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화학이야기] 햇빛·바람으로 AI 3대 강국 이루겠다는 꿈은 허상

2026. 6. 8.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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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지난해 3월 전남 강진의 태양광발전소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발생 24분 만에 123명의 소방관과 31대의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리튬이온 배터리의 재앙적인 ‘열폭주’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전기차 화재의 진압에 사용하는 이동식 수조도 154평의 밀폐된 ESS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자연 진화를 기다리는 10시간 동안 100억원이 넘는 배터리 모듈 3852개가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에 취약
수명도 짧아 10년꼴 교체해야
재생에너지 비중 30% 목표도
국내 환경에서 이루기 어려워

전북 군산 일대 새만금간척지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시설. 2030년까지 수상 태양광을 포함, 총 3GW의 재생에너지 시설이 건설된다. [사진 새만금개발청]

화재에 취약한 리튬이온 ESS
ESS 화재는 숙명적인 것이다. ESS를 본격적으로 설치하기 시작한 2017년 8월 전북 고창에서 처음 발생한 ESS 화재가 2년 5개월 동안 30건이나 연이어 발생했다. 대부분 충전을 완료한 리튬이온 배터리가 문제였다. 어쩔 수 없이 ESS의 신규 설치와 가동을 제한해야만 했다. 지금도 ESS의 화재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무려 59건의 ESS 화재가 발생했고, 피해액도 890억원에 이른다. ESS는 태양광·풍력 설비의 고질적인 ‘간헐성’을 보완하는 필수 설비다. 맑은 날 낮에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야간이나 흐린 날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장해준다. 그런 ESS의 화재 취약성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재생에너지는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ESS의 비효율도 심각하다. 배터리의 수명 때문에 10년마다 ESS를 통째로 새로 설치해야 한다. 햇빛·바람은 공짜이지만, 재생에너지는 공짜일 수 없다는 뜻이다.

1991년에 처음 개발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방전 효율이 뛰어나고, 수명이 긴 특성을 가진 훌륭한 첨단 기술이다. 전통적인 납축전지·건전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성능은 혁명적으로 새로운 구조와 작동 방식 덕분이다. 화학적인 산화·환원 반응 대신 작고 가벼운 리튬 양이온의 물리적 이동 현상을 이용한다. 충전 과정에서 음극에 모아놓은 리튬 양이온이 방전 과정에서 액체 전해질을 통해 양극으로 이동하면서 전기를 생산한다. 남아도는 심야 전기를 이용해 상부댐으로 퍼 올린 물로 전기를 생산하는 양수발전소와 똑같은 원리다. 그런데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 취약성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리튬 양이온의 이동을 통제해 주는 얇은 ‘분리막’이 문제다. 제조 과정에서의 결함 등으로 분리막에 작은 구멍이 생기면 내부 합선에 의한 열폭주가 시작된다. 인천 청라아파트의 전기차, 강진의 ESS, 에어부산 보조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가 모두 그랬다.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배터리의 품질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최상책이다. 실제로 고품질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휴대전화에서는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다. 사용 중 안전 관리도 중요하다. 충전율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 항공화물에 적용하는 ‘30% 이하 충전율’ 규정이 그런 시도다. 물론 충전율을 높여야 하는 ESS에서는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하지 않는 ESS도 있다. 1979년부터 설치했던 양수발전소를 재생에너지용 ESS로 활용할 수 있다. 심야 전기의 낭비를 부추긴다는 정치적 논란으로 중단했던 양수발전소 건설을 5년 만인 2017년에 재개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양수발전소도 공짜가 아니고, 적합한 입지가 흔한 것도 아니다.

박경민 기자

비현실적인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달 19일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2026~2035)’을 내놓았다. 37.1GW의 태양광·풍력 설비를 2030년까지 100GW로 확대하고, 9%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5년까지 30% 이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총 268조원을 투입하는 야심 찬 계획이다. 그런데 ‘인공지능(AI)·반도체 강국’을 지향하는 국정 목표와 맞지 않는다. 연평균 하루 2.4시간 가동하는 재생에너지로는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꼭 필요한 데이터센터·반도체·석유화학이 불가능하다. 어설픈 ESS로 보완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설치비 확보도 어렵지만, 앞으로 4년 동안 60GW를 더 설치하려면 대도시 근방에서 매년 축구장 2만5000개의 부지를 찾아내야 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태양광·풍력 설비의 국내 생산 기반도 허약하다. 자칫 전국이 중국산 천지로 변해 버릴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의 계통 접속과 안정화도 만만치 않다. 저밀도의 재생에너지를 ‘에너지 고속도로’에 연결하려면 국도·지방도에 해당하는 거미줄과 같은 송전망이 필요하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계통 접속을 기다리는 태양광·풍력 설비가 8.9GW나 된다. 재생에너지의 23%가 애써 생산한 전기를 버리고 있다는 뜻이다. 10만 개가 훌쩍 넘는 재생에너지 설비의 합리적·전문적 관리도 쉬운 일이 아니다. 재생에너지의 친환경성도 환상이다. 20년마다 쏟아져나오는 태양광 패널의 재활용은 경제성이 불확실하다. 풍력 블레이드는 재활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ESS 배터리의 수명도 10년을 넘지 않는다. 기후부가 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발전 단가를 낮추면 기후부가 주민들에게 미끼로 던져놓은 햇빛·바람·계통소득도 줄어든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지적했듯이 원전에 대한 이념적 논란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들이 원전에 주목하고 있다. ‘바람의 나라’ 덴마크도 1985년부터 외치던 원전 금지 정책의 재검토를 공식 선언했다. 원전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훌륭한 무탄소 전원이기 때문이다. 원전의 위험성을 기술과 제도로 극복하겠다는 확실한 의지가 필요하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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