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뷰 터진 ‘니가 좋아’…‘발라드 왕자’ 변신한 오정세 히트 비결
발라드 왕자 된 오정세 화제
'모자무싸' 지질미 반전 변신
"1, 2등보다 3등이 좋아…
인기에 편승 않고 오래 가고 싶죠"

코미디 영화 ‘와일드 씽’(감독 손재곤)에서 배우 오정세(49)가 연기한 ‘발라드 왕자’ 최성곤의 뮤직비디오가 연일 화제다. ‘와일드 씽’은 2000년대 초 가요계 톱스타들이 20년만에 재기 무대에 도전하는 로드무비. 최성곤은 혜성처럼 떠오른 힙합 그룹 트라이앵글(강동원·엄태구·박지현)에 밀려 39주째 2위만 하다 불미스런 스캔들에 휘말려 강제 은퇴당한다. 그런 최성곤의 극 중 가상 가요방송 출연 영상과 그의 간판곡 ‘니가 좋아’ 뮤직비디오가 각각 유튜브에서 150만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질미에서 발라드 왕자로…오정세 ‘니가 좋아’
지난 3일 개봉 후엔 “주인공이 (오)정세 형 맞네” “‘니가 좋아’가 입에 맴돈다” “숨 넘어가듯 웃었다”는 ‘팬심’ 고백이 멀티플렉스 영화관 예매앱, 블로그 감상평에 심심찮게 튀어나온다.
반복적인 멜로디도 귀에 꽂히지만, 그걸 부른 오정세의 목소리가 기대 이상으로 감미로워서다. 한쪽 눈을 가린 생머리 중단발에 크로마하프를 껴안은 최성곤의 ‘우유 빛깔’ 미모는 덤이다. 여심 사냥꾼에서 모종의 사정으로 진짜 사냥꾼이 되고만 그의 문자 그대로 ‘토할 만큼’ 절실한 복귀 무대는 눈물겹게 웃긴다.
속 좁음, 얄팍함, 철없음,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음…. 이렇게 수식돼온 오정세의 새로운 확장이다.

대표적 다작 배우답게 그는 올해 들어 출연작만 4편이다. ENA 드라마 ‘클라이맥스’에선 암투극에 인간미를 더한 재벌 2세가 됐고, 지난달 22일 첫 방송한 MBC ‘오십프로’에선 기억 상실 후 살벌하게 착해진 남파 공작원을 연기했다. 최근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모자무싸)’에선 주인공 황동만(구교환)보다 알고 보면 더 속 좁은 중견 감독 박경세 역할로 지질함의 미학을 넓혔다. 그런 그가 영화 ‘와일드 씽’에서 또 다시 ‘오정세여서 가능했던’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저는 노래 못해, 촬영 땐 생목소리 딜레마 느꼈죠”
지난달 ‘모자무싸’ 종영 직후 서울 강남구 소속사 건물에서 만난 오정세는 영화 개봉 전부터 쏟아진 관심이 쑥스러운 듯 손사래를 쳤다. “대중이 즐겁게 보면 저도 좋지만 과하게 부화뇌동하진 않으려 한다”고 운을 뗀 그는 “와이프도 기뻐하더라. 감사한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몇 개월 지나면 또다시 잠잠해지더라고요. 결국은 다시 제자리에 돌아올 테니까, 그동안 그냥 많이들 행복해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는 스스로 “기본적으로 노래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영화에선 기술력(보정)의 도움을 받았지만 촬영 현장에선 생목소리가 나가는데 표정은 (가창력) 최고여야 하니까 거기서 오는 (연기적) 딜레마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1등보다 3등 좋아…괴로워 죽지 말고 모두 다 늙어 죽기를”
그런가 하면 ‘모자무싸’에 사로잡힌 건 박해영 작가의 글(대본)이 가장 컸다. “‘영구 없다’는 대사로도 그렇게 슬픈 정서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면서다.
시기·질투가 많은 경세와 자신은 교집합이 적다는 그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KBS, 2019)에 이어 두 번째로 뭉친 차영훈 PD를 경세의 롤모델로 삼았다고 했다. “‘동백꽃 필 무렵’ 쫑파티 때 다들 신나하는데 감독님은 막 울면서 ‘고마워’하는 모습이 인간적이었어요. 그 사람 마음이 다 드러나는 게 당시 제 캐릭터 노규태와도 닮았다고 느꼈고요. 이번엔 실존 경세(차영훈 PD)를 곁에 두고 도움을 많이 받았죠.”

그는 1, 2등보단 즐거운 3등이 좋다고 했다. “1등을 하려고 아등바등하던 박경세가 ‘나 3등만 할게’라고 하는 독백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돌아보면서다. “실제로도 3등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1등은 부담스럽고 2등은 1등을 못해서 아쉽겠다는 위안을 많이 받을 것 같고요. 3등은 중심에선 조금 비껴나 있지만 일적으론 성취감을 느낄 만하지 않은가요.”
영화 ‘아버지’(1997)의 단역으로 데뷔한 이래 그는 줄곧 “잘돼도 너무 높이 올라가지 않고, 좌절해도 너무 밑바닥 동굴까지 내려가지 말자는 주의”였다는 그다. 그저 “배우라는 직업이 좋아서” “가능한 오래 연기하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모자무싸’에서 황동만의 이 대사에 가슴이 두근댔다고 했다. “병들어 죽지 말고, 괴로워 죽지 말고, 낙엽 후두둑 떨어지듯 모두 다 늙어 죽기를.”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스페이스X ETF’ 전문가의 원픽 “6개월뒤 이것으로 갈아탈 것” | 중앙일보
- “당신이 이명박이야? 죽고싶어?” 박정희 경호실과 맞짱뜨다 | 중앙일보
- ‘여고생 살해’ 장윤기, 목·가슴 훼손된 리얼돌에 담긴 속내 | 중앙일보
- 성매매 민원 터졌던 ‘박카스 할머니’…인천 만월산에 다시 떴다? | 중앙일보
- 단순 가려움증인 줄 알았는데…암이었다, 이게 무슨 일? [Health&] | 중앙일보
- “이혼이나 당하고” 발언에…이승환, 윤서인에 5000만원 손배소 | 중앙일보
- 개구리 점프 그 남자, 얄미운 예언 “1위 멕시코, 한국 2위” | 중앙일보
- 논란 때마다 말로만 “쇄신”…선관위 사과 못 믿겠는 이유 | 중앙일보
- “정말 매력적, 가창력 훌륭해”…젠슨 황도 반한 한국 가수 누구길래 | 중앙일보
- [단독] 배달 뛰며 변호사 꿈꾼 고학생, 가난은 기회까지 뺏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