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뒤덮은 ‘바퀴벌레’…가면 쓴 분노의 Z세대 거리 나왔다, 왜
“바퀴벌레들이 왔다.”
6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잔타르만타르 광장에 이 구호가 울려 퍼졌다. 바퀴벌레 가면을 쓴 청년 수천 명이 의대 입학시험 답안지 유출 사태의 책임을 물으며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온라인 풍자 운동으로 시작된 청년 정치집단 ‘바퀴벌레국민당(Cockroach Janta Party·CJP)’이 첫 대규모 거리 시위에 나서면서 나렌드라 모디 정부를 향한 인도 Z세대(1997∼2011년생)의 불만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분노는 지난달 인도 최대 의대 입학시험(NEET-UG)에서 시작됐다. 220만여 명이 응시한 시험에서 답안지 사전 유출 의혹이 불거지자 정부는 시험 결과를 전격 취소했다. 재시험은 오는 21일로 예정돼 있다. 의대 입학을 위해 수년간 준비해 온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거리로 나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인디아투데이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들은 바퀴벌레 가면을 쓴 채 헌법책과 꽃, 인도 국기를 들고 행진했다. 한 참가자는 “우린 (바퀴벌레와 달리) 두 다리와 두 팔 뿐이지만, 그들(정부) 앞에 당당히 서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시험 관리 시스템이 무너졌다”, “눈앞에서 꿈이 무너졌다” 등 좌절의 목소리도 잇따랐다.


시위를 이끈 아비지트 딥케(30) CJP 창립자는 “바퀴벌레국민당은 계획된 정당이 아니라 정부에 분노한 학생들의 목소리”라며 “7일 안에 프라단 장관이 사퇴하거나 해임되지 않으면 이 운동은 전국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정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차단과 게시물 삭제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게시물은 지울 수 있어도 사람은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이날 시위 확산에 대비해 공항과 시위장 일대에 경찰 1000명 이상을 배치하는 등 경계를 강화했다. 프라단 장관은 “학생들의 꿈을 보호하기 위해 시험 취소를 결정했다”며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험 제도 구축이 정부의 변함없는 목표”라고 해명했다.
반면 모디 정부와 집권 인도국민당(BJP)은 CJP를 향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BJP 중진인 키렌 리지주 정부 고위 각료는 CJP를 “반인도 세력”이라고 규정했고, 니틴 나빈 BJP 대표는 “인도 청년은 누구의 꼭두각시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퀴벌레당은 왜 등장했나

이후 시험지 유출과 채점 오류, 청년 실업 문제를 결합하며 젊은 층의 불만을 빠르게 흡수했다. 출범 3주 만인 7일 기준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약 2265만 명으로 집권 인도국민당(BJP) 공식 계정의 약 2.4배 규모다.

급격한 성장 배경에는 입시 논란뿐 아니라 인도 사회 전반에 퍼진 청년층의 경제적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훌 베르마 인도 정책연구센터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즈(FT)에 “교육을 받든 취업을 시도하든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못하는 거대한 인구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인구 14억명의 인도에서 15∼29세는 4억명 가량이다. FT에 따르면 인도 15~25세 대졸자의 약 40%, 25~29세의 약 20%가 실업 상태다.
여기에 최근 이란 전쟁 여파로 연료 가격 상승과 에너지 부족 우려까지 겹치면서 생활고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연료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고,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력·물 부족 문제까지 심화하고 있다. 경제 성장률은 높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충분히 늘지 못하면서 청년층의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후세계 있다”는 서울의대 교수, 방광암 걸리자 한 일 | 중앙일보
- “이것 사고 6개월뒤 갈아타라” 스페이스X 올라탈 ‘원픽 ETF’ | 중앙일보
- “두 아들 모두 조울증입니다” 정신병원 보낸 그 아빠 이야기 | 중앙일보
- 단순 가려움증인 줄 알았는데…암이었다, 이게 무슨 일? [Health&] | 중앙일보
- 성매매 민원 터졌던 ‘박카스 할머니’…인천 만월산에 다시 떴다? | 중앙일보
- 일진과도 맞짱 뜬 ‘고1 한동훈’…금목걸이 장발로 서울대 뒤집다 | 중앙일보
- ‘민주당 이변’ DJ 고향을 잃었다…신안군수 5선 실패 뒤 ‘진짜 민심’ | 중앙일보
- ‘적국의 땅’ 美서 경기 치르는 이란…4년전처럼 국가 안 부를까 | 중앙일보
- “회차당 무조건 커플 탄생”…Z세대 열광 ‘셋로그 3일팅’ 뭐길래 | 중앙일보
- 우회전 보행자 교통사고...딱 이것만 잘 지켜도 사고 안난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