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간편 여름 밥도둑 반찬, 이만한 게 없습니다

이정미 2026. 6. 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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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깻잎전과 당근 샐러드까지, 채소의 영양이 듬뿍 담긴 밥상

지난해 봄부터 오도이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금요일 퇴근 후,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시골 쉼터 '느루뜰'로 향합니다. 이 글은 시골 쉼터에서 '사는 이야기'입니다. <기자말>

[이정미 기자]

"너무 신기해. 양파 알이 어떻게 이렇게 굵고 동그랗게 자랄 수 있지."
"그야, 유전자가 그래서 그렇지."

현실적인 남편은 거기서 유전자 이야기를 꺼낸다. 늘 있는 일이니 김새지만, 괜찮다. 아무튼 나는 너무 신기하다.

아삭아삭 달콤 양파 볶음

지난해 11월 초 읍내 종묘상에서 양파 모종을 100개 가량 사서 느루뜰에 옮겨 심었다. 양파 모종은 실가닥처럼 가늘고 여렸다. 지난 겨울은 한파가 극심했다. 나는 과연 이 아이들이 살아남을지 의심스러웠다. 계속되는 한파에도 그 여린 것이 몸을 한껏 낮추고 웅크리며 악착 같이 이겨냈다. 지난 2월 무렵, 기온이 차츰 오르기 시작한 이후 조금씩 키와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 봄비가 내린 뒤 봄이 완연해지면서 눈에 띄게 씩씩하고 튼튼하게 자라 나의 자부심이 되었다.

양파가 이렇게 잘 자란 데는 남편의 보살핌이 큰 역할을 했다. 남편은 양파 모종을 옮겨 심을 밭 두둑을 만들고 보온을 위해 검정 비닐을 씌운 뒤 수작업으로 모종 심을 비닐 구멍을 뚫었다. 가느다란 모종을 한 가닥 한 가닥 정성껏 옮겨 심었다. 흙 마름 상태를 살피며 물 주는 일에도 정성을 쏟았다. 심한 바람에 비닐이 벗겨지거나 양파 모종이 비닐 구멍 속으로 들어가면 일일이 손으로 끄집어 내어 제 자리를 찾아 주었다.

내가 이토록 탐스러운 양파를 보며 기뻐할 수 있는 건 남편의 세심한 보살핌, 여린 양파의 강인함, 그리고 자연과 시간의 힘이다. 첫 양파 농사가 완벽한 풍년이다. 알갱이가 남자 어른 주먹 만하다. 농막 이웃 양 박사님께 몇 개 갖다 드렸더니 "이렇게 굵은 양파는 처음 봐요" 하며 신기해 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어제 저녁은 양파 하나 먹으니 배가 부르던데요" 했다. 아무튼 모종을 심은 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이렇게 동글 통통 영양 듬뿍 자연산 양파가 탄생했다.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갓 수확한 양파를 이용하여 새우살과 조개살로 고명하여 간단하고 맛있는 양파 볶음을 만들었다.
ⓒ 이정미
양파를 수확한 김에 점심 반찬으로 초간단 초간편 양파 볶음을 해보기로 했다. 밭에서 바로 캔 양파를 다듬고 깨끗이 씻었다. 수분 함량이 많은 햇양파는 탱글탱글했다. 적당한 크기로 채썰기 하니 칼 끝으로 아삭거리는 싱싱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잘게 썬 양파와 지난번 어머니께서 가져다 주신 새우알과 조개알을 고명으로 넣었다. 약간의 소금간을 한 후 익을 때까지 기다리면 끝이다.

소금간만 했는데도 햇양파 볶음은 정말 부드럽고 달콤했다. 양파의 아삭아삭한 식감과 건강함이 입안 맛세포에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은. 밥도둑이 따로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요리 시간이 짧을수록, 양념을 적게 할수록 '좋은 요리'라 여긴다.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는 요리가 좋다. 요리 시간이 짧아 수고도 마음에 부담도 적은 요리를 선호한다.

이토록 맛있고 탐스러운 양파를 오랫동안 맛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저장이 중요하다. 햇양파는 수분이 많아 자칫 잘못 보관하면 곰팡이가 생기고 썩기도 한다. 햇양파 보관 방법을 찾아 보았다.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는 먼저 수확한 양파를 반나절 정도 말린다. 키친 타월이나 신문지를 이용하여 한 알 한 알 감싼다.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실 야채 박스에 보관하면 된다고 했다. 나는 신문지로 한 알 한 알 감싼 양파를 김치 냉장고 '야채 보관' 메뉴에 맞추어 저장하였다. 가까운 시일 안에 먹을 것은 그물망에 넣어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곳에 두었다.

직접 농사지은 양파라, 그것도 100% 자연산 양파라 더 귀하다. 우리집은 양파를 많이 먹는 편이다. 보통 유기농 마트에서 양파를 구입하는 데도 알이 썩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속상했다. 양파 만큼은 잘 보관하여 오래도록 '내 손표 자연산 양파' 맛을 오래도록 즐기고 싶다.

고소하고 향긋한 깻잎전

엄마는 깻잎 반찬을 밥상에 자주 올렸다. 이맘때부터 여름 내내, 살짝 데친 깻잎 위에 맛간장을 베이스로 잔파, 다진 마늘, 설탕, 깨소금, 고춧가루를 섞은 양념장을 올린 반찬이 여름철 밥상 단골이었다. 풋고추가 한창 나올 때는 풋고추와 깻잎을 이용해 간편하게 전을 붙여 양념장에 찍어 먹는 반찬도 자주 올렸다. 깻잎은 생으로 먹으면 뒷면이 거칠기도 해서 어린 날에는 부침가루를 입혀 고소하게 구워낸 깻잎전을 무척 좋아했다.

깻잎을 한 잎 한 잎 따다 보면 엄마의 반찬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엄마가 만든 양념장 맛을 도무지 그대로 재현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깻잎을 살짝 데쳐 쌈으로 이용하거나 부침가루를 묻혀 전을 부쳐 먹는다. 특히 깻잎전은 향이 향긋하게 살아있고 고소해서 더욱 즐긴다. 저녁 반찬으로 밭에서 갓 딴 깻잎에 부침가루를 입혀 깻잎전을 만들었다. 간단한데 정말 맛있다.

깻잎은 철분 함량이 시금치의 2배가 된다고 한다. 기름을 이용해 전으로 부치면 베타카로틴 흡수율이 몇 배로 높아진단다. 간편하지만 영양 가득 반찬으로 딱이다. 부침가루를 싫어하는 사람은 달걀옷을 입혀도 된다. 다진 소고기나 두부를 으깨어 소를 넣어 전을 부치면 단백질도 함께 섭취할 수 있다. 깻잎이 잎을 키우기 시작한 요즘, 여러 가지 식재료를 이용하여 간편하고 영양 가득한 깻잎전으로 밥상을 차려 보면 어떨까.

아침 샐러드에 넣는 당근
 벌써 오이가 먹음직스럽게 열렸다. 깻잎을 따서 깻잎전을 부쳤다. 뿌리가 굵어지기 시작한 당근을 뽑아 살짝 데쳐서 아침 샐러드 위에 얹었다.
ⓒ 이정미
봄에 씨앗을 뿌린 당근이 파릇파릇 잘 자라고 있다. 당근 뿌리가 잘 굵어지도록 몇번의 솎아주기를 했다. 잡초도 뽑아 주었다. 새순이 자랄 때는 물주기에도 신경 썼다.

본격적으로 뿌리가 굵어지기 시작한 요즘, 두 개가 나란히 붙어 간격이 좁게 자라고 있는 것 중 하나를 뽑아보면 당근 뿌리가 제법 어른 손가락 두 개 굵기만 해졌다. 깨끗하게 씻어서 한 입 맛을 보면 연하고 부드럽다. 제 손으로 키운 것은 마음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여름 초입에 이른 요즘은 해가 뜨거워지기 전 이른 아침에 밭일을 한다. 풀을 뽑고 줄기가 제멋대로 뻗어 자라는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 순을 정리하고 받침대에 고정 시키는 작업을 한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고 나면 슬슬 배꼽시계가 눈치를 준다.

어린 당근이지만 샐러드로 먹기에 알맞다. 상추, 당근만으로 꽤 괜찮은 아침 식사용 샐러드가 된다. 밭에서 갓 딴 채소들은 향이 살아있고 아삭하다. 좀 있으면 방울토마토도 바로 따서 샐러드에 넣을 수 있을 테다.

햇볕이 강렬한 여름이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채소들도 잎이든 열매든 부지런히 생산한다. 채소들의 고유한 영양과 향을 감사하게 받는 일은 키우는 일만큼 소중하고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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