닥도 활성화 관련 법 시행령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민성장펀드도 하반기 코스닥 수급 변수로 꼽힌다. 5년간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대규모 정책자금 가운데 약 8조원 규모가 코스닥 시장에 직접 투자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인프라·대출 등 간접 지원 효과까지 포함하면 (코스닥 유입 자금은) 5년 누적 약 10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근본적으로는 코스닥 시장의 매력을 높이려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금처럼 1등 코스닥 기업이 코스피로 빠지는 현실에선 코스닥이 코스피의 하부 시장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코스닥 시장을 국가전략산업 핵심 플랫폼으로 육성하고 프리미엄 시장을 철저히 우량기업 중심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코스닥 유인 요인으로 인센티브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국가전략사업의 경우 법인세를 반으로 깎아준다든지 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그래야 코스피에 갔던 기업도 다시 코스닥으로 오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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