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평양행이 한국에 던지는 질문

배정현 2026. 6. 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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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중국도 북한을 마음대로 못하는 시대, 한국은 무엇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변화를 관리할 것인가

[배정현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 8일부터 9일까지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 2019년 이후 7년 만의 방북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방북 당일 시 주석의 기고문을 1면에 실었다. 기고문에서 시 주석은 북중관계를 단순한 친선의 언어로만 설명하지 않았다. "전략적 의사소통", "전략적 협조", "국가주권과 안전, 발전이익", "세계 다극화", "포용적인 경제세계화" 같은 표현이 반복됐다. 이는 단순한 우호 방문의 수사가 아니다. 중국이 지금의 북한을 어떤 급의 상대로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2019년에는 북한이 중국을 찾아야 했다. 지금은 중국도 북한을 찾아가야 한다. 시진핑의 7년 만의 평양행을 보며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변화는 이것이다.

이번 방북을 "북중 밀착"이나 "반미연대 강화"로만 읽는 것은 쉽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왜 왕이가 아니라 시진핑이 갔는가. 왜 지금 갔는가. 그리고 중국이 지금 만나는 북한은 2019년의 북한과 같은가.

2019년 시진핑 방북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였다. 당시 김정은은 미국과의 담판에서 제재완화를 얻지 못했고, 북미 협상판도 흔들리고 있었다. 북한은 외교적 출구가 필요했고,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자기 존재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의 북한은 중국이 필요한 북한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북한은 핵능력을 고도화했고,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중국 외의 선택지를 확보했다. 북러 군사협력은 북한의 전략적 몸값을 끌어올렸다. 북한은 당대회와 헌법 개정을 통해 내부 노선을 정비했고, 남북관계 역시 기존의 통일 담론이 아니라 적대적 두 국가론의 방향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김정은은 더 이상 북미협상 실패 뒤 중국의 지원을 구하던 2019년의 지도자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진핑의 방북은 북한을 설득하거나 달래는 방문으로만 볼 수 없다. 중국은 예전처럼 북한을 쉽게 다룰 수 없다는 현실을 알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라는 대안을 가졌고, 핵능력을 과시하고 있으며, 대남·대미 노선도 제도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이런 북한을 외교부장급 방문으로 상대하는 것은 북중관계의 격을 낮추는 일이 된다. 러시아가 푸틴으로 김정은을 상대하는 상황에서 중국도 시진핑으로 응답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중국이 북한을 완전히 신뢰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북한이 러시아 쪽으로 과도하게 기우는 것은 중국에도 부담이다. 북한이 핵과 러시아 카드를 동시에 쥐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면, 중국의 한반도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국은 북한을 압박하기보다 최고지도자급 예우와 전략적 협력의 언어로 다시 붙잡아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의 기고문에서 비핵화가 전면에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하다. 중국이 비핵화 원칙을 공식적으로 버렸다고 볼 수는 없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 측은 "북한 비핵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그 원칙을 공개적으로 정면 부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평양을 향한 메시지의 중심은 달랐다. 시진핑의 기고문에서 반복된 것은 비핵화가 아니라 전략적 의사소통, 전략적 협조, 국가주권과 안전, 발전이익, 세계 다극화, 포용적 경제세계화였다. 중국은 북한을 핵문제의 대상으로만 부르지 않았다. 주권과 안전, 전략적 가치의 언어로 불렀다.
이것이 곧 중국이 북한 핵을 인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게 말하면 과하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을 비핵화 압박의 대상으로만 다루지 않겠다는 신호로는 충분하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 정도만으로도 얻을 것이 많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평양에 오고, 주권과 안전을 말해주면, 김정은은 내부적으로 자신의 노선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러시아도 자신을 필요로 하고, 중국도 자신을 최고위급으로 상대한다는 장면을 만들 수 있다.

중국도 얻으려는 것이 있다. 북한의 대러 편중을 완화하고,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지분을 다시 확인하려 할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대남 군사행동,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수위를 결정할 때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상황은 중국에도 부담이다. 중국은 북한을 막을 수는 없어도, 최소한 조율 가능한 범위 안에 두고 싶어 한다.

경제협력도 후속 변수로 봐야 한다. 접경교역, 관광, 인프라, 물류 협력은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일본 언론이 두만강 출해권과 나진·선봉 문제를 안보전략의 변수로 보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 이를 단정할 수는 없다. 수행단 구성과 공동보도문, 이후의 교역·관광·물류 움직임을 지켜봐야 한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 정부가 이번 방북을 보고도 "중국이 북한을 관리해야 한다"고만 말한다면, 그것은 현실을 잘못 읽는 것이다. 중국도 북한을 예전처럼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시진핑이 직접 가는 것이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북한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전제는 낡았다.

한국이 중국에 요구할 것은 "북한을 통제하라"가 아니다. 북중 전략협력이 한반도 긴장 고조와 제재 무력화, 군사적 모험주의의 정당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중국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과 협력을 강화하더라도, 그것이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군사적 긴장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국도 질문을 바꿔야 한다. 북한을 중국의 압박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를 낮추고, 우리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의제를 찾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비핵화 로드맵의 반복만이 아니다. 우발적 충돌 방지, 대화채널 복원, 접경과 해상에서의 긴장 완화, 군사적 위기관리 같은 최소한의 접점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중국이 말하는 다극질서 안에서 한국의 위치도 냉정히 봐야 한다. 한국은 그 질서의 중심이 아니다.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미국 동맹망에 속한 고도산업 중견국이자, 미국 주도 블록화에 완전히 끌려가지 않도록 흔들어야 할 경계국가다. 반대로 미국에게 한국은 인도태평양 안보, 공급망, 첨단기술, 한미일 협력의 핵심 파트너로 재배치되고 있다.

그 사이에서 한국의 선택은 단순하지 않다. 중국식 다극질서에 올라타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 그렇다고 그 질서를 통째로 부정하고 미국 질서에 자동 정렬되는 것도 비용이 크다. 한국의 현실적 노선은 한미동맹을 축으로 두되, 중국이 한국을 미국의 전초기지로 고정하지 못하게 하는 제한적 자율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번 시진핑 방북은 북중 친선행사가 아니다. 2019년과 달라진 북한을 중국이 다시 최고위급에서 상대해야 하는 사건이다. 중국은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끌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 계산 안에서 조율 가능한 상대로 붙잡아두려 한다. 북한은 그 구도를 활용해 자신의 몸값을 더 높이고 있다.

지금 한국이 물어야 할 질문은 "중국이 북한을 얼마나 관리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중국도 북한을 마음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시대에, 한국은 무엇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변화를 관리할 것인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시진핑의 평양행은 북중관계의 사건이 아니라 한국 외교의 위치를 묻는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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