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이 불지핀 피지컬 AI… ‘로봇세’ 논의도 불지필까 [스토리텔링경제]
일자리·세수 감소 우려 여전
대체세원 ‘로봇세’ 논의 재시작
‘시기상조’ 의견이 여전히 우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7개월만에 방한한 목적 중 하나로 ‘피지컬 인공지능(AI)’ 주도권 선점이 꼽힌다. 반도체 협업 관계를 넘어 제조업 강국인 한국과 피지컬 AI 동맹을 맺겠다는 것이다. 피지컬 AI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회동한 점이 단적인 사례다. 피지컬 AI는 산업용로봇·자율주행차 등이 실제 환경에서 사물을 인지하고 이해하며 복잡한 행동을 수행하는 기술을 말한다.
피지컬 AI는 사람이 해야 했던 일들을 대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때문에 제조업 현장에 도입된다면 사람이 공장에서 일하던 기존 방식 자체가 바뀐다. 공정을 100% 자동화해 24시간 가동하는 다크 팩토리(Dark Factory)가 가능해진다. 기업 입장에선 생산성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다.
대신 제조업 현장의 숙련공들과 단순 노동자들의 자리가 사라질 우려가 상존한다. 이는 고용 문제와 함께 정부 예산을 채우는 세수 감소 문제를 부를 수 있다. 3대 세수 중 하나인 소득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피지컬 AI 도입에 따른 대체 세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로봇세(Robot Tax)’다.

논의가 활발했던 곳은 유럽연합(EU)이다. 유럽의회는 로봇 사용 확대가 초래할 결과들을 논의하면서 대안 중 하나로 로봇세를 다뤘다. 2015년 발표한 보고서 초안은 로봇 사용이 야기할 실업 가능성을 언급하며 보완재로 세금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로봇 때문에 실업한 이들을 위해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로봇세수로 사회 안전망을 만들자는 취지다.
이후 2년에 걸쳐 논의가 진행됐지만 최종 보고서에서는 해당 내용이 빠졌다. 2017년 2월 최종 발표한 유럽의회의 ‘로봇에 대한 결의문’은 로봇·AI에 대한 우려까지만 제기하고 로봇세와 기본소득은 담지 않았다. 대신 로봇·AI에 대한 법·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권고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로봇세 도입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를 받아들인 결과다.

미국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미국 정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기인 2016년 10월 ‘AI의 미래를 준비하며’ 보고서에서 로봇세 도입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세금보다는 직업교육과 사회 안전망 강화로 대응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혁신 저해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다만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달라졌다. 진화한 생성형·피지컬 AI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AI·로봇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는다는 2017년 3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와 달리 중국은 다크 팩토리를 구현했다. 이에 한국 학계에서도 로봇세가 다시 호명되고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2024년 12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한 로봇세 도입방안’ 보고서를 통해 로봇세를 지방세인 취득세로 걷는 방안을 검토했다. 로봇이라는 기계장치를 취득한 기업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법으로 법인의 고용비용 대비 이익비율을 정하는 급진적 방식도 대안의 하나로 평가했다. 법에서 정한 비율을 초과할 경우 초과한 법인 이익에 대해 추가 과세를 하는 제도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실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우선 징수 주체인 ‘로봇’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국내외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룬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정 당국 고위 관계자는 “손빨래하다가 세탁기를 들여 노동할 필요가 없게 되면 거기(세탁기)에 로봇세를 붙여야 하는 건지 의문스럽다”며 “세금을 부과할 ‘로봇’의 정의조차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아직은 로봇세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평가한다. 산업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7일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공개 이후 논의가 활발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로봇의 보편화, 즉 로봇 시장이 성숙하면서 인간 노동이 심각하게 위협받기 전까지는 세금 부과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간병로봇 등 사회에 필요한 로봇들의 개발·도입 단계에서 세금을 매기면 오히려 기술이 후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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