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AI 대박, 국민 나눠 갖자”…美도 기업 이익 공유 논쟁
미국에서 인공지능(AI) 기업의 지분 일부를 국민에게 나눠주자는 구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개 지지로 미 IT 업계는 물론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국에서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더 넓게 나눠야 한다는 초과이익 공유론이 불거진 것처럼, 미국에서도 공공 인프라를 업고 큰 AI 산업의 과실을 일부만 독점하는 게 타당하냐는 문제의식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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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진영 접점에 트럼프까지…美 불붙은 AI 이익 공유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오픈AI 같은 AI 기업이 미국 국민에게 지분 일부를 넘기는 급진적 구상에 힘을 실으면서 AI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5일)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AI 기업들의) 돈이 아주 많고, 규모도 크기 때문에 (지분) 일부를 미국인들에게 줄 수 있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관련 구상은 당초 진보좌파 진영에서 제기됐지만 최근 반대 진영에서도 지지층을 얻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같은 진보 진영 정치인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 일부 인사와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같은 마가(MAGA) 진영 인사까지 AI 기업의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는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실제 샌더스 의원이 최근 “오픈AI·앤트로픽 등 대형 AI 기업 주식에 일회성 50% 세금을 매겨 공공부 펀드를 만들자”고 제안한 데 배넌도 “정부가 팁 수준의 지분을 받아선 안 된다”고 호응했다. “AI 기업들에 지분 50%를 내놓게 하고, 이를 미국 시민에게 배분해야 한다”는 게 배넌의 주장이다.
오픈AI가 띄운 공공 펀드
이번 논의의 계기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워싱턴 방문이었다. FT는 “올트먼 CEO가 지난 3일 의회를 찾은 뒤 백악관 내에서 이 구상이 더 큰 관심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그가 제안한 방안은 AI 기업들이 지분 일부를 출연해 국부펀드와 비슷한 기금을 만들고 이를 통해 미국 국민이 AI 산업의 기업가치 상승분을 공유하도록 하는 구조다.

FT는 오픈AI의 자선·비영리 성격 조직이 2000억 달러가 넘는 미집행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오픈AI가 공익을 명분으로 출범한 조직에 막대한 자산을 쌓아두고 있는 만큼, 지분 일부를 공공부 펀드에 출연하는 구상이 가능했다는 의미다. FT는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오픈AI가 주도하는 소량의 자발적 지분 출연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알래스카가 석유 수입 일부를 주민에게 배당하는 제도와 유사하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주요 투자자인 브래드 거스트너 알티미터캐피털 창업자는 “이렇게 출연된 지분이 트럼프 행정부가 앞서 마련한 신생아 투자계좌 구상과 연결될 수 있다”고 봤다. 2025년 이후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1000달러를 투자계좌에 넣어주는 방식에 AI 기업 지분을 얹어 국민에게 배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픈AI는 이미 지난 4월 공개한 정책 보고서에서 비슷한 구상을 제시했다. “정책 당국과 AI 기업이 함께 공공부 펀드를 조성해 금융시장에 투자하지 않은 시민까지 AI 주도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게 해야 한다”는 당시 보고서에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도 관심을 나타냈다고 FT는 전했다.
중간선거도 한 몫…하지만 신중론도
해당 논의에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FT는 “양당(공화·민주당) 전략가들로선 선거를 앞두고 AI가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유권자들의 불안을 달래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지를 놓고선 신중론도 적지 않다. FT는 “일부 백악관 관계자와 오픈AI 경쟁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놀란 분위기였다”고 보도했다. 특히 앤트로픽 측 인사는 행정부와 정부 지분 제공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고 한다. 친기업 성향 공화당과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AI 기업에 대한 정부 관여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점도 난관이다.
미국의 AI 지분 공유론은 한국에서 불거진 반도체 이익공유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한국 여권 일각에선 반도체 특별법을 통한 정부 지원이 확대되면서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더 넓게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됐다. 미국 논의가 AI 기업의 미래 지분 가치 상승분을 공유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다면 한국 논의는 반도체 기업에서 이미 발생한 초과이익을 사회 전반에 환원하자는 취지다. 기술정책 전문가 새뮤얼 해먼드는 FT에 “이런 구상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해 보여도 실제로 정치적 특혜와 부패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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