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은데 카카오는 날 수 없다, 왜?
카카오가 절체절명 위기에 내몰렸다. 노사 임금협상이 최종 결렬되며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야심 차게 추진해온 인공지능(AI) 사업도 지지부진해 주가가 급락하며 뒤숭숭한 분위기다. 연임을 확정한 정신아 카카오 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성과급 두고 노사 팽팽히 맞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는 “오는 6월 10일 4시간 부분 파업과 판교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즉각적인 전면 파업이 아닌 4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하고 추후 교섭 상황에 따라 파업 수위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파업에는 카카오 본사와 함께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4개 계열사가 동참한다.
노사가 팽팽히 맞서는 쟁점은 성과급 규모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의 성과급 포함 여부다. 노조는 “카카오가 지난해 연결 기준 7320억원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며 영업이익의 13~14%를 성과급 보상 재원으로 요구하지만 사측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매년 지급해온 RSU를 둘러싸고도 양측 의견이 엇갈린다. 사측은 500만원 상당의 RSU를 성과급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조는 RSU를 기본 보상의 일부로 보고 성과급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맞선다. RSU를 제외해 현금 보상을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노조는 “핵심 요구는 지속적인 경영 실패로 인한 매각, 분사, 구조조정을 멈추고 고용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주장하는 ‘경영 실패로 인한 구조조정’은 카카오 자회사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카카오는 최근 포털 다음 운영사 AXZ를 매각했고, 카카오게임즈 최대주주도 일본 라인야후 측 특수목적법인(SPC)인 LAAA인베스트먼트로 바뀌었다. 카카오 자회사 디케이테크인은 카카오와의 품질보증(QA) 계약 종료를 이유로 직원들이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고, 엑스엘게임즈에서도 희망퇴직이 진행 중이다.
노사 갈등이 고조되자 카카오 경영진은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위기 돌파를 위한 조직 개편안부터 제시했다.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함께 총괄하던 기존 ‘프로덕트 조직’을 메신저 등 서비스 본연의 기능을 맡는 ‘카카오톡’ 부문, 수익 창출을 담당하는 ‘비즈니스’ 부문으로 나눠 전문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톡에는 ‘유저 퍼스트(고객 우선) TF’를 신설해 이용자와의 소통을 늘리고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기로 했다. 그럼에도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등 주요 생활 인프라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AI 신사업 난항에 주가도 급락
카카오가 야심 차게 추진해온 인공지능(AI) 신사업이 흔들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는 올해를 ‘AI와 카카오톡 중심 성장’의 전환점으로 삼았다. 최근 두나무 지분과 카카오게임즈 경영권 등 비핵심 자산을 잇따라 정리하며 AI 투자 재원 확보에 나섰다. 카카오는 올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쳐 약 8조원 규모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톡 고도화와 AI, 글로벌 콘텐츠 분야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올 하반기 카카오톡을 대화 맥락을 기반으로 상품 추천과 예약, 결제까지 이어지는 ‘에이전틱 AI 플랫폼’으로 전환한다는 전략을 밝혀왔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는 이제 메신저를 넘어 5000만 이용자가 쓰는 에이전틱 AI 플랫폼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AI 서비스인 ‘카나나 인 카카오톡’을 앞세웠다. 카나나 인 카카오톡은 카나나가 대화 맥락을 이해하고 먼저 카톡 메시지를 보내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일정 관리, 정보 검색, 상품과 장소 추천 등을 도와주는 AI 서비스다. 최근에는 카카오톡 채팅방 내 AI 검색 기능인 ‘카나나 검색’ 베타 버전까지 선보였다.
오픈AI와 협력해 ‘챗GPT 포 카카오’ 서비스도 내놓았다. 카카오톡 채팅탭에서 이용 가능한 검색 서비스로 이용자들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카오톡 예약하기, 카카오맵, 톡캘린더 등 카카오 서비스를 챗GPT 포 카카오 내에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AI 사업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하반기 앱 개편과 AI 에이전트 기능 도입을 통해 하루 평균 체류 시간을 20%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지난해 4분기 하루 평균 체류 시간이 10%가량 늘었지만 올 상반기에는 체류 시간 상승세가 지지부진하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1인당 평균 사용 시간은 지난 4월 기준 686분으로 전년 동기(697분) 대비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챗GPT를 활용하려면 채팅방을 나와 여러 번 다른 창으로 이동해야 해 이용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챗GPT 포 카카오와 카나나 서비스 모두 인지도가 낮아 체류 시간 증대 효과는 상대적으로 미진하다”며 “주요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카나나의 AI 서비스를 다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서비스 수익화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외부 플랫폼과의 탄탄한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수익화로 이어지는데 이 과정이 녹록지 않다는 우려다. 에이전트 커머스로 사용자들을 유입하기 위한 가격 경쟁력도 변수다.
이준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 AI 서비스가 사용자 경험을 유의미하게 개선하고 글로벌 서비스 대비 차별성을 가지려면 탭 내에서 결제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트 커머스가 구현돼야 한다”며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협업해 충분한 커머스, 서비스 풀을 갖추고 편의성을 지닌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노사 갈등 장기화로 내부 조직 안정, 핵심 의사결정이 지연되며 투자 집행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AI 서비스에 힘을 쏟지만 수익화 시점은 불확실하다”며 “글로벌 빅테크 중심으로 AI 경쟁이 한층 격화된 상황에서 투자 타이밍까지 놓치면 시장 주도권 확보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AI 사업을 키우려면 갈 길이 바쁜데 카카오 내부 조직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최근 카카오톡의 대대적 개편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사의를 밝혔다.
카카오 실적이 나쁘지 않은데도 주가가 부진한 점 역시 이런 악재와 무관치 않다는 우려다. 카카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8조991억원, 영업이익 732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올 1분기에도 영업이익 2114억원을 기록해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카카오 주가는 곤두박질치는 모습이다. 2021년 당시 17만원대까지 뛰었지만 10만원이 무너진 뒤 최근엔 4만~5만원 선을 오르내리는 중이다. 투자자들이 카카오톡과 AI를 결합한 새 성장 모델이 실제 매출로 이어질지 의문을 표한다는 점이 악재다. 미래에셋증권은 카카오 목표주가를 7만8000원에서 5만8000원으로 낮췄다.
가뜩이나 카카오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 주주 반발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카카오 노사 협상에서 논의된 영업이익 연동 보상안에 “카카오 이사회가 위법적 합의를 비준한다면 주주들과 연대해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3호(2026.06.10~06.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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