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상대 체코, 한국전 포기했나…“경기 전날 입국” 의외의 행보

한국 축구대표팀의 북중미 월드컵 1차전 상대인 체코가 의외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 체코는 오는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치른다. FIFA 랭킹 25위 한국과 40위 체코는 개최국 멕시코에 이어 조 2위를 다툴 전력으로 평가된다. 이 경기를 잡으면 32강 토너먼트 진출의 8부 능선을 넘는다.
그런데 멕시코에서 만난 체코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과의 1차전 하루 전인 11일에야 멕시코에 입국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6일 일찌감치 과달라하라에 들어와 적응 중인 홍명보호와는 완전히 다른 일정이다.
두 팀이 맞붙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은 해발 1561m다. '고지대 적응'이 승패를 가를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 대표팀은 출정식까지 건너뛰고 지난달 19일부터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해발 1460m)에 베이스캠프를 차려 3주간 적응 훈련을 마친 뒤 멕시코에 왔다. A조에서 멕시코 도시들을 홈구장으로 쓰는 남아공과 멕시코도 해발 1500m 이상 고지에서 훈련 중이다.
반면 체코는 마치 고지대 적응을 포기한 것처럼 느긋하다. 지난달 31일 프라하(해발 270m)에서 출정식을 가진 체코는 미국 뉴저지 해리슨(해발 8m)으로 날아가 지난 5일 과테말라와 평가전(3-1 승)을 치렀다. 뉴욕 양키스 스타디움을 찾아 단체 야구 관람도 했다. 베이스캠프인 텍사스주 댈러스(해발 240m)엔 지난 6일에야 들어갔고, 막판까지 댈러스에 머물다 경기 전날 멕시코로 이동한다는 계획이다. 체코 언론조차 "한국전 승리를 포기한 것 아니냐"고 우려를 쏟아낼 정도다.
체코 나름의 계산은 있다. 고지대 원정에서 쓰이는 '단기 침투 전략'이다. 몸이 고지대를 인식하고 심각한 고산병 증세(두통·무기력·메스꺼움)를 본격적으로 터뜨리기까지 보통 6~24시간의 시차가 있다. 그 틈을 노려 경기를 끝내버리겠다는 것이다. 2차전 장소가 해발 300m대인 미국 애틀랜타인 만큼, 1차전 하나 때문에 생체 리듬을 흐트러뜨리느니 고지대-저지대-고지대로 이어지는 불리한 일정을 단기 침투로 돌파하겠다는 심산이다. 단, 90분 내내 슬로비디오로 뛰는 듯한 극심한 피로를 견뎌야 하고, 경기 직후 급격한 컨디션 난조가 올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체코 수비수 로빈 흐라나치(호펜하임)는 7일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 훈련 프로그램에서 활용한 특별한 방법들이 있었다"고 자신했다. 경기 전날 과달라하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서도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한 결정이다. 고지대와 기온이 어렵겠지만 최선을 다해 적응하겠다"고 했다. 말은 당당하지만 한국보다 3주가량 짧은 고지대 적응 기간이 90분을 버텨줄지는 미지수다.
단기 침투가 성공하더라도 약점은 또 있다. '공 적응'이다. 고지대에서는 공기 저항이 낮아 공이 해수면보다 훨씬 빠르고 멀리 날아간다. 이번 대회 공인구 트리온다는 특히 더 그렇다. 홍성찬 서울여대 스포츠운동과학과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트리온다는 무회전킥을 차면 골대 앞 5~10m 지점에서 야구 너클볼처럼 좌우로 심하게 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고지대에서 미리 공을 차보며 감각을 익힌 한국 선수들의 중거리 슈팅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축구계에서는 홍명보호가 체코전에서는 유리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상이 나온다. 첫 경기를 잡으면 멕시코와의 2차전도 여유 있게 풀 수 있다.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오른다면 FIFA가 개최국 멕시코를 위해 고지대 도시들에 깔아놓은 '고속도로'를 한국이 타게 된다.
멕시코시티=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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