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200개의 ‘돌봄 치과’를 꿈꾼다
⑫ 입에서 시작되는 돌봄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시는가. 6월 9일, 구강보건의 날이다. 예전에는 ‘치아의 날’이라고도 불렀다. 6세 전후에 평생 써야 할 첫 어금니(구치)가 나온다는 뜻에서 정해진 날이다.
치아는 단순히 씹는 도구가 아니다. 잘 씹는 힘은 영양과 근육을 지키고 흡인성 폐렴 위험을 줄이며 말하고 웃는 삶의 존엄과도 깊이 이어진다. 건강한 삶은 결국 입에서 시작된다.
필자는 30년 넘게 장애인과 치매 어르신의 치과 진료, 구강 돌봄 현장에 있었다. 그동안 절실히 느낀 것은 하나다. 치과에 오기 어려운 분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몸이 불편해서, 인지가 어려워서, 보호자가 지쳐서, 요양원에 계셔서 못 오는 분들이 많다. 이제 치과가 환자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올해는 통합돌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대한민국에서 돌봄 문제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과제다. 잘 풀지 못하면 개인을 넘어 가족, 지역 사회, 국가 재정까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K-DOLBOM 2035라는 꿈을 꾸고 있다. 김치와 태권도처럼, 10년 뒤에는 ‘돌봄(DOLBOM)’이라는 단어가 케어를 넘어 전 세계의 새로운 표준어가 되기를 바란다.
치과계의 첫걸음은 ‘돌봄 치과’다. 돌봄 치과는 장애인과 치매 환자 진료가 가능한 치과다. 요양원과 시설을 찾아가 구강 검진을 할 수 있는 치과다. 앞으로 방문 치과 진료 제도가 열리면 집과 시설로 찾아가 진료할 수 있는 치과다. 더 나아가 보호자와 돌봄 인력까지 교육하며 전 생애 구강 관리를 이어주는 치과다.
전국에 치과가 2만개가 넘는다. 그중 1%만 돌봄 치과가 되어도 200개다. 대한민국 곳곳에 200개의 돌봄 치과가 생긴다면 어떨까. 장애인도, 치매 어르신도, 요양원 입소 어르신도 ‘치과는 갈 수 없는 곳’이 아니라 ‘찾아오고 함께해 주는 곳’이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이는 치과계의 부담이 아니라 사명이며, 세계에 보여줄 대한민국형 구강 돌봄 모델이다.
6월 9일 구강 보건의 날, 필자는 대한민국 돌봄 치과 200개를 꿈꾼다. 물론 쉽지 않다. 필자 역시 병원 식구들의 동의와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도 오늘 ‘돌봄 치과’ 선언부터 시작하려 한다. 입에서 시작되는 돌봄, 언젠가 어르신의 건강한 식사와 환한 웃음 뒤에 조용히 곁을 지킨 200개의 돌봄 치과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장
건강수명5080국민운동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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