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 문턱 부숴 우습게 만들고파”… 맨손으로 주먹도끼 만드는 족장님

한명오 2026. 6. 8.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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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ㅌㅂ] ‘체험판 고고학’ 운영자 장동우 PAL문화유산센터 대표
매일 25억명 넘는 사람이 찾는 유튜브엔 매일 수많은 채널이 만들어집니다.
많은 한국인은 오늘도 유튜브에 접속해 정보를 얻고 음악을 듣고 뉴스를 보고 위안을 받습니다. ‘유튜버’와 ‘인터뷰’의 첫 자음을 딴 ‘ㅇㅌㅂ’은 이렇듯 많은 이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유튜브 채널 ‘체험판 고고학’의 운영자 장동우 PAL문화유산센터 대표가 최근 세종 조치원의 작업실에서 자신이 만든 주먹도끼를 소개하고 있다. 세종=이한형 기자

상사 눈치나 보면서 컴퓨터 모니터 앞이나 지키는 현대인에게 '인간은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라는 사실을 되새기게 해주면서 묘한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끔 만드는 유튜버가 있다. 허벅지에 돌을 올려놓은 뒤 맨손으로 내리쳐 날카로운 주먹도끼를 뚝딱 만들어내는, 유튜브 채널 '체험판 고고학'의 운영자 장동우 PAL문화유산센터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수백만년 전 선사시대 인류의 거친 생존 방식을 눈앞에서 보여주는 그를 구독자들은 기꺼이 '족장님'으로 모신다. 현재 이 채널의 구독자는 10만2000여명이고 누적 조회수는 총 1900만회에 육박한다. 장 대표는 인류가 사용한 오래된 도구나 무기 등을 복원하는 '실험고고학'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놀이로 만들고 있다. 그는 "고고학의 문턱을 과감히 부숴 누구나 훈수 둘 수 있게 우습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오래된 과거를 21세기의 도파민으로 둔갑시킨 그를 최근 세종 조치원 작업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장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활을 좋아하던 학생이었다고 들었다.

“어릴 때부터 외과 의사인 아버지의 손재주를 물려받았다. 14~15세 때쯤 무작정 활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내가 만든 활이 100m 넘게 날아가더라. 그때 ‘아, 이거 평생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네이버에 5만명 규모의 활 만들기 동호회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손재주 좋은 5명이 모여 만든 게 지금 내가 몸담은 회사의 시초다. 그 무렵 한국 고고학계가 선사시대 활을 복원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는데 우리에게 협업 요청이 오면서 자연스럽게 고고학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됐다.”

-‘실험고고학’이라는 분야가 일반인에겐 다소 낯설다.

“쉽게 말하면 타임머신이 없으니 과거를 똑같이 재현해 보는 게 실험고고학이다. 고고학을 몰라도 당장 사는 데엔 지장이 없다. 하지만 수백만년을 구석기로 살았던 인류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왜 공동체는 불화를 겪는지에 관한 답이 고고학엔 있다. 그런데 유물은 부서지거나 녹슬지 않나. 똑같은 방식과 재료로 실험해 보면 정확하게 그 시절을 가늠해볼 수 있다. 나는 지금 학문의 단계를 넘어, 이 재미있는 실험고고학을 대중에게 ‘콘텐츠’로 꺼내놓는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유물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 기록이 없는데 어떻게 똑같이 복원하나.

“구석기 시대는 전 세계 어디든 인류의 사는 방식이 똑같았다. 좋은 돌을 골라 깨서 무기를 만들고, 동굴에 살며 고기를 먹었다. 이와 관련된, 전 세계 수많은 실험고고학자가 만든 데이터도 많이 쌓여 있다. 여기에 현재도 아프리카나 아마존에서 선사시대 삶을 사는 부족들의 삶을 관찰하는 ‘민족지 고고학’까지 합치면 비어 있는 퍼즐이 맞춰진다.”

-주먹도끼를 다룬 첫 영상이 엄청난 화제가 됐었는데.

“솔직히 재미없을 줄 알았다. 나는 매일 하던 일이었으니까. 처음엔 박물관에 유물을 제공하는 일을 좀 더 따내볼까 하는 마음에서 만들었다. 물론 유튜브 문법을 철저히 분석하긴 했다. 고고학자들이 패턴 찾는 건 귀신같이 잘한다(웃음). 성공하는 유튜브 영상을 섬네일부터 싹 분석해 거기에 내 실험을 욱여넣었다. 성공은 했지만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다시 똑같이는 못 하겠더라.”

'체험판 고고학'에서 인기를 끈 영상들의 섬네일 이미지. 유튜브 캡처


-영상을 보면 맨손으로 흑요석이나 돌을 깨는데 위험하지 않나.

“처음엔 많이 다쳤다. 하지만 이게 제일 강력한 방식이다. 지금도 석기시대처럼 사는 원주민들은 장갑 없이 허벅지나 손에 가죽만 둘둘 감고 돌을 깬다. 익숙해지면 생각보다 안 다친다.”

-내레이션과 애니메이션만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굳이 고생을 자처하는 이유는.

“말을 청산유수로 하는 박사님은 많지만 ‘현장’에서 뒹구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나는 굴러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돌을 깨는 행위만 하더라도 현대인에게는 엄청난 위안과 일탈감을 준다. 매일 상사 눈치 보며 살다가, 자연물을 내가 생각한 대로 깨부숴서 날카로운 무기를 만드는 순간 ‘아, 내가 최상위 포식자지’ 하는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 조상이 이기고 살아남아 나를 만들었다는 자긍심을 느끼게 해준다고나 할까.”

'체험판 고고학'에서 인기를 끈 영상들의 섬네일 이미지. 유튜브 캡처


-‘고고학을 우습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무슨 뜻인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도 고고학자에게 달려와 ‘돌도끼 만들어봤는데 내 생각은 이렇다’고 편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춰야 고고학도 관심을 끌 수 있다. ‘학문을 너무 끌어내리는 거 아니냐’, ‘돌 깨는 게 고고학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식의 우려도 들었지만, 공룡 화석이나 파는 직업으로 오해받을 바엔 차라리 돌도끼 만드는 사람으로 알려지는 게 낫다고 본다.”

-앞으로 추진하고 싶은 거대한 프로젝트가 있다고 들었다.

“선사시대 한반도와 일본에 각각 살던 인류가 벌인 교류 활동을 재현해보고 싶다. 국가라는 개념이 없던 옛날엔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글로벌했다. 부산 영도 유적에서 일본산 흑요석이 나오고, 일본 규슈에선 해운대에만 사는 투박조개 팔찌가 나오는데, 이것은 서로 바다를 건너 물물교환을 했다는 증거다. 당시의 교류를 증명하기 위해 8000년 전 창녕에서 발견된 유물을 바탕으로 그때 한반도 사람들이 제작했던, 나무를 불로 태운 뒤 탄 부분만 긁어내는 방식으로 통나무배를 만들 거다. 직접 만든 조개 팔찌를 싣고 대마도쯤으로 건너가, 흑요석을 캐서 배를 타고 온 일본 팀과 만날 계획이다. 언어가 안 통하니 아프리카 부족처럼 말없이 물건을 툭툭 던지며 ‘밀당’하는 ‘침묵의 물물교환’이 이뤄질 것 같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흥정하다 보면 ‘조개 팔찌 몇 개에 흑요석 몇 덩이’라는 가격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테고, 이는 실제 유적에서 발견된 양의 거래 비율과 일치할 거라고 본다.”

세종=이한형 기자


-구독자들 사이에서 ‘고인돌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청도 쏟아지고 있는데.

“고인돌은 선사시대에 인류가 할 수 있는 이른바 ‘미친 짓’ 5가지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플렉스’다. 당연히 너무 만들어보고 싶다.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덮개돌 값만 1억원이 든다. 그런 돌을 싸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문을 닫는 종교시설 등에 있는 대형 비석을 구매하는 것인데, 왠지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서 보류 중이다(웃음). 예산 문제만 해결된다면 언젠가는 꼭 도전하고 싶다.”

-‘체험판 고고학’ 채널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체험판 고고학은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벌인 위대한 투쟁을 도구를 통해 보여주는 채널이다. 우리 채널을 통해 일탈감과 성취감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고고학은 단순히 과거의 파편을 맞추는 게 아니라, 그걸 힌트로 미래를 감지하는 학문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모든 걸 대체한다는 요즘, 고고학은 인간의 뿌리와 미래를 동시에 확인하게 해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세종=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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