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전문가'라 부르고, 임금은 최저선 아래로 밀어 넣는다

한국여성노동자회 2026. 6. 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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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임금차별타파주간 연속기고 ⑨] 가사노동자 노동권 배제와 성별임금격차의 뿌리

[한국여성노동자회]

가사노동자는 플랫폼에서 일하든, 개별 가정에 고용되어 일하든, 시간 단위로 보수를 받는 시급제 노동자다. 정해진 시간 안에 청소하고, 정리하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생활공간을 관리한다. 이용자의 집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잘 보이지 않을 뿐, 가사노동은 분명한 노동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가사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집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이유로, 여성이 주로 해왔다는 이유로, '살림'이라는 이름 아래 가사노동의 숙련과 가치를 낮게 평가해왔다. 그리고 그 오래된 성차별적 인식은 오늘날 플랫폼 노동 안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가사관리 플랫폼은 가입 자격을 여성, 30대 이상 등으로 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그 자체로 성차별적 모집·채용에 해당할 수 있는 문제다. 특히 '30대 이상'이라는 기준은 이 노동에 가사노동 경험과 숙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무급이든 유급이든, '살림'이라는 이름의 노동을 해본 경험이 있을 법한 연령대와 성별을 요구하는 것이다. 가사노동 미숙련자는 정해진 시간 안에 업무를 마치기 어렵다. 집 전체의 동선을 파악하고, 오염 정도에 따라 청소 순서를 정하고, 정해진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일을 끝내는 데에는 분명한 숙련이 필요하다.
 가사노동은 전문성이 필요한 노동이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플랫폼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플랫폼은 이용자에게 가사노동자를 '전문가'라고 홍보한다. 맞다. 가사노동자는 숙련된 전문가다. 그러나 문제는 플랫폼이 이 '전문가'에게 숙련에 걸맞은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플랫폼에서 일하는 가사노동자의 보수는 일정하지 않다. 같은 일을 해도 지역에 따라 보수가 달라진다. 플랫폼이 요금과 보수를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하기 때문이다. 가사노동자가 적고 이용자가 많은 지역은 보수가 높아지고, 반대로 가사노동자가 많고 이용자가 적은 지역은 보수가 낮아진다. 플랫폼은 이를 효율적인 시장 조정처럼 설명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플랫폼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자의 보수를 알고리즘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에서는 가사노동자가 늘어날수록 보수가 줄어들 수 있다. 노동자들은 더 많은 일감을 얻기 위해 플랫폼에 진입하지만, 노동자가 많아질수록 단가는 낮아진다. 일은 노동자가 하고, 가격 결정권은 플랫폼이 쥔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 단가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알기 어렵고, 낮아진 보수를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수수료 구조도 불투명하다. 플랫폼은 이용자가 낸 요금에서 얼마를 떼고 가사노동자에게 얼마를 지급하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이용자도 모르고, 가사노동자도 모른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플랫폼은 대체로 가사노동자가 받는 보수를 기준으로 약 30% 정도를 가져가며, 많게는 40% 가까이 떼가는 경우도 있다. 일은 가사노동자가 하지만, 상당한 몫은 플랫폼이 가져간다. 그런데 그 구조는 제대로 공개조차 되지 않는다.

가사노동자는 플랫폼 노동자 중에서도 수입이 가장 낮은 집단에 속한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전체 플랫폼 노동자 평균 시간당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플랫폼 가사노동자는 75.6에 불과했다. 플랫폼 노동자 중에서도 가장 낮은 보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미만의 보수를 받는 비율도 2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른 플랫폼 종사자의 최저임금 미만 비율이 1~5% 정도로 조사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마저도 실제 노동시간을 온전히 반영한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플랫폼은 가사노동자에게 업무 시작 10분 전에 도착해 준비하고, 업무시간 종료 후에는 나가면서 쓰레기를 버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고객 집 사이를 이동하는 시간, 업무 전후 준비와 마무리 시간, 주휴수당과 초과수당까지 고려하면 최저임금 미만 비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노동자의 시간은 곳곳에서 사용되지만, 임금으로 계산되는 시간은 제한된다.
 2026년 제10차 여성비정규직임금차별타파주간 기자회견
ⓒ 한국여성노동자회
이러한 일이 가능한 이유는 분명하다. 가사사용인에 대한 노동법 적용 제외와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플랫폼이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부터 가사노동자는 '가사사용인', 즉 집안일에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노동법 보호 밖에 놓였다. 국가는 가사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노동법을 통해 보호해야 할 존재로 보지 않았다. 그로부터 73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개인 가정에 고용된 가사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은 물론 각종 노동관계법의 보호 밖에 남겨져 있다.

이 배제는 우연이 아니다. 가사노동이 주로 여성에 의해 수행되어왔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집 안에서 해온 일은 무급노동으로 취급되었고, 그것이 시장으로 나와 유급노동이 된 뒤에도 여전히 낮게 평가되었다. '반찬값 벌러 나와서 하는 일', '집에서 하던 일을 조금 도와주는 일', '여성이 원래 잘하는 일'이라는 인식은 가사노동자의 권리를 지우는 사회적 토대가 되었다.

노동부 장관은 "임금은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생계수단이자 생존이 걸린 문제"이며, 이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은 "임금 절도"와 다름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렇다면 물어야 한다. 생존이 걸린 임금에 대해 최저 수준을 보장하고, 임금을 빼앗기지 않도록 보호하는 법과 제도가 왜 가사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가.

가사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닌가. 이용자의 집을 청소하고, 생활공간을 관리하고, 정해진 시간에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사람은 노동자가 아닌가. 노동의 장소가 가정이라는 이유로, 그 일을 주로 여성이 한다는 이유로, 국가는 언제까지 이들을 노동법 밖에 남겨둘 것인가.

모든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일할 수 있도록 보호받아야 한다. 이는 국가의 기본 책무이며, 국제 인권규범이 명확히 정하고 있는 원칙이다. 한국은 1990년 UN 사회권 규약을 비준했다. 그러나 비준 이후 36년이 지나도록 가사노동자에 대한 노동법과 최저임금 적용 제외 문제는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가사노동을 경시하고, 그로 인한 부정의와 인권침해에 눈감아온 결과다.

오늘날 플랫폼은 그 오래된 배제 위에서 수익을 낸다. 플랫폼은 가사노동자를 전문가라고 부르며 서비스를 판매한다. 그러나 정작 보수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이름으로 낮추고, 수수료는 불투명하게 가져가며, 노동시간과 이동시간, 준비시간은 제대로 보상하지 않는다. 노동자는 전문가로 홍보되지만, 권리에서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제 이 성차별적 노동의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가사노동자를 노동법과 최저임금의 보호 밖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플랫폼이든 개별 가정 고용이든, 노동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다면 최소한의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시급제 노동자라면 최저임금이 적용되어야 하고, 업무 전후 준비시간과 이동시간, 초과노동에 대한 기준도 마련되어야 한다. 플랫폼의 수수료 구조와 보수 산정 방식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가사노동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여성들이 부수적으로 해온 일이어서 값싸게 써도 되는 노동도 아니다. 가사노동은 누군가의 일상을 가능하게 하고, 가족과 사회의 재생산을 떠받치는 필수노동이다. 그 노동을 계속 낮게 평가하는 사회에서 성별임금격차는 결코 해소될 수 없다.

한참 늦었다. 그러나 늦었다는 이유로 더 미룰 수는 없다. 가사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최저임금과 노동법의 보호를 보장하는 것. 그것이 여성노동 저임금의 뿌리를 바로잡고,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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