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동맹” 한목소리 뒤엔…‘반미’ 띄운 習, ‘경제 발전’ 내세운 김정은[view]

정영교 2026. 6. 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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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새로운 글로벌 동맹’으로의 관계 격상을 선언했다. 이는 곧 북·중 동맹 및 북·중·러 간 연대를 통해 역내를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견제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로, 시진핑이 김정은을 진영 간 대결 구도에 필요한 동등한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은 반미 연대 주도를 강조한 데 비해 북한은 핵 보유국 지위 인정과 경제 협력에 방점을 찍는 등 이날 시진핑 ‘방북 활용법’을 두고 양국 간 셈법 차이도 감지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이설주 여사가 8일 평양국제공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를 맞이하고 있다. 중국중앙(CC)TV 캡처

‘반미 연대’ 구심점 강조한 시진핑


시진핑은 이날 낮 12시쯤 에어차이나 전용기를 타고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했다. 김정은과 부인 이설주가 직접 공항에 나와 시진핑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맞이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이날 오전 노동신문 1면에 시진핑의 기고문과 환영 사설을 동시 게재했다. 사설을 상단, 기고를 하단에 배치했다.

시진핑은 기고에서 “패권주의와 강권정치를 반대하며 군국주의 부활을 꾀하고 지역의 안전과 안정에 위해를 주는 모든 야욕과 책동을 반대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미국을 때렸다. 이어 중국이 계기마다 강조하는 “평등하고 질서있는 세계의 다극화와 보편적 혜택과 포용적인 경제 세계화” 등도 “(북한과) 공동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8일 노동신문은 1면 실린 기고문을 통해 "북 ·중 관계 발전에 강력한 동력을 주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노동신문, 뉴스1

“군국주의 부활”은 이란을 공습한 미국은 물론 최근 재무장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일본을 타깃으로 한 측면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또 양국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공동으로 기여하겠다는 다짐으로 글을 마무리하면서 시진핑의 방중 분위기를 띄웠다.

특히 시진핑은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에서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맞이한 중조(중·북) 관계는 새로운 시대적 사명을 걸머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반미연대의 맹주를 자처하는 시진핑이 김정은의 격상된 전략적 지위를 인정한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지난해 9월 베이징 항일 승전 80주년 열병식에 김정은을 초청해 나란히 천안문 망루에 오른 데 이어 이번 방북에서 새로운 시대적 사명을 언급한 건 한·미·일을 견제하는 당당한 진영 내 한 축으로서 북한을 인정한다는 의미일 수 있어서다.

시진핑은 “지역의 평화와 안녕, 국제적인 공평과 정의 그리고 전후국제질서를 공동으로 수호해나가야 한다”고도 했는데, 미국 중심의 전후 질서에 도전하는 진영 간 대결에서 양국이 함께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노동신문 사설도 김정은이 “조중(북·중) 친선 관계를 새로운 높이에서 강화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하는 등 호응하는 분위기다. 사설은 “매우 혼란스럽고 복잡다단한 국제정치정세”에서 “조중 두 나라 인민이 전투적단결”을 강화하는 게 필수라고도 했다.

다만 김정은은 최근 핵물질공장(지난 3일)에 이어 구축함(지난 4일), 탄도미사일 생산공장(지난 6일)을 잇달아 방문하는 등 시진핑의 방북을 핵·미사일 능력 과시의 기회로 활용하는 데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7일 담화를 통해 미·중 정상이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방침에 동의했다는 사실을 극구 부인하기도 했다.

시진핑이 북한을 전략적 가치가 높은 파트너로 인정하는 걸 ‘핵을 가진 북한’을 인정받는 기회로 삼으려는 의도가 명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5개년 계획” 경협 바라는 김정은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 사설을 통해 올해로 체결 65주년을 맞는 북·중 우호조약을 강조하면서 북·중 양국 정상이 “조중 친선 관계를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맞게 더욱 강화발전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모두 새로운 “5개년 계획”의 첫해라는 점을 굳이 부각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9월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은 지난 2월 9차 노동당 대회에서 지방공업공장의 현대화와 인민소비품(생필품)의 국산화 등을 강조했는데 이는 김정은의 역점 사업인 ‘지방발전 20×10 정책’과 연계하려는 의도로 평가됐다. 여기서 성과를 도출하려면 원자재 수급 등에서 중국 측의 지원이 필수적인 가운데 김정은이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 의도를 명확히 밝힌 것으로 읽힌다.

동시에 올해가 “중국의 제 15차 5개년 계획 수행의 첫해”로 “경제 및 사회발전을 이끌어 사회주의현대화”의 토대를 닦는 시기라는 점도 언급하며 양국 간 경제 발전을 연계하는 듯한 논조를 보였다.

시진핑도 기고에서 “호상교류를 강화하고 서로 참고하면서 두 나라 사회주의 위업의 안정적이며 장기적인 발전을 함께 추동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경제 지원 여부와 규모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9월 방중 당시 김정은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유엔 등 다자 플랫폼에서 계속 조정을 강화해 양측의 공동이익과 근본이익을 수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는데, 이는 사실상 제재 무력화 요구라는 해석이 많았다.

그러나 시진핑은 이날 기고에서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체계와 국제법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공동으로 수호해야 한다”고만 밝혔다. 제재 문제에 대한 화답이라기보다는 유엔을 무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대비를 위해 유엔 체제의 존중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양국 간 단순 교역 확대를 넘어 사실상 자신들의 국가발전계획과 중국의 5개년 계획·현대화 노선을 제도적으로 연계하겠다는 의향을 시사한 것”이라면서 “제재의 회색지대나 문턱을 넘는 북·중 경제협력을 암시하는 대목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3일 중국 천안문 망루에 '북ㆍ중ㆍ러' 3국 정상이 나란히 섰다.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뉴스1


“불패의 친선관계” 북·중>북·러 우위 강조

시진핑은 “시대가 어떻게 바뀌고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여도 전통적인 중조친선은 언제나 불패의 것”이라면서 “최고위급의 전략적 인도는 중조(중·북)관계의 최대의 우세”라고 강조했다. “기나긴 세월의 흐름 속에서 고비를 함께 넘어보아야만 진정한 벗을 알 수 있다”면서다. 북한 역시 최근 헌법 서문에서까지 삭제했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으로 북·중 관계 강화를 부각하면서 양국이 전통적인 혈맹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양측은 항일투쟁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를 강조하면서 북·중 우호조약의 의미를 부각했다. 최근 북·러가 전례 없이 밀착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북·중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양측이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통적인 우방국과의 관계를 안정시키고 진영을 결속해 시진핑이 ‘북·중·러 3각 연대의 맹주’라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도 “앞으로도 사회주의 위업을 전진시키고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길에서 중국 동지들과 굳게 손잡고 나아갈 것”이라면서 큰 들에서 호응하는 모양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은 앞으로 상당 기간 비핵화보다 핵을 가진 북한을 대미 견제 등에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지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북한을 러시아와의 밀착이 아닌 중국 중심의 영향력 아래 복귀시키는 것도 우선순위의 하나일 것”이라고 짚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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