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노동국 아닌데 왜?…한국까지 美 301조 조사대상 오른 이유
과잉생산 조사까지 겹치며 수출산업 긴장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60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강제노동 관련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통상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금지 제도를 평가하는 조사이지만, 통상가에서는 이를 단순한 인권 이슈가 아닌 미국의 새로운 통상 압박 수단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이 중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 호주 등 주요 동맹국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하면서 공급망과 노동 규범을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일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금지와 관련한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국가별 관세 부과 방안을 제안했다. USTR은 지난 3월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중국 등 60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금지 관련 정책과 제도를 조사해왔다.
이번 조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조사 대상 국가의 범위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강제노동 문제는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이나 일부 개발도상국 노동 환경과 연결돼 논의돼 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는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 노르웨이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 대거 포함됐다. 미국이 특정 국가의 노동 문제를 겨냥했다기보다 자국이 설정한 공급망 규범을 주요 교역국 전반으로 확대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한국은 일본, 호주 등과 함께 12.5% 추가 관세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EU와 캐나다, 멕시코, 영국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10% 관세 그룹으로 분류됐다.
미국은 관세법 307조와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을 통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미국 세관은 특정 제품이 강제노동과 연관됐다고 판단할 경우 통관을 보류하거나 수입을 차단할 수 있다.
한국은 근로기준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등을 통해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있지만 미국과 같은 형태의 수입통제 제도는 운영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한국 내에서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제도는 갖추고 있지만 해외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차단하는 별도 체계는 부족하다는 것이 미국 측 판단의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통상가에서는 이번 조치를 단순히 강제노동 문제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인권과 노동, 공급망 문제를 통상정책과 결합해 새로운 규범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시점도 예사롭지 않다. 이번 조사는 미국 대법원이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조치에 제동을 건 이후 본격화됐다. 이후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등 기존 통상법을 활용해 새로운 관세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32조 관세, 자동차 관세에 이어 강제노동 문제까지 새로운 관세 부과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앞으로도 노동과 환경, 공급망 투명성 문제를 적극적으로 통상정책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EU 역시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금지 규정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공급망 실사 의무화 제도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통상질서가 단순한 관세 경쟁에서 규범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강제노동 조사와 별도로 제조업 과잉생산(Structural Excess Capacity)을 이유로 한 또 다른 301조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조선 등 한국의 핵심 수출산업 대부분이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제노동 조사가 공급망 관리 체계를 겨냥한 것이라면 제조업 과잉생산 조사는 산업 경쟁력 자체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이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시작한 규제가 향후 동맹국 기업에도 확대 적용될 경우 한국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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