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출퇴근으로? 美, 이란 축구대표팀 ‘당일치기’ 비자 발급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하는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이 ‘출퇴근 월드컵’을 할 처지에 놓였다. ‘중동 전쟁’으로 갈등을 벌이는 미국이 이란 선수단에 ‘당일치기 비자’를 발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반발하고 있다.
8일(한국시간) A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단 전원(26명)은 미국으로부터 월드컵 출전을 위한 비자를 발급받았다. 이번 월드컵은 멕시코·미국·캐나다가 공동 주최하지만, 이란은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미국에서 치른다. G조에 배정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잉글우드에서 뉴질랜드와 벨기에, 시애틀에서 이집트를 상대한다.
하지만 이란은 유효기간이 하루에 불과한 비자에 반발하고 있다. 경기 당일 멕시코 타후아나에 마련한 베이스캠프에서 출발해 미국에서 경기를 치르고 곧바로 돌아와야 하는 일정이 버겁기 때문이다. 티후아나에서 잉글우드와 시애틀 사이의 거리는 각각 230km와 2000km에 달한다. 아볼파즐 파산디데 멕시코 주재 이란대사는 7일 티후아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행기를 타고 오랜 시간을 오가다 보면 선수들이 피곤해진다”며 “컨디션 문제와 시간의 손실이 대표팀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심지어 선수단뿐만 아니라 이란 선수단 단장, 코칭스태프, 의료진 등 10명의 비자 발급은 거부됐다. 여기엔 메흐디 타즈 이란 축구협회장 등도 포함돼있다. 미국은 메흐디 타즈 협회장의 경우 과거 이란 혁명수비대 이력을 문제 삼았다. 메흐디 타즈 협회장은 이란 반관영 매체 ISNA에 “미국의 방해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며 “참가국들에 대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란 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공식 서한까지 보냈다.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미국 행정부 관계자는 CNN에 “선수들과 필수 지원 인력을 포함해 월드컵 참가에 필요한 비자는 모두 발급했다”며 “이란 대표팀이 허위로 테러리스트를 미국에 잠입시키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비자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는 나라는 이란뿐만이 아니다. BBC가 미국 국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월드컵 본선 진출국 48개국 중에 11개국의 비자 거부율이 40%를 넘었다. 이는 비즈니스 비자(B1)나 관광 비자(B2)의 평균 거절률인 34%보다 높다. 특히 아이티, 이란, 세네갈, 코트디부아르는 비자 발급이 금지됐거나 발급 요건이 매우 까다로워졌다. 요르단도 지난해 9월 말까지 최근 1년간 미국 비자 신청 건수의 57%가 거부됐다.
박준규 기자 park.junky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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