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 받아낸 ‘빚투 개미들’…신용융자 하루 1조 급증, 신용대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나간 국내 증시의 빈자리를 개인투자자들이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로 메우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고위험 상품이 등장한 이후 빚투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7일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포털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된 지난 5월 27일 이후 사흘간 신용융자 잔고는 총 1조7678억원 늘었다. 지난달 26일 36조2548억원이던 신용융자 잔고는 27일 4352억원, 28일 3787억원 증가한 데 이어, 29일에는 하루 만에 9539억원 급증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일일 증가 폭이다.

이에 신용융자 잔고는 38조227억원(5월 29일 기준)으로 사상 처음 38조원을 돌파했다. 올 초 27조4207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개월 만에 10조원 이상 불어난 규모다.
증권사뿐만 아니라 은행권 시중 자금도 증시로 흘러들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5대 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04조9000억원으로 전월 말(102조8000억원)보다 2조1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줄곧 감소세를 보이던 신용대출이 5월 들어 흐름을 바꾼 것이다. 특히 6월 들어선 지난 4일 기준 잔액이 3일 만에 9894억원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증시 활황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늘어난 ‘빚투’ 수요가 이번 신용대출 증가세를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을 개인이 빚과 레버리지로 방어하는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장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상장 직후 20% 넘게 치솟았지만 지난 5일 하루 만에 13~14% 급락하며 높은 변동성을 드러냈다. 빚투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시장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경우, 신용융자 투자자들에 대한 반대매매가 늘어나며 이른바 ‘연쇄 강제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 자금이 집중된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등에 매도 물량이 쏠릴 경우 낙폭을 키울 수 있다. 지난달 반대매매 금액은 7946억원으로 전월(2642억원)보다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변동성을 키울 ‘기폭제’가 더 남아있다는 점이다. 오는 29일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개별주식 위클리옵션’이 출시된다. 특정 종목의 일주일 내 주가 방향에 베팅하는 초단기 고위험 파생상품이다.
블룸버그는 7일(현지시간) 해외 헤지펀드들은 최근 한국 증시 비중을 줄이고 하락 위험에 대비한 헤지에 나서고 있다고 전하며 “외국인 자금 이탈을 변동성이 큰 개인투자자들이 받아내고 있는 구조는 향후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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