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발 초과 세수 50조, 미래 투자용 기금으로 조성한다
정부가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대규모 초과 세수를 담아둘 별도 기금을 신설하기로 했다. 초과 세수의 일부는 출범 예정인 국부펀드를 통해 투자하고, 일부는 기금 형태로 남겨 미래에 대비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8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초과 세수를 관리·운용할 독립 기금을 만드는 방안을 확정했다. 올해 국세 수입은 당초 전망 대비 ‘50조원+α’ 규모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유례없는 초과 세수다. 주요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한 법인세 증가, 각종 성과급 지급에 따른 근로소득세 확대, 주식시장 활황으로 인한 증권거래세 급증 등이 배경이다. 이에 따라 최근 5년간 평균 350조원에 못 미쳤던 국세 수입은 올해 사상 처음 400조원을 넘어설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초과 세수의 용처를 놓고 정부는 기금 신설 카드를 꺼냈다. 초과 세수의 일부는 올 하반기 신설하기로 한 국부펀드의 재원으로 활용하고, 일부는 기금으로 남겨두는 방향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초과 세수를 두고 “미래 세대를 위한 대한민국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에 투자해야 한다”고 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이 대통령은 “초과 세수를 일반적인 세수로 취급해 들어오는 대로 다 쓰는 건 정책이 아니라 바보짓”이라며 “당대에는 수확이 안 되더라도 30년, 50년, 100년이 지난 다음 후손들이 쓸 수 있게 숲을 가꾼다든지, 생산성과 부가가치가 높은 과수나무를 심는 식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도체와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투자해서 만들어내겠다”고 덧붙였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달 “초과 세수는 국부펀드 재원으로 활용하고, 그걸로 또 돈을 버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가려 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초과 세수로 국가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빚이 없는 게 최고라는 생각도 바보짓 중 하나”라며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는 현 상황에서 이를 끌어올리는 장기 투자가 더 중요한 과제”라고 일축했다.
신설 예정인 기금의 투자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우선 비상금 형태의 기금을 만들어 관리하면서 미래 투자 수요에 대비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향후 세수 상황이 나빠지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나 정부 재정 투입만으로 한계가 있을 때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초과 세수의 배경인 법인세 수입 규모는 최근 극단적으로 널뛰어 왔다. 2022년 104조원에 달했던 법인세수는 불과 2년 뒤인 2024년 63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번 초과 세수가 영구적인 수입이 아닐 수 있다는 경계감이 기금 설계의 배경 중 하나다.
다만 기금 설계에는 현행법이라는 벽이 있다. 초과 세수가 발생하면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40%)과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30%)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 사실상 기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건 나머지 30%다. 정부는 우선 가용 가능한 30% 몫을 기금에 넣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세수 자동 연동 방식에 대한 개편도 추진할 계획이다. 익명을 원한 한 대학 교수는 “미래 대응 투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방향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국가채무를 줄이는 것 또한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인데 어느 정도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원석·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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