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평등을 가르치는 학교, 여성노동자의 차별부터 멈춰야 한다
[한국여성노동자회]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은 여성의 권리를 기념하는 날이자, 여전히 남아 있는 차별을 끝내기 위해 행동하는 날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에게 여성의 날은 아직 축하의 날이기보다 질문의 날이다. 같은 학교에서 같은 아이들을 만나고, 같은 하루를 버텨내는데 왜 임금과 처우는 이렇게 다른가. 왜 학교를 지탱하는 노동은 여전히 보조적이고 임시적인 일로 취급되는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다수는 여성이다. 이들은 급식을 만들고, 아이들을 돌보고, 행정업무를 수행하고, 학교의 일상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현장을 지킨다. 교실 안팎에서 아이들의 하루를 가능하게 하는 수많은 노동이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손을 거쳐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노동은 학교 운영에 반드시 필요하면서도 정작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왔다.
학교 현장에서 여성노동자의 일은 자주 '보조', '지원', '임시', '대체 가능한 업무'로 불린다. 하지만 학교 급식이 멈추면 아이들의 하루가 흔들리고, 돌봄이 멈추면 가정과 학교의 일상이 함께 흔들린다. 행정과 지원업무가 멈추면 학교 운영 역시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노동은 정규직 노동과 동등한 가치로 인정받지 못하고,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차별적인 처우로 되돌아오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은 성별 차별과 고용형태 차별이 겹쳐진 구조적 문제다.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직종이라는 이유로 낮게 평가되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권리와 처우에서 밀려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의 경계,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별의 경계 위에서 차별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반복되어 왔다.
특히 학교라는 공간에서 이 차별은 더욱 뼈아프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평등과 인권, 존중을 가르치는 곳이다. 그러나 정작 그 학교 안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이 불평등한 처우를 감당하고 있다면, 학교는 어떤 평등을 말할 수 있는가. 교육 현장이 존중과 인권을 말하면서도 여성노동자의 노동을 값싸게 평가한다면, 그것은 학교가 가르치는 가치와 학교 안의 현실이 서로 어긋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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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10차 여성비정규직 임금차별타파주간 기자회견 |
| ⓒ 임금차별타파 경주공동행동 |
학교가 진정으로 평등을 가르치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학교 안의 노동부터 평등해야 한다.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 차별적 처우를 방치한 채 평등한 교육을 말할 수는 없다. 차별 없는 임금체계와 안정적인 고용, 존중받는 노동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평등한 학교를 향한 첫걸음이다.
여성노동자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학교를 지탱해온 노동이 더 이상 지워지지 않도록, 학교 안의 차별을 끝내고 평등한 노동을 실현하기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다. 여성의 날은 기념일을 넘어 행동의 날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행동은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차별을 끝내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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