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는 산업 아닌 전쟁... 한국은 6개월이 골든타임"
[이한기, 고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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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30일 오후 오마이뉴스 서교동마당집에서 '오마이포럼'이 열렸다. '중국의 AI산업, 이미 미국을 앞섰다? - 14억이 만드는 인공지능 생태계, 어디로 향하고 있나'라는 주제로 임선영 중국경제전문가가 주제 발표를 했다. |
| ⓒ 이한기 |
임선영 작가는 "중국은 AI를 산업이 아닌 '전쟁'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미국을 이기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AI 관련 기업 대표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돈이 얼마가 들든 무조건 미국을 이겨야 한다"면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목적 아래 딥시크는 AGI(범용인공지능)를, 알리바바는 에이전트와 결제를, 또 다른 회사는 인프라를 맡는 식으로 '바둑판 같은 전략 배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 동력으로는 데이터센터보다 먼저 손댄 교육개혁(교사 재교육·명문대 엘리트 특화), 해외 인재의 '역유입', 중앙 차원의 정책 기조 등을 꼽았다.
임 작가는 칭화대에서 자연어처리(NLP)를 공부한 경험을 들어, 세계를 놀라게 한 '딥시크 쇼크'가 사실은 쇼크가 아니라고 했다. 2001년부터 언어 연구와 컴퓨터공학에 정책적으로 투자해 온 20년 축적의 결과라는 것이다. 미국이 '챗GPT 모먼트'를 보여 주자, 최신 GPU가 없던 중국의 젊은 과학자들은 '하드웨어가 없으면 인간의 두뇌를 GPU 삼자'면서 연구 집단으로 뭉쳤고, 저장대 출신 퀀트 투자자 량원펑(梁文锋)의 딥시크가 '퍼스트 펭귄'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AI의 변화가 이미 일상으로 내려와 있다고 강조했다. 휴대폰에 깔린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호텔과 식당을 예약하고 있고, 알리바바는 "모든 앱을 소멸시키고 채팅창 하나로 통합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지난 5년 동안 밀어붙인 공장 자동화와 물류 자동화가 테무·알리·쉬인 같은 '알고리즘 회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임 작가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중국은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와 있다. 단지 우리가 모를 뿐"이라면서 "중국이 두려운 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우리의 무지가 가장 두렵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 주어진 골든 타임은 6개월"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차세대 주력 분야인 양자컴퓨터·우주항공·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바이오로 넘어가기 전에 중국 AI산업에 대해 폭넓은 이해와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작가는 강연 이후 오연호 대표와의 미니 대담을 가진 뒤 청중들과도 질의응답을 주고 받았다. 한 참석자는 "인간보다 똑똑하고 힘이 센 AI를 언제까지 통제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또 다른 참석자는 "중국식 모델이 자유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있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칭화대 동문이라는 한 참석자는 "몸집은 세계 1위가 맞지만 문제는 몸집이 아니라 머리"라며서 보안·반도체·감속기·양자 냉각기 같은 '결핍'을 지적했고, 한국은 "중국의 결핍 공급자"가 되면 된다고 제안했다.
임 작가는 마지막 질문인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리스크를 관리할 줄 알면 중국은 (한국에게는) 정말 좋은 자원이자 기회"라고 답했다. 그는 "현재 중국에서는 드론이 밀크티를 배달하고, 피지컬AI가 약국에서 약을 조제하며, 레벨4 자율주행 택시가 다닌다"면서 "그런데 한편으로는 중국이 과연 '인간을 위해' 세상을 정의하는지는 의문"이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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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30일 오후 오마이뉴스 서교동마당집에서 '오마이포럼'이 열렸다. '중국의 AI산업, 이미 미국을 앞섰다? - 14억이 만드는 인공지능 생태계, 어디로 향하고 있나'라는 주제로 임선영 중국경제전문가가 주제 발표를 했다. |
| ⓒ 박혜경 |
제가 중국과 AI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기술 때문도, 중국이라는 나라 때문도 아닙니다. 저는 늘 '우리 삶을 어떻게 정의해 갈 것인가'를 묻습니다. 그런데 중국과 떨어져서, 혹은 AI와 멀어져서 우리 미래를 정의할 수 있을까요. 둘 다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알고 두려워하지 말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중국AI 미래지도'라는 책 제목은 거대한 블록을 아주 작은 레고 하나로 이야기하는 것이라 말이 안 됩니다. 그래도 저는 그 무모함에서 의미를 찾으려 합니다.
② "딥시크 쇼크는 쇼크가 아니다" — 1998년과 2001년, 20년의 축적
제가 위기감을 강하게 느낀 것이 두 번입니다. 처음 중국에 간 1998년의 베이징은 공공 화장실에 앞뒤 문이 없고, KFC 옆에 공안이 총을 들고 서 있던 도시였습니다. '이래서 올림픽이 되나' 싶었지만 사람들의 열기만은 어마어마했어요. 우리 (2002년) 월드컵 때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그 열기를 보고 2001년 칭화대에 진학했습니다. 중문학을 제대로 해 보겠다는 뜻이었는데, 그때 이미 중문과에서 NLP(자연어 처리)를 가르치고 있었고 가장 돈과 인력이 몰린 곳이 그 랩이었습니다.
'중국어는 컴퓨터시대에 안 된다'는 회의론을, 장애물을 돌파하며 희열을 느끼는 중국은 정면으로 뚫었습니다. 한자를 어떻게 입력할까에서 NLP가 시작됐고, 거기서 복잡한 상징을 압축·배열해 인간의 언어로 풀어내는 연구가 출발했습니다. 그러니 흔히 말하는 '딥시크 쇼크'는 쇼크가 아닙니다. 2001년부터 정책적으로 투자해 온 20년 축적의 결과입니다.
③ 챗GPT 모먼트와 딥시크 모먼트 — 두뇌를 GPU 삼다
가능성은 미국이 먼저 보여 줬습니다. 오픈AI가 보여 준 그 순간을 중국 연구진은 '챗GPT 모먼트'라 부릅니다. 문제는 중국에 최신 GPU가 없고, 있어도 살 돈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우리 같으면 '우리 일은 아니다' 하고 말았을 텐데, 중국은 '하드웨어가 없으면 인간의 두뇌를 GPU 삼자'며 회사가 아니라 연구 집단으로 모였습니다.
그중 저장대 출신 퀀트 투자자 량원펑이 자기 투자에 맞는 모델을 만들려다 시작한 것이 딥시크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수학적 최적화로 길을 찾아내자, '이러다 미국에 다 몰살당하겠다'던 분위기가 '퍼스트 펭귄'의 등장으로 바뀌었어요. 이것이 '딥시크 모먼트'입니다. 곧 정부가 움직여 투자자에게는 인내 자본을, 대기업에는 '수익을 스타트업으로 내려보내라'는 방침을 내렸습니다. 불과 지난해 1월의 일입니다.
④ 피지컬 AI와 '항저우 육소룡(六小龍)' — 점 조직처럼 퍼진 로봇 생태계
지난해 5월부터는 피지컬AI가 달아올랐습니다. 하드웨어 강세의 유비테크가 '로봇으로도 상장이 되네'라는 희망을 줬고, 딥시크 옆에 있던 유니트리·딥로보틱스 같은 아주 작은 회사들에 항저우시가 '항저우 육소룡(六小龍)'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줬습니다. 타이틀이 붙으니 뭔가 되는 것 같고 투자자들도 기대를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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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30일 오후 오마이뉴스 서교동마당집에서 '오마이포럼'이 열렸다. '중국의 AI산업, 이미 미국을 앞섰다? - 14억이 만드는 인공지능 생태계, 어디로 향하고 있나'라는 주제로 임선영 중국경제전문가가 주제 발표를 했다. |
| ⓒ 이한기 |
딥시크의 가장 큰 특장점은 '자기 강화 학습'입니다. 인간이 데이터를 주입하지 않아도 모델이 스스로 진화합니다. 예전엔 우리가 질문하고 답을 받았다면, 지금은 에이전트가 도구와 스킬을 씁니다. 제 컴퓨터와 폴더를, 때로는 계좌를 열고, 취향에 맞춰 여행과 식당을 미리 예약해 줍니다. 그러면 여행사와 대행사가 사라지죠. 이게 10년이 아니라 1년 사이의 변화이고, 앞으로 가속도가 붙습니다. 어제는 AI가 짠 LLM 모델을 최초로 발표했다는 뉴스까지 나왔어요. 우리가 한 달·분기 단위로 사업을 짜는 그 일주일이, 에이전트 기준으로는 억겁의 세월일 겁니다.
⑥ AI를 '전쟁'으로 — 바둑판 위의 전략 배치
가속의 조건은 에너지와 컴퓨팅 파워, 그리고 값싸게 돌아가는 언어 모델입니다. 이 인프라를 중국이 지난 10년간 만들어 놓았습니다. 제가 가장 무섭다고 느끼는 것은 접근법입니다. 이들은 AI를 산업이 아니라 '전쟁'으로 접근합니다. 기술이 목적이 아니라 미국을 이기는 것이 가장 큰 KPI(핵심성과지표)였어요.
AI 관련 기업 대표들에게 직접 물어보니 정부가 준 목적이 '돈이 얼마가 들든 무조건 미국을 이겨라'였습니다. 그래서 딥시크는 AGI(범용 인공지능)를, 알리바바는 에이전트와 결제를, 바이두·텐센트는 각자의 미션을 맡는 등 바둑판 같은 전략 배치가 이뤄졌습니다. 거대한 자본과 수재 집단, 저렴한 하드웨어와 전략을 한꺼번에 밀어붙일 때 우리에게 대응할 전략이 있을까요. 저는 이 물음에 답하려고 <중국AI 미래지도>(6월 출간 예정) 책을 썼습니다.
⑦ 정책·자본·인재, 그리고 교육 개혁
이제 내 분야에서만 세상을 보면 설 자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책·자본·인재라는 세 잣대를 봤습니다. 특히 인재가 기술 후진국이 1년 사이 이렇게 빨리 성장한 엔진입니다. 중국이 데이터센터보다 먼저 한 일은 교과 과정을 다시 짜는 일이었고, 그것도 학생이 아니라 교사를 먼저 교육했습니다.
동시에 대학에서는 예술학과를 없애며 'AI 플러스 예술'로 전환을 강제했어요. 명문대에서는 그해 가장 똑똑한 상위 1%를 따로 뽑는데, 칭화대의 '야오반(姚班)'이 대표적입니다. 이 인재들이 하버드·스탠퍼드·MIT로 가 오픈AI와 메타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AI 전쟁이 미국에 있는 중국 엔지니어와 중국에 있는 중국 엔지니어의 전쟁이라고 말합니다.
⑧ 인재의 유출에서 유입으로
이제 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고, 미국에는 아시아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이 있습니다. 여기에 앤트로픽이 중국 자본이 투자한 회사에는 제품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까지 더해지면서, 스탠퍼드·MIT에서 교육받고 오픈AI 초기와 메타를 거친 엔지니어들이 대거 중국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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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30일 오후 오마이뉴스 서교동마당집에서 '오마이포럼'이 열렸다. '중국의 AI산업, 이미 미국을 앞섰다? - 14억이 만드는 인공지능 생태계, 어디로 향하고 있나'라는 주제로 임선영 중국경제전문가가 주제 발표를 했다. 사진은 임선영 중국경제전문가(왼쪽)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
| ⓒ 박혜경 |
중국은 된다 싶으면 문제가 생겨도 그냥 합니다. 항저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정부 지시로 대학생들이 할머니들 핸드폰에 에이전트를 깔아 주고 무료 토큰을 나눠 주는 '전 국민 에이전트 키우기'가 벌어졌어요. 선두는 알리바바와 텐센트입니다.
알리바바는 쇼핑·여행·배달·내비게이션 알고리즘을 모두 에이전트용으로 바꾸고 '모든 앱을 없애게 만들고 채팅창 하나로 통합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어제 기록을 보니 사람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결제한 금액이 5억 위안이더군요. 텐센트는 가장 큰 수입원이던 GPU 임대를 접고, 현금 흐름을 포기하더라도 차세대 경제를 준비하겠다는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⑩ 공장 자동화와 물류 — "새장을 비우고 봉황을 들인다"
제가 조금 더 두렵다고 느끼는 부분은 에이전트 이전의 5년입니다. 중국은 모든 제조 공장에 녹색 에너지·디지털화·자동화 세 가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밀어붙였고, 하나라도 미달이면 퇴출시켰습니다. 그렇게 피 흘리고 죽어 간 제조·인쇄·화학·섬유 공장이 어마어마합니다. 그 자리를 밀고 스마트 공장을 세웠어요. 자동화된 제조업은 줄어드는 내수 대신 해외로 향했고, '해외시장의 저항을 0으로 하라'는 지침 아래 물류 자동화가 진행됐습니다.
그렇게 등장한 테무·알리·쉬인은 커머스 회사가 아니라 AI·알고리즘 회사입니다. 소비자 행동을 분석해 특정 도시·연령대가 좋아할 모델 100개를 뿌려 본 뒤 잘 나가는 것만 공장에 발주하는, 자라의 100분의 1 속도예요. 구글의 에릭 슈미트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중국은 온다'고 했지만, 제가 보기엔 이미 중국은 와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모를 뿐이죠.
⑪ 가장 두려운 것은 '중국에 대한 무지'
저는 중국이 두려운 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우리의 무지가 가장 두렵습니다. 우리 언론에 비치는 중국은 '인육 만두'나 '짝퉁 계란' 같은 클릭용 뉴스에 머물지만, 현실에서는 드론이 밀크티를 배달하고 피지컬 AI가 약국에서 약을 조제하며 레벨4 자율주행 택시가 다닙니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과 '인간을 위해' 세상을 정의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코로나 시기와 2020년대 초, 우리 기업들이 '돈 다 줄게' 하던 환대 끝에 '이제 더 배울 게 없으니 두고 나가라'는 처지로 내몰리는 것을 현장에서 봤기 때문입니다. 지금 '다 와라, 중국 시장은 너희 거다'라고 해도, 위기 때 외국 자본과 인력을 놓아줄 지 의문입니다. 그들은 전쟁을 하고 있고, 전쟁의 목적은 이기는 것이니까요.
⑫ 한국에게 골든 타임은 6개월
그래서 저는 한국이 새우라면 '(미·중) 고래의 이 등 저 등 올라타는 전략'을 쓸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미국 모델도 중국 모델도 쓸 수 있고, 중국을 미국의 관점이 아니라 우리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금 중국은 미국엔 적대적이지만 우리에겐 우호적입니다. 지금이 골든 타임이고 문이 열려 있어요. 왜 6개월이냐면, 추산이 아니라 5개년 계획에 다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LLM과 피지컬 AI 다음은 양자컴퓨터·우주항공·BCI·바이오인데, 그 로드맵상 지금 단계를 마무리할 시간이 6개월입니다. 저궤도 위성·우주항공·양자컴은 전에 없던 경제권이고, 중국은 그 새 경제권을 미리 가져가려 합니다. 그 6개월을 잡으시라고, 제가 티켓처럼 만든 것이 <중국AI 미래지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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