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블랙먼데이’ 공포… “글로벌 펀드들, 하락 방어 강화”

김상기 2026. 6. 8.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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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0% 넘게 상승하며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증시로 꼽히는 한국 증시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하락 위험에 대비한 방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기술주와 반도체주가 급락하고 미국에 상장된 MSCI 한국 지수 ETF가 금요일 하루에만 14% 폭락하는 등 ‘블랙먼데이’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코스피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주가 폭락으로 망연자실한 투자자들. 국민일보DB


블룸버그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헤지펀드들이 최근 한국 증시 비중을 일부 줄이고 파생상품을 활용한 위험을 분산하는 헤지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AI 투자 붐 자체가 꺾인 것은 아니지만 올해 들어 폭등한 반도체주에 대한 차익 실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 시장에 대한 장기적 낙관론이 꺾인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급등으로 투자자가 몰린 ‘과밀 거래’ 상태에서 수익을 지키기 위한 전술적 변화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홍콩 소재 헤지펀드 골든호스펀드매니지먼트는 최근 한국 주식 비중을 일부 축소하고 옵션 등을 활용한 방어 전략을 추가했다. 영국 자산운용사 M&G 인베스트먼트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파운드리 비중을 일부 줄이고 AI 공급망 내 다른 종목으로 투자 대상을 넓히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그러나 한국 AI 랠리가 끝났다고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국민일보DB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알레시아 베라르디 신흥시장 전략 총괄은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한국과 대만의 AI 관련 주식에서 거품을 보지 않는다”며 “높아진 이익 전망을 고려하면 현재 밸류에이션도 여전히 정당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90% 넘게 상승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진입하며 글로벌 AI 투자 열풍의 대표 수혜주로 떠올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8.6배로 최근 5년 평균인 10배를 밑돌고 있다. 이는 대만 증시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골든호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코스피 상장사들의 올해 이익 증가율 전망도 연초 20% 수준에서 최근 50%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가마자산운용의 라지브 드 멜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상승 속도는 매우 가팔랐지만, 지금과 같은 시장에서는 랠리를 따라가는 편이 낫다”며 “지금 시장을 떠났다가 조정 없이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다시 진입하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과 개인투자자 레버리지 확대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폭락 증시에 머리 파묻은 독일 트레이더. 로이터연합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올해 한국 증시에서 총 760억 달러 규모를 순매도했다. 특히 최근 한 달 동안은 연속 순매도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고 있지만, 레버리지 ETF와 주간 개별주식 옵션 등 고위험 상품 거래가 늘어나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옵티버의 스테판 마틴 아시아 파생상품 기관영업 총괄은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 확대는 긍정적이지만 시장이 반전될 경우 취약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금리 전망이 앞으로 한국 증시의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평가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어지면서 채권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AI 투자 사이클을 떠받치는 미국 빅테크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질 경우 한국 반도체주 랠리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의 고민은 한국 증시 스토리가 여전히 매력적인지 여부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수익을 지키면서 어떻게 시장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인가”라고 전했다.

김상기 선임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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