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와 바나나 맛이 나는 과일, 서산 산속에서 자랍니다

최미향 2026. 6. 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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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 명인 김응화 대표가 키우는 특별한 열매 '포포'

[최미향 기자]

 산삼 명인 김응화 대표
ⓒ 최미향
어젯밤 비가 살포시 지나간 덕분일까. 5일 오후, 충남 서산 성연면 남산길의 공기는 생각보다 선선했다. 햇빛은 쨍했지만, 산자락을 스치는 바람에는 아직 빗물의 기운이 남아 있었다. 성연면사무소 건너편, 김응화 대표의 농장으로 오르는 계단을 따라 가파른 산길을 잠시 올랐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성연 들녘이 한눈에 들어왔다. 모내기를 마친 논마다 물빛이 고여 있었고, 그 위로 햇빛이 은빛처럼 반짝였다. 산길을 더 오르자 김 대표가 심어놓은 작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산삼과 장뇌삼, 도라지와 더덕, 돌배와 땡감나무, 고로쇠나무, 그리고 낯선 이름의 포포나무까지. 잎사귀 사이로 아직 어린 포포열매가 조용히 매달려 있었다.

"대표님에게 포포나무는 무엇입니까?"

김 대표는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건강과 행복이죠."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안에는 많은 시간이 담겨 있었다. 서울에서 살다 고향 서산으로 내려와 카센터를 열고, 생계를 이어가며 산을 일구고, 산삼을 심고, 여러 작물을 시험하고, 실패와 피해를 겪으면서도 다시 나무를 심은 세월. 이곳은 김 대표가 서산의 산과 흙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오랫동안 실험해 온 공간이다.

"약을 줄 수 없는 산에서 키울 작물을 찾았습니다"
 서산 성연면 김응화 대표의 농장에 매달린 어린 포포열매. 김 대표는 포포를 “망고와 바나나 맛이 나는 과일”이라고 소개했다.
ⓒ 최미향
김응화 대표의 본업은 산삼이다. 그는 스스로를 "산삼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산삼 명인이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그래서 농약을 쓰지 않는 환경은 그에게 매우 중요하다. 산삼을 키우는 산에는 함부로 약을 칠 수 없다. 그런데 산을 사더라도 모든 면적에 산삼을 심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남는 산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했다. 더덕도 심어보고, 도라지도 심어보고, 여러 장기 임산물도 시험했다. 그러다 '포포'라는 이름을 만났다.

"이름이 재미있더라고요. 포포라니. 알아보니까 약을 안 쳐도 되고, 산에서도 잘 자라고, 추위에도 강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산에서는 이만한 게 없겠다 싶었습니다."

김 대표는 포포나무 약 100여 주를 산에 심었다. 그가 꼽는 포포의 가장 큰 장점은 농약 없이도 자라는 힘이다. 벌레 피해가 적고, 자연 상태에서도 비교적 잘 견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포포나무가 영하 20도 안팎의 추위도 견디는 품종이라고 설명했다.

"저는 산삼을 하니까 약을 줄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포포는 약을 안 줘도 돼요. 산삼하고 같이 갈 수 있는 작물인 거죠."

포포열매는 아직 대중에게 익숙한 과일은 아니다. 포도도 아니고, 망고도 아니고, 바나나도 아니다. 김 대표는 그 맛을 "망고하고 바나나 맛"이라고 표현했다. 씨가 굵고 많은 것은 단점이지만, 잘 익은 열매를 한입 베어 물 때의 향과 단맛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익으면 떨어지는 열매, 수확은 쉽지 않다
 다 익은 포포열매는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특성이 있어 수확 시기를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
ⓒ 김응화
포포열매는 익으면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김 대표는 잘 익은 포포를 한입 베어 무는 순간을 가장 기쁜 기억으로 꼽았다.

"주렁주렁 열려 있다가 익으면 떨어져요. 그걸 따서 한입 물면 향이 확 나요. 망고 같은 향이 있는데, 약간 독특한 향도 있어요. 그런데 역한 게 아니라 묘하게 좋아요. 달고, 성취감도 있고요."

다만 수확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포포열매는 색깔만 보고 익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손으로 살짝 눌러 말랑한 정도를 봐야 하는데, 너무 익으면 이미 떨어져버린다. 높이 열린 열매는 따기도 쉽지 않아 나무 아래에 그물이나 천을 깔아야 한다. 보관 기간이 짧은 것도 숙제다. 김 대표는 "딴 즉시 판매하거나, 과즙을 분리해 냉동 보관하고, 슬러시나 주스, 액기스 등으로 빨리 가공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포포열매는 대량 유통보다는 농장을 찾는 사람들, 지인, 체험객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대량 유통을 하려면 가공과 생산량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기농을 하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농약이 필요 없기 때문에 유기농 재배가 가능하거든요. 심어놓고 나면 알아서 자라고, 4년 정도면 수확이 시작됩니다."

김 대표가 산을 가꾸기 시작한 데에는 오래된 꿈이 있다. 어린 시절 친구와 함께 "나중에 돈을 벌면 이곳에 수목원을 만들자"고 약속했다. 이후 서울에서 생활하던 그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다시 서산으로 내려왔다. 1991년 2월 서산에 내려왔고, 이듬해 3월 카센터를 열었다. 생계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땅을 가꾸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6차 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가공도 해보고, 술도 만들어보고, 정과도 만들어보고, 특허도 내봤다고 했다. 하지만 자본이 부족했고, 아이 셋을 키우며 계획대로만 살 수는 없었다. 그래도 김 대표는 그 시간을 실패로만 보지 않는다.

"목표를 100으로 잡았을 때 1%, 10%밖에 못 갔더라도 그 과정을 즐기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일을 행복하게 이어가는 것, 그게 제 삶의 목적입니다."

그의 농장에는 그런 생각이 배어 있다. 한 가지 작물에 모든 것을 거는 농사가 아니라, 산의 조건을 읽고, 작물의 성격을 보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갈 방법을 찾는 농사다.

▲ 포포열매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응화 대표ⓒ 최미향

"서산은 없는 게 없는 동네입니다"

김 대표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서산 자랑으로 이어졌다. 그는 서산을 "산도 있고, 바다도 있고, 들도 있고, 공장도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서산은 모든 게 풍족해요. 바다 가고 싶으면 바다 가고, 산에 가고 싶으면 산에 가면 됩니다. 없는 게 없어요."

그는 서산의 토양과 환경이 삼 재배에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청 등과 산양삼 관련 연구를 함께해왔고, 산양삼 재배사 자격증 교과서 제작 과정에도 참여했다고 말했다. 서산의 농특산물과 임산물이 더 많이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 산삼뿐 아니라 감태, 누에, 호박, 어리굴젓, 홍화씨, 한과, 딸기 등 여러 분야의 명인들이 지역 곳곳에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김 대표 역시 서산 임업 후계자 협회를 만들고 초대 회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자신의 농장을 단순한 개인 농장이 아니라, 임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교육적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한때 관광농원 허가를 받고 카페와 교육 공간, 세미나 공간을 함께 운영하는 그림도 그렸다. 지난해 산 유실 피해로 계획이 잠시 멈췄지만, 그는 "한 발 한 발 가는 중"이라고 했다.

귀산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김 대표는 포포나무를 심고 싶은 농가뿐 아니라 귀산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현실적인 조언을 남겼다. 산은 경치만 보고 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활용 가능성을 먼저 봐야 해요. 내가 임업을 하다가 그만뒀을 때 이 땅을 어떻게 쓸 수 있는지, 급하면 팔 수 있는 땅인지, 노후 대비가 되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그는 산을 효율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했다. 산은 겉으로 보면 동서남북만 있는 것 같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음지와 양지, 상층과 하층이 모두 다르다. 산양삼을 심을 수 있는 곳이 있고, 포포나무가 맞는 곳이 있으며, 그늘을 만들어줄 나무가 필요한 곳도 있다.

"만 평을 샀는데 산양삼을 심을 수 있는 곳이 천 평밖에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럼 나머지 9천 평은 어떻게 할 거냐는 거죠. 산에서는 1석 3조, 4조, 5조까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포포열매는 아직 낯설다. 그러나 누군가 처음 산에 심고, 키우고, 맛보고, 사람들에게 알려야 낯선 작물도 지역의 이야기가 된다. 망고와 바나나 맛이 나는 과일. 농약 없이 산에서 자라는 나무. 익으면 스스로 떨어지는 열매. 서산 성연면 산자락에서 포포열매는 한 농부의 시간과 함께, 그렇게 조용히 익어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도청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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