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추진하는 AI칩 리스… 56조 사모대출 ‘위험한 실험’
“담보가치 입증 안돼 불안정”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맞춤형 AI 반도체의 ‘리스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브로드컴이 만드는 반도체 56조원어치를 빌려 쓴다는 계획이다. 자금은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아폴로 매니지먼트와 블랙스톤이 사모대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일각에서는 불안정하고 리스크가 큰 거래라고 우려한다. AI 반도체의 담보 가치가 입증되지 않은 데다 사모대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 거래 위험이 확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모대출 시장에 50조원 이상을 투자 중인 한국 금융권도 자유롭지 않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폴로와 블랙스톤은 앤트로픽의 AI 인프라 확장용 자금 360억 달러(약 56조1500억원)의 대부분을 사모대출 시장에서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폴로와 블랙스톤은 자금을 모으면 특수목적회사(SPV)를 설립해 넘길 계획이다. SPV는 AI 반도체를 구매해 앤트로픽에 빌려준다. 사모대출 투자자는 앤트로픽이 아니라 SPV에 돈을 빌려주고 앤트로픽이 낸 리스료로 이자를 받는 구조다.
이 거래는 앤트로픽의 상장 후 성장 계획과 맞물려 있다. 앤트로픽은 반도체를 리스로 확보해 자사 생성형 AI 클로드의 모델 학습과 고객 수요 대응에 쓴다는 계획이다. 최근 클로드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응답 속도 저하 등이 문제가 된 만큼 AI 반도체 확보를 통한 컴퓨팅 용량 확보는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평가다. 앤트로픽 입장에서는 직접 빚을 내 부채를 늘리거나 주식을 더 발행해 기존 투자자의 지분을 희석하지 않으면서도 자금을 조달하는 묘안이다.
문제는 앤트로픽이 빌려 쓰려는 AI 반도체의 담보 가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AI 반도체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구글 클라우드 등에 묶인 장비다. 앤트로픽이 못 쓰게 됐을 때 경쟁사인 오픈AI나 xAI가 가져다 쓸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AI 반도체는 세대교체가 빨라 잔존 가치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앤트로픽 거래의 불안정성이 한국 금융권에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사모대출 시장의 문턱이 높아져 아폴로와 블랙스톤이 한국 등 영미권 밖 투자자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 사모대출 시장은 최근 위축되는 양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3~5월 사모대출 시장에서 활동하는 금융사의 신규 대출은 447억6000만 달러로, 직전 분기 745억6000만 달러보다 40%가량 적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 금융권의 사모대출 시장 위험 노출액은 총 55조9000억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이 제로(0) 금리를 유지하던 2010년대 한국 금융권이 영미권 업무용 건물이나 물류센터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가 손실이 부메랑처럼 돌아왔다”면서 “앤트로픽 거래가 최근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AI 인프라 투자’나 ‘선순위 담보 대출’처럼 포장돼 제안된다면 비슷한 일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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