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슨 활약 앞세운 뉴욕 닉스, 53년 만의 우승 눈앞
[이준목 기자]
27년 만에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뉴욕 닉스가 가드 제일런 브런슨의 활약을 앞세워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2연승을 거뒀다. 이로써 플레이오프(PO) 13연승을 질주한 뉴욕은 대망의 우승까지 이제 단 2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프로스트 뱅크 센터에서 열린 '2025~26 NBA 파이널(7전4승제)' 2차전서 뉴욕은 샌안토니오에 105-104, 1점차로 신승했다. 지난 4일 1차전서 105-95, 10점차로 승리했던 뉴욕은 원정에서 기분좋은 2연승을 거두며 이제 시리즈를 조기에 끝내고 홈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양팀의 3차전은 9일 뉴욕의 홈인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다.
뉴욕이 마지막으로 파이널 우승을 차지한 것은 지난 1973년으로 무려 53년 전이다. 파이널 무대에 마지막으로 오른 것도, 20세기의 끝자락이었던 1999년이었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상대는 샌안토니오였다. 하지만 뉴욕은 팀 던컨-데이비드 로빈슨의 트윈타워가 버틴 샌안토니오의 높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1승 4패로 무릎을 끓은 바 있다.
27년 만의 파이널 재대결에서도 전력상 샌안토니오가 다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샌안토니오는 NBA '올해의 수비수'상 만장일치 수상자이자 차세대 슈퍼스타로 꼽히는 에이스 빅터 웸반야마가 건재했다. 또한 서부 2위인 샌안토니오는 정규시즌 승률에서 동부 3위였던 뉴욕보다 앞서며 파이널 홈어드밴티지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연승 흐름을 탄 뉴욕의 기세는 예상보다 더 매서웠다. 뉴욕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6번 시드 애틀란타와의 1라운드만 4승 2패로 힘겹게 통과했을 뿐, 컨퍼런스 준결승과 결승에서는 7번 시드 필라델피아와 4번 시드 클리블랜드를 연이어 4연승으로 스윕했다. 애틀란타와의 1라운드 4차전부터 샌안토니오와의 파이널 2차전까지, 뉴욕은 무려 플레이오프 13연승 행진을 질주하고 있다.
뉴욕 돌풍의 중심에는 주장이자 에이스 제일런 브런슨이 있다. 빌라노바 대학을 졸업하고 2018년 NBA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33순위라는 낮은 순위로 다소 저평가받으며 댈러스 매버릭스에 입단한 브런슨은 2022년 뉴욕으로 이적하며 팀의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브런슨은 대학시절부터 주전 포인트가드로 두 번이나 NCAA(전미대학농구) 우승을 차지한 엘리트 선수였지만, NBA에서는 작은 신장(공식 프로필 188cm, 86kg)과 피지컬의 약점때문에 낮은 순위로 지명 받았다. 초창기에는 최저연봉을 받으며 뛰어야 했다. 하지만 브런슨은 오래 가지 않아 댈러스에서 슈퍼스타 루카 돈치치(현 LA 레이커스)를 뒷받침하는 2옵션 선수로 빠르게 성장하며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오랫동안 '가드 잔혹사'에 시달려온 뉴욕은 FA가 된 브런슨을 영입하기 위하여 4년 1억 400만 달러의 계약을 제시했다. 이전까지 올스타나 올 NBA팀 경력이 모두 한번도 없던 선수가 1억 달러의 대형계약을 체결한 것은 브런슨이 최초였다.
브런슨은 2024년부터 3년 연속 NBA 올스타와 올NBA 세컨드팀에 선정됐다. 뉴욕은 브런슨 입단한 이후 한번도 플레이오프 티켓을 놓치지 않았다. 2025년에는 'NBA컵 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브런슨은 대회 MVP에도 선정됐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상대는 샌안토니오였다. 뉴욕은 NBA컵 대회 우승배너를 아직까지 홈구장에 걸지 않았는데, 파이널 우승 이후 함께 걸겠다며 정상 등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브런슨은 올해 정규리그에서 74경기에 출전하여 평균 26점, 6.8어시스트, 3.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뉴욕을 동부 3위(53승 29패)로 이끌었다. 수비압박이 더 심해지는 플레이오프에서는 평균 26.9점 2.8리바운드 6.6어시스트 0.9스틸로 오히려 더욱 향상된 성적을 보여주며 파이널 진출을 이끌었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은 파이널을 앞두고 시리즈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제일런 브런슨 VS 스테폰 캐슬'의 매치업을 꼽은 바 있다.
ESPN은 "뉴욕이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선 브런슨이 클러치 상황에서 최고의 컨디션과 뛰어난 활약을 보여야 한다"며 "샌안토니오는 서부 콘퍼런스 결승에서 정규리그 MVP 샤이 길저스알렉산더를 잘 막아낸 전문 수비수 스테폰 캐슬에게 브런슨에 대한 전담수비를 맡길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여기에 리그 최고의 수비수 웸반야마가 캐슬의 뒤에서 지원사격할 것을 감안하면 아무리 브런슨이라도 고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브런슨의 기세는 파이널에서도 멈추지 않고 있다. 1차전에서 브런슨은 경기 초반 무릎 부상으로 잠시 코트를 떠난 순간도 있었지만 2쿼터에 복귀해 총 37분을 뛰며 양 팀 최다인 30점을 몰아쳤다. 특히 승부가 갈린 4쿼터에서 브런슨은 종료 7분 22초 전 6연속 득점을 몰아치며 뉴욕으로 흐름을 돌리는데 기여했다. 종료 1분 50초 전 3점슛을 꽂아 넣으며 역전을 이끌어냈다.
2차전에서도 브런슨의 활약은 빛났다. 20점 5리바운드 6어시스트 5스틸를 기록한 브런슨의 득점은 평소보다 저조했지만,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위닝샷을 터뜨리며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던 경기 막바지 결정적인 동점 점프슛에 이어, 상대의 턴오버를 놓치지 않고 쐐기 자유투를 성공시키며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브런슨의 아버지이자 현재 뉴욕의 코치인 릭 브런슨은 1999년 뉴욕 닉스 소속으로 파이널 무대를 밟은 바 있다. 하지만 아버지 릭은 당시 출전기회를 거의 얻지 못한 벤치멤버에 불과했다.
반면 그의 아들 제일런 브런슨은 명실상부한 슈퍼스타가 되어 아버지가 못다 이룬 27년 만의 파이널 리벤지와 우승의 꿈을 이끌고 있다. 브런슨이 패트릭 유잉, 카멜로 앤써니 등 뉴욕을 이끈 역대 레전드들도 이루지 못한 꿈을 달성하고 진정한 '뉴욕의 제왕'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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