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10만년 짜리 재난... '흉물스럽다' 말하는 그 건물의 실체

정윤영 2026. 6. 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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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환경생태 현장르포 - 핵발전소와 재생에너지] 핵발전소가 모여있는 고리원전... 정말 안전한가?

인류를 구원할 것 같은 기술 문명이 실은 뭇생명을 죽이고, 지역을 초토화하며 공동체를 찢어놓으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AI 산업은 더 많은 에너지를 내놓으라고 우리를 닦달할 뿐 그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방향을 모르고 전력질주하는 기술 개발을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 핵발전소 없이 살아갈 수 있지만, 물과 깨끗한 공기, 흙과 이웃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게 생명입니다. 생명으로서 우리가 빼앗기는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으려 합니다. 연재는 (사)세상과함께, 길동무가 함께 기획했습니다. <기자말>

[정윤영 기자]

 고리 핵발전소 반경 30km 이내에 주민 342만 명이 살고 있다. 발전소 옆에는 소방서가 있고, 맞은편에 초등학교가 있다.
ⓒ 정윤영
서울에서 부산 기장군까지 410km. 열차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다섯 시간 만에 고리 2호기가 있는 월내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아담한 마을 지붕 사이로 바다보다 원자로 돔이 먼저 보였다. 솔직히 무서웠다. 최종 방호벽 역할을 한다는 원자로 돔이 터지고 무너져내리는 후쿠시마 사고의 장면이 자꾸 재생됐다. 마을 사람들은 이 불안과 긴장을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걸까.

작은 집과 어울리지 않는 층 높은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크고 화려한 스포츠센터 앞에는 신규핵발전소 유치를 원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발전소 앞 바다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 아이들과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연인들은 핵발전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핵발전소 가까이 갈수록 처음 느꼈던 무서움과 불안이 조금 누그러지는 듯했다. 그러다가도 발전소를 이중으로 둘러싼 철조망과 발전소 바로 앞 소방서, 곳곳에 방사선비상 대피 안내판을 볼 때마다 '핵을 안고 산다'(신혜정,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나>, 호미, 2015)는 말을 실감했다.

수명이 끝난 고리2호기, 재가동했다

시작부터 법을 어겼다.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2호기는 설계수명만료일에 따라 2023년 운영이 중단되었다. 사업자인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 2호기 계속운전을 하고자 했다면, 원안법(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설계수명만료 2년 전인 2021년 4월에 계속운전 안전성평가(PSR)를 원안위(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야 했다.

한수원은 1년이 지나서야 PSR을 제출했고, 원안위는 2025년 11월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을 최종 허가했다. 수명이 끝난 40년 된 고리 2호기는 지난 4월 4일 다시 가동을 시작했고, 이제 2033년까지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과태료 300만 원을 내고 끝이었다. 환경단체들이 법 위반을 문제 삼았지만, 원안위는 고발 조치만 했을 뿐 계속운전은 허가했다.

한수원이 기한을 넘겨 갑작스레 수명연장을 한 건 2022년 원전 생태계를 회복하겠다는 당시 새로운 대통령의 선언 이후였다. 대통령의 말을 등에 업고 PSR을 제출한 이후 계속운전을 위한 단계들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PSR을 포함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와 사고관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고, 발전소 30km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

한수원이 공청회를 위해 작성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는 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 전문용어 투성이었다. 열람율은 0.02%에 그쳤다. 그럼에도 공청회가 열렸다.

환경단체가 단상을 점거하는 등 강력하게 시위하며 공청회마다 문제를 제기했지만, 공청회에 참석해 마이크를 쥔 주민들은 수명연장에 찬성했고, 한수원은 주민공청회를 그렇게 '그냥 통과'시켜버렸다. 비민주적인 소통과정과 부실한 절차도 문제지만 심각한 건 한수원이 작성한 사고관리계획서 내용이었다.

사고관리계획서는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만들어졌다. 처음 핵발전소가 생길 때 만들어진 원자력법(2011년 이후 원자력진흥법, 원자력안전법으로 분리)은 중대사고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졌다. 스리마일섬과 체르노빌, 후쿠시마까지 중대사고를 세 번이나 겪은 뒤에 사고관리계획서 제출을 법제화했다.

한수원은 개정된 원안법에 따라 방사선환경영향에 대해 최신 기술기준을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한수원은 최신기술기준(NUREG-1555)이 아니라 1979년에 만들어진 기준(NUREG-0555)을 적용했다. NUREG-0555는 중대사고에 대한 평가가 포함되지 않는다. 환경단체들이 이를 지적하며 사고관리계획서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한수원은 이를 거부하며 '회사의 기술적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사고 날 리가 없다는 전제와 믿음은 안전에 대한 감각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지켜야 할 것들을 누락시킨다. 그렇게 '10만 년에 한 번 난다던' 핵발전소 사고가 50년 동안 세 번이나 났다. 한수원을 보면 부산환경운동연합 박상현 사무처장은 한숨만 난다.

"설비 개선 비용이 너무 낮아요. 증기 발생기같은 핵심 설비를 개선해야 되는데 그런 게 없어요. 한수원이 제출한 사고관리라는 게 핵발전소가 안전하게 가동되도록 설비를 갖추는 게 아니라, 문제가 생기면 사람이 가서 작동을 멈추면 된다, 그러면 사고가 안 난다, 이런 식이에요."

한수원이 고리 2호기 수명연장 안전설비에 책정한 예산은 3000억 원이다. 그중 1300억 원은 주민지원금으로 실제 안전설비 비용은 1700억 원이다. 일본이 사고 대책으로 핵발전기 1기당 약 2조 원을 들여 개보수한 것에 견주어보면, '안전하다'는 한수원의 주장이 우습게만 느껴진다.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할 게 없는 핵발전소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15주기를 맞아 고리2호기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시민과함께부산연대, 탈핵부산시민연대,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등이 11일 부산시청 광장을 찾아 "고리2호기 등 계속운전 중단, 신규 원전 반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보성
핵발전소는 사고와 고장이 잦다. 상업운전을 시작한 1978년부터 2020년 9월까지 드러난 것만 760건. 그중 고리에서 난 사고, 고장은 313건에 달한다.

용접부 부식과 누설, 과열로 인한 화재, 정기검사와 공사중 생기는 전원상실뿐 아니라 2014년 폭우와 2020년 태풍으로 원자로가 자동 정지되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2023년 처음으로 고리 핵발전소 내부를 전수조사 한 결과, 소방법 위반을 포함해 위험사항이 91건 적발되었다.

고리에는 6개의 원자로가 있다. 신고리 단지의 4기까지 포함하면 모두 10기로 핵발전소 밀집도 세계 1위이다. 기후위기로 태풍과 산불의 위험은 커지고, 신고리 단지는 양산단층으로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아 환경단체에서 건설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데다 최근 핵발전소들의 감발운전이 잦아지고 있다. 2025년 3~5월에만 고리 핵발전소의 감발은 13일이나 된다.

감발은 전력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해 출력을 낮추는 것인데,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위험하다. 핵분열 제어 과정을 인간이 수시로 조절하다보면 실수가 생길 수 있고, 설비에도 무리가 간다. 한수원은 감발을 '탄력운전'이라며 가동률을 현재 80%에서 50%까지 낮춰 에너지 믹스 정책을 따르겠다고 했지만, 감발이 잦아지는 만큼 안전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다 사고 난다'는 우려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할 게 없'지만 그저 운이 좋아 그동안 대형사고가 나지 않은 줄로만 생각했다. 핵발전소는 "피폭 노동없이 하루도 돌아가지 않는다."(히구치 겐지, <한일 핵발전 노동워크샵>)는 말을 들었다. 그제야 그 운을 만들어온 게 핵발전소 노동자라는 걸 깨달았다.

정상운전중인 설비를 정비하고 계측기를 교정한다. 핵폐기물을 드럼통에 옮겨 담고 오염수를 정화하고, 취수구에 달라붙은 해양생물을 떼어내는 일과 방사능 물질을 닦아내는 제염작업도 한다. 이처럼 방사선이 많이 나오는 구역에서 일하는 이들은 대부분 하청노동자(박찬호, <핵발전소 노동자>)이며, 이들의 피폭은 불가피하다.

핵발전소 작업자의 선량한도(방사선 피폭량의 상한치)는 5년간 100mSv이나, 특정연도 50mSv까지도 허용한다. 일반인(1mSv)의 50배까지 허용되는 방사선작업종사자와 달리 수시출입자로 구분되는 한수원이나 원자력안전기술원 직원의 선량한도는 연간 6mSv로, 2017년 원안위가 12mSv에서 절반으로 줄인 결과이다.

한수원 정규직 노동자들의 피폭량에 비해 비슷한 업무를 하는 하청 노동자의 피폭량이 최대 25배많다. 그러니까 날마다 '죽음의 재(고이데 히로아키, <원자력의 거짓말>'를 맞으며 '끌 수 없는 불'을 관리하는 건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다.

핵발전소 마을이라는 프레임
 한울 핵발전소 송전탑 아래에 2025년 산불이 지나간 자리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우리의 삶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핵발전소 원자로의 상태에 달려 있고, 핵발전소는 늘 태풍과 산불, 지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걸 새삼 확인했다.
ⓒ 정윤영
원자로에서 우라늄을 태운다. 여기서 나온 에너지 30%만 발전기로 가고 남은 열은 온배수로 모두 바다에 버려진다. 원자로 1기에서 배출하는 온배수는 초당 최소 50톤이 넘고, 바다의 평균온도보다 7도 이상 높다. 핵발전소를 '바다 데우기 장치(고이데 히로아키, <원자력의 거짓말>)'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다를 뜨겁게 데우는 온배수와 함께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디메틸폴리실록산 같은 소포제를 비롯해 유해화학물질이 배출된다.

뜨거워진 바다에는 미역이 자라지 않는다. 기장에서 판매하는 미역의 상당수는 다른 지역에서 키운 뒤 기장에서 말려 기장미역이 된다. 핵발전소 배출물질로 사라지는 게 미역과 다시마뿐 일까? 2024년 기장 어민 470여명이 온배수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라며 소송한 결과, 일부 승소 판정을 받았고, 주민의 갑상샘암 발병에 대해 한수원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처음 받은 곳도 기장이다.

핵을 안고 사는 마을 사람들이 생계를 잃고 암에 걸리며 50년이 흘렀다. 그러는 동안 작고 소박한 마을에 커다란 건물이 들어서고 식당과 원룸촌이 생겼다. 복지관과 스포츠문화센터, 해수탕이 지어지고, 학생들은 매년 한수원 장학금을 받고 주민들은 냉동창고 등을 지원받는다. '원전 옆에서 못 살겠다'던 주민들이 달라졌다. 박상현은 '핵발전소 마을이라는 프레임'이 있다며 발전소에 가까워질수록 '연루되어 끌려다닌다'고 했다.

"마을 공동체를 휘감은 다음에 반대하는 사람을 쳐내는 거예요. 예전에 월성(핵발전소)에서 '무료 국수 맛있게 먹었잖아' 이런 현수막 달았잖아요. 주민을 보는 태도가 딱 그거예요. 핵발전소가 들어서면 그냥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요. 이제 지역 주민들은 발전소가 들어온다고 하면 반기게 됐죠."

핵발전소 근처 해변은 예쁜 카페와 유명식당이 생기면서 지역의 명소가 됐고, 주민들은 마치 피폭이 없는 것처럼 살고 있지만 박상현은 원자로 돔을 보고 있으면 '흉물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보상만 하면 정말 괜찮나,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나' 싶어서다. 핵발전소는 단지 건물이 아니니까. 원자로는 '그냥 쇳덩이'가 아니니까. 고리, 아니 전국의 핵발전 32기를 모두 영구 정지한다고 끝이 아니다.

핵발전소는 방사능의 묘지

고리 2호기 바로 옆에 있는 고리 1호기는 2017년 영구 정지되었고, 2025년 6월 해체 결정되었다. 12년에 걸쳐 해체작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할 데가 없기 때문이다. 핵이라는 건 그런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없앨 수 없고, 원자로 해체만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우라늄을 태울 때 만들어진 방사성 물질이다. 후쿠시마 사고로 이제는 모두가 알게 된 플루토늄과 스트론튬, 세슘같은 방사성 물질은 사라지지 않고 비와 바람을 타고 땅과 바다를 오염시키며 생물농축을 일으킨다. 그런 사용후핵연료가 고리 1호기에만 485다발이 있고, 전국에 50만 다발 넘게 쌓여 있다.

고리 2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에는 748다발이 저장되어 있다. 포화율은 현재 93.8%. 수명연장으로 저장조 포화시점은 3년 앞당겨졌고, 2028년이면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곳이 더는 없다.

그러자 한수원은 보관 간격을 줄여 포화시점을 늘리겠다며 조밀저장대를 설치하기로 의결했고, 정부는 사용후핵연료를 부지내저장시설에 보관할 수 있도록 2025년 2월 고준위방사성폐기물법을 통과시켰다.

임시저장시설이라고 하지만, 사실 영구처분장이 될 확률이 높다. 영구처분장은커녕 중간저장시설조차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핵폐기물 문제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고 핵발전소는 그 자체로 '방사능 묘지(고이데 히로아키, <원자력의 거짓말>)'가 된다.

고리 2호기 이후 3·4호기와 한빛 1·2호기도 줄줄이 연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원안위에서 통과시키면 연장을 막을 방법은 딱히 없다. '비민주적인 환경'에서 핵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주민들이 고리 1호기 수명연장을 반대하며 함께 시위했던 적이 있다. 후쿠시마 사고가 터진 후였다. 이제 사고로부터 15년이 지났다. 사고 장면은 잊혔고 핵발전소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한수원의 논리에 휘말리는' 동안 멀리 사는 사람들에게는 '남의 일'이 되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발전을 줄이겠다는 약속들이 있었는데 자꾸 잊히는 것 같아요. 다시 환기하고 안전한 사회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사회로 갔으면 좋겠어요.

핵폐기물은 영화처럼 다른 차원으로 보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그러니까 핵폐기물을 치운다는 것 자체가 공상과학이에요. 지금까지 지역이 핵폐기물을 떠맡아왔는데, 앞으로도 10만 년(방사능 반감기) 동안 지켜야겠죠. 10만 년이면 한 종(種)이 진화하는 시간인데, 이걸 잘 격리해두는 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어요."

서울에서 기장까지 다섯 시간이 멀기만 한 내가 10만 년이라는 시간을 생각해본다. 아무리 세어보아도 10만 년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핵폐기물을 안고 살아야 하는 시간이 그저 영원처럼 느껴진다. 다만 여전히 그 안에는 노동자가 일할 것이고, 그 주변에 사는 생명들이 있을 것이다.

핵발전이 없었다면 그런대로 우린 살아갔을 것이다. 이제 핵발전소가 모두 멈춰도 영원히 썩지 않는 79만 다발의 핵쓰레기가 쌓인다.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영원히 대물림되는 재난이 됐다. 재난 앞에서 핵산업이 아니라 생명의 편에 서려고 애쓴 흔적들이 해법이 되기를, 그 해법이 함께 대물림되기를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기획 공동진행 : <(사)세상과함께>,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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