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넣으면 지성 선배처럼”…이강인 선보일 ‘월드컵 세리머니’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인생 16개월 차였죠. 저에게 매우 특별한 유상철 감독님의 골이 기억에 남아요.”
대한민국 전체가 붉은 함성으로 물들었던 2002년 당시 그는 고작 한 살이었다. 태권도 사범인 아버지 이운성씨가 디에고 마라도나의 영상을 보여주며 걸음마를 뗀 아기를 축구의 세계로 이끌었을 때다.

어느덧 25세가 된 이강인은 24년 전 시작된 신화의 다음 장을 쓰기 위해 축구화 끈을 동여매고 있다. 이강인은 “골을 넣는다면 박지성 선배님의 2002년 세리머니를 따라 하고 싶다”고 했다. 박지성이 포르투갈전 결승골을 넣고 거스 히딩크 감독 품에 안겼던 바로 그 세리머니다.
이강인은 여섯 살 꼬마 시절 예능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해 故 유상철 감독의 지도 아래 ‘국민 남동생’으로 사랑을 듬뿍 받았다. 온 국민은 그의 유년기부터 성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영화 ‘트루먼쇼’의 현실판, 말 그대로 ‘코리안 트루먼쇼’다. 그 쇼는 이제 북중미 월드컵이라는 하이라이트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냉정한 축구 세계가 이강인을 ‘강인’하게 만들었다. 열 살이 되던 2011년 그는 스페인 발렌시아 입단 테스트를 통과했다. 유스팀조차 A팀과 B팀을 철저하게 나누는 시스템을 보며 “아이들에게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만 17세에 발렌시아에서 프로 데뷔한 천재에게도 벤치만 지키는 시련의 나날이 있었다. 막내아들을 위해 두 딸과 스페인으로 이주한 부모님은 “힘든 시간에도 최선을 다하면 너의 시간이 올 것”이라며 힘을 불어넣었다. 이강인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를 보며 세계적인 선수의 꿈을 키웠다. 결국 그는 18세였던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 최초의 결승 진출을 이끌며 골든볼을 수상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직전까지도 파울루 벤투 당시 감독은 이강인을 중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본선 가나전에 교체로 들어가자마자, 이강인은 문앞까지 자로 잰 듯 배달해주는 ‘택배 크로스’로 어시스트를 올렸다. 이강인은 “화도 나고 서운했지만, 부족함을 인정한 그 시절이 성장의 발판이었다”고 회고했다.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킬리안 음바페로부터 “슈팅은 굳이 세게 때릴 필요가 없다”는 조언을 들었다. 네이마르의 집에 초대받아 축구를 대하는 자세를 배웠다. 이강인은 최근 두 시즌 연속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2023년 아시안컵 기간에는 대선배 손흥민(34)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후 그는 영국으로 찾아가 사과했다. 한층 성숙해진 이강인은 한국 최고 스프린터로 손흥민을, 역대 국가대표 베스트11 공격진에도 차범근과 손흥민을 주저 없이 꼽았다.

이강인은 한국의 핵심이자 대체 불가능한 존재다. 탈압박 후 찌르는 송곳 패스, 한 발로 공을 세운 뒤 몸을 360도 돌려 수비를 따돌리는 ‘마르세유 턴’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고지대 대결을 앞둔 이강인은 “자꾸 고지대, 고지대 하면 더 힘들어진다”며 특유의 긍정적인 ‘강인적 사고’를 보여줬다. 월드컵을 앞두고 금발로 깜짝 변신한 그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해보고 싶었다”며 미소 지었다. 그라운드 밖의 삶도 대중의 관심사다. 그는 박용성 전 두산 회장의 손녀 박상효 씨와 공개 열애 중이다.

과달라하라=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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