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적 두렵지 않아”…習 방북 앞둔 中, 혈맹 강조하며 미·러 견제

신경진 2026. 6. 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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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2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평양발 K95편 열차가 중조우의교를 건너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이후 단절된 열차와 베이징-평양 에어차이나 항공편 운항을 재개했다. 신화망

중국이 8~9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을 앞두고 연이어 양국 우호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은 한·미 동맹에 맞서는 북·중 동맹을 과시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러시아를 견제하는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6일 1면에 관영 신화통신사(신화사)가 보도한 “중·북 우호의 새로운 장을 써나갈 것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중국과 북한은 강적이 두렵지 않다며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공동 대처를 강조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8~9일 방북을 “역사적 방문”으로 규정하고 “양국 관계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고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강력한 동력을 불어넣으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번영에 더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지난해 9월 4일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말한 “중·북은 운명을 같이하고, 서로 돕는 훌륭한 이웃이고, 훌륭한 벗이며, 훌륭한 동지”라는 이른바 ‘운명공동체’와 ‘삼호(三好)’ 워딩을 반복했다.

해방군보는 이어 7일지 4면에 북·중 우호 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촉진하자는 주장을 싣고 양국 간 경제·문화·교육·과학기술·스포츠 교류를 강조했다. 또 “양측이 유엔 등 다자 플랫폼에서 소통과 협동을 유지하고 지역 및 국제에서 조율을 강화할 것”이라며 “중국과 북한은 함께 공동이익을 수호하고 국제적 공정성과 정의를 수호하며 지역의 장기적 평화와 안정, 세계 평화와 발전에 안정성을 불어넣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고도 했다.

따라서 지난 2016년 북한이 핵·미사일 연쇄 시험에 나서자 국제사회가 원유 수입을 제한하고 해외노동자 파견을 금지한 유엔 결의안 2397호 제재가 이번 평양 회담으로 사실상 무력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왕야쥔(王亞軍) 주북 대사는 6일 인민일보 기고문에서 “(북·중)1분기 무역액이 전년 동기 대비 14.3% 늘었다”며 양국 무역 정상화를 암시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과거 시 주석의 북한 인연을 강조했다. 신화사는 6일 “2008년 6월 시진핑 동지가 중앙에서 업무를 맡은 후 첫 순방 국가가 산과 물이 맞닿은 이웃 북한이었다”며 당시 시 주석이 국가부주석 취임 후 북한을 처음 방문했다고 강조했다.

북·중 혈맹 복원을 강조하는 관영 매체와 달리 중국 소셜미디어(SNS)의 분석가들은 이번 방북에 숨겨진 의도에 주목했다. 국제 현안을 다루는 공공계정인 ‘환구풍운추종’은 6일 “한·미·일이 구축하고 있는 지역 연맹이 중국 주변의 전략 공간을 압박하고 있다”며 “이런 배경에서 북한이라는 ‘전략적 병풍’을 안정시키는 것은 중국이 지역 안보를 수호하는 중요한 임무”라고 주장했다. 한·미 동맹을 북·중 혈맹으로 상쇄하려는 방북이란 해석인 셈이다.

북·러 밀착도 견제했다. 아이디 ‘금극철마(金戟鐵馬)’는 7일 “북한은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을 빌미로 물자·국방 영역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중·북은 정세 판단을 교환하고 대외 입장을 조율해 지역 충돌이 불러오는 연쇄 파급 영향을 가능한 한 회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계정은 이번 방북의 4대 목적을 정치적 상호신뢰, 경제협력 확대, 한반도 정세 협상, 글로벌 현안 협력으로 꼽고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도 논의할 것임을 예고했다.

향후 북·미 회담을 고려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성현 조지 부시 미·중 관계기금회 선임연구원은 “시 주석은 트럼프·푸틴과 회담 직후 평양을 방문하면서 중재자의 거부권(veto)을 확보했다”며 “향후 워싱턴과 평양의 관계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우회하거나 한반도의 안보 구조를 바꾸지 못하도록 협상 테이블 자리를 선점했다”라고 말했다. 이란·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 만일 북·미 접촉이 재개되더라도 중국을 우회할 수 없도록 쐐기를 박는 방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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