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침묵한 習 “전략적 협조 강화”…金 “국가관계의 모범 만들자”

7년 만에 이뤄진 북·중 평양 정상회담에서 예상대로 북한 비핵화는 사라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신 “중국과 북한 양국은 전략적 협조와 협동을 강화해 각자의 주권·안보·발전이익을 굳건히 수호하고,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함께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이후 7번째 정상회담에서 북·중은 지난해 9월 베이징 회담에 이어 비핵화를 지우고 전략적 연대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북·중 관계 발전을 위해 네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고위급 교류, 민생 분야에서의 실질적 협력, 전통적 우의 계승 발전, 글로벌 이슈에서 전략적 협조 강화다. 북·중 양국 관계의 의제를 재설정하고 체계화함으로써 국제 질서의 재편을 함께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세 가지 불변(不變)을 선언하며 동맹조약인 ‘북·중 우호 협력 상호 원조 조약’의 부활을 예고했다. 즉 “북·중 전통 우호를 고도로 중시하는 확고한 입장, 김정은 총서기가 영도하는 북한의 사회주의 사업에 대한 확고한 지지, 중·북 쌍방의 공동의 이익과 양호한 전략적 환경을 수호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24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북·러 동맹이 체결된 데에 이어 2년 만에 북·중 동맹관계까지 실질적으로 복원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경제교류의 전면적 복원을 밝히며 유엔 대북제재가 사실상 사문화됐음을 대외에 알렸다. 시 주석은 “중국과 북한은 발전전략의 매칭을 강화하고, 무역·농업·건설·과학기술·의료위생 등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국경과 출입국사무소의 전면적 재개방과 민항기 및 국제열차의 재운행을 계기로 인적 교류를 확대하고 양방향 왕래를 실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유엔 결의안 2397호가 금지한 해외노동자 파견도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 주석은 한반도를 넘어서는 아시아 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공정성과 정의라는 이념을 견지하고, 전략적 협동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는 중국과 북한 등 지역 국가들이 근심 없이 생활해야 할 터전”이라고 했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과 한반도를 연계하는 전략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아시아 전략을 제안한 시 주석에게 김 위원장은 대만 문제를 적극 지지했다. 그는 “북한은 시종 하나의 중국 원칙을 변함없이 수호하고 중국이 핵심이익을 수호하는 정책과 입장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더 나아가 “북·중 관계를 국가 관계의 모범으로 만들어 지역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공동으로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화사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의 7년 만의 방문이자, 올해 첫 해외 순방지로 평양을 선택한 것은 북·중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고 우호적인 정감을 보여준 것”이라며 “북한에 막대한 격려가 된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성현 조지 부시 미·중 관계기금회 선임연구원은 “이번 평양회담은 ‘거래적 외교술’의 정수”라며 “김 위원장은 비핵화라는 대가를 전혀 치르지 않고도 체제 생존에 대한 절대적 보증과 경제 인프라 지원을 확보했고, 시 주석은 한·미·일 동맹의 주의를 분산시킬 확실한 ‘전략적 대리인’을 얻어내며, 평양 심장부에 중국의 군사 및 법 집행 채널을 한층 더 깊숙이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핵의 ‘기정사실화(fait accompli)’'는 완결됐고, 중국의 중재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려 했던 탈냉전 시대의 패러다임은 이제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담에는 시 주석 오른쪽으로 차이치(蔡奇) 정치국 상무위원, 류하이싱(劉海星) 중앙대외연락부장, 둥쥔(董軍) 국방부장,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이, 왼쪽으로 왕이(王毅) 정치국원 겸 외교부장, 탕팡위(唐方裕)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정산제(鄭柵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왕야쥔(王亞軍) 주북 중국대사, 뤼루화(呂錄華·56) 국가주석 외교비서,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부부장이 배석했다.
북한 측에서는 김 위원장 오른쪽에 김재룡 당 비서, 김성남 국제부장, 노광철 국방상이, 왼쪽으로는 최선희 외무상, 이일환 상무위원 등이 배석했다.
다만 관심을 모았던 두만강 하구를 통한 중국 선박의 동해 진출을 다룰 북·중·러 3자 협의체 관련 내용은 신화사 보도에 담기지 않았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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